"믿었던 노력의 배신.. 대충 살기로 결심했다"
좌절하는 젊은 세대 공감 얻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게 진리라고 믿었어요. 10분만 더 오르면 정상이라고 해서 참고 올랐는데, 40년간 산만 오르는 느낌이더라고요. 억울해서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송하완(40)씨가 말했다. 일러스트레이터 겸 회사원이던 그는 재작년 11월 6년째 다니던 회사에 다짜고짜 사표를 냈다. 자기계발이나 더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다. 1년간 '대충' 살기 위해서다. '놀이'라는 생각으로 일러스트에 짤막한 생각을 덧붙여 인터넷에 올렸다. '내 얘기 같다'는 댓글이 달리더니 한 달도 안 돼 출판 제의가 들어왔다.
지난달 29일 송씨를 만났다. 지난 4월 나온 책은 출간 한 달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5개월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14쇄 12만부를 찍어내고 10월 말 기준 10만부가 팔렸다. 그는 "열심히 살수록 예상과 다른 결과에 상처를 받더라"며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젊은 층 사이에 부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욜로'(인생은 한 번뿐이다) 열풍에 대해 그는 "열심히 살다 지쳐서 일상의 행복을 찾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노력한다고 반드시 보상받는 건 아니다"며 "노력이 얼마든지 배신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 편해진다"고 했다.
송씨는 홍익대 시각디자인과에 입학하려 '4수'를 했다. 그는 "대학생이 돼서야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며 "한 가지 길밖에 없다는 믿음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대학 생활 내내 학원 강사도 하고, 방 안에 틀어박혀 소설도 써봤다. 3년의 백수 생활 끝에 '먹고살려고' 편집디자인 회사에 들어갔다. "회사 생활을 하다 깨달았죠. 아, 난 하고 싶은 일이 없구나. 이걸 인정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겠구나."
그는 "대충 살기로 결심하니 자책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좌절하는 청춘들이 이 책에 공감하는 것 같아요."
이날 한 온라인서점의 에세이 베스트셀러 목록엔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 등이 나란히 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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