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성관계"..양진호 '리벤지 포르노' 어떻게 진화했나

한승곤 2018. 11. 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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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리벤지 포르노' 단속 피해 중국 여성으로
목숨 끊으면 '유작' 제목 붙혀 다시 팔아
사실상 죽어서도 누군가 모니터 앞에서 성관계
한사성 "양진호 개인 문제 아닌 사회적 문제"
디지털 성폭력 예방 캠페인.사진=ShareNcare - 쉐어앤케어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리벤지 포르노 영상이 유통되는 것을 방치, 부인의 외도가 의심가는 남성에게 가래침을 먹이고 폭행 하는 등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는 양진호(47)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핵심 수익원인 국내 1·2위 웹하드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서 중국산 불법촬영물이 대거 유통된 정황을 경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한국 여성들의 ‘리벤지 포르노’ 영상에 대한 당국의 단속히 심해지자 중국 여성들의 불법촬영물을 유통시키고 있는 셈이다. 리벤지 포르노는 헤어진 전 여자친구에게 복수를 한다는 의미로 성관계 영상을 온라인에 무차별적으로 올리는 것을 말한다.

웹하드업체는 이런 영상이 유통 되는 것을 방치 또는 관리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성들의 피눈물과 절규가 담긴 영상이 돈벌이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한 여성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으나, 영상 제목 앞에 ‘유작’이 붙여지며 다시 유통됐다. 극심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숨진 여성은 누군가의 모니터 앞에서 여전히 성관계를 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리벤지 포르노’ 피해를 입은 또 다른 여성은 ‘SBS’ 와 인터뷰에서 “저는 어는 순간 XX녀 였다며, 제 얼굴과 몸매, 성관계까지 품평하는 글이 가득했다”며 “사람들이 제 영상을 몇백 원에 사고 팔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지만 영상 속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더 비싼 값에 팔린다”며 “피해자는 내가 보는 이 영상 하나 때문에 지금 손목을 긋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이 여성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 사람 죽이는 ‘리벤지 포르노’ 도대체 얼마나 소비되나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가 공개한 웹하드 업체 직원 A 씨의 증언에 따르면 불법 촬영(몰카), 리벤지 포르노 영상은 다운로드 수가 많아 일본 성인물(AV)보다 수익이 13∼15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웹하드 업체는 몰카 등 불법 영상을 올리는 이른바 ‘헤비 업로더’를 관리하기도 한다. A 씨는 “웹하드 업체가 헤비 업로더들에게 콘텐츠를 더 빠르게 올릴 수 있는 전용 서버와 아이디를 주기도 한다”고 폭로했다.

지난 2일 ‘한겨레’를 통해 ‘리벤지 포르노 영상 운영 과정’을 폭로한 위디스크 운영업체 (주)이지원인터넷서비스 직원 B 씨 역시 비슷한 증언을 했다. 그는 “(직원들이) 헤비업로더들이랑 같이 이야기도 하고 미팅도 하고 그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한 자료나 이런저런 자료들을 대량으로 올려주는 사람들(헤비업로더) 덕분에 우리가 수수료를 얻는 것도 많았다”며 “가끔 헤비업로더들이 사무실도 오고, ‘웹하드에 자료 올려서 돈 많이 벌었다’며 운영팀에 피자를 배달시켜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폭력 예방 캠페인.사진=ShareNcare - 쉐어앤케어

이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위디스크’는 리벤지 포르노가 유통될 때 삭제가 아니라 오히려 독려하고 관리를 한 셈이다. 사실상 전 직원이 나서 리벤지 포르노로 돈벌이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리벤지 포르노 영상을 이용해 버는 돈은 막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온라인 콘텐츠 유통 업체의 전직 개발자’ C 씨는 “근무하던 당시 결제 금액의 총 몇 퍼센트가 어떤 콘텐츠로 다운되는지 분석해 본 적이 있다”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평균적으로 40%에서 60%정도 매출이 음란물로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C씨는 “많은 경우 80%까지도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운로드 수에서도 음란물은 압도적이라고 C 씨는 설명했다. 그는 “최신 마블 영화가 개봉했는데 이게(파일이) 만약 한 50건에서 70건 정도가 다운로드 된다고 한다면 음란물은 거의 1만에서 2만 건 정도 다운로드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음란물에 대해서는 “몰래카메라에 의해 도촬된 영상물도 있고, 개인 PC나 핸드폰, 디카 메모리카드에서 유출(해킹 등)된 영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란물의 “90% 이상”은 이같은 불법 영상이며 “나머지 10%는 일본에서 수입된 영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을 그만둔 것에 대해 “제 딸아이가 올해 8살이 됐는데 딸한테 ‘아빠는 야동 팔아서 돈 벌었어’ 이런 얘기를 못 하겠더라. 고향에 내려가서 농사 짓고 있다.”고 밝혔다.

양진호(47)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전직 직원 강모씨를 향해 폭언 등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제는 ‘음란물 카르텔’ …유통망 웹하드업체·음란물 필터링 기업·디지털 장의사 모두 한 회사

문제는 ‘음란물 카르텔’이다. 위디스크에서 유통되는 리벤지 포르노 영상을 본 피해자가 이를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의사’를 찾아 수백만원의 돈을 내고 삭제 요청을 해도, 애초에 이 회사는 최초 영상을 유통한 회사 소유의 경우 삭제가 어렵고 막상 삭제가 돼도 다시 영상은 유통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사실상 피해자 입장에서는 ‘죽음의 연결고리’ 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셈이다.

양 전 회장은 ‘음란물 카르텔’ 정점에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필터링 업체인 (주)뮤레카는 양 전 회장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주)뮤레카는 위디스크 뿐 아니라 상당수의 웹하드 업체들이 이용하고 있는 필터링 업체다. 디지털 장의사 업체 역시 양 전 회장 지분 투자를 한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한사성 리아 사무국장은 6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사내 복지 중의 하나가 리벤지 포르노를 싸게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글을 써서 올린 전 직원도 있을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리 국장은 “(양 전 회장 회사 관련) 임원급은 전부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사성은 앞서 양 전 회장 폭력 사태가 개인적 범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란물 카르텔’에 대한 대대적 수사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몰카, 리벤지 포르노 영상이 유통되는 구조 자체를 뜯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5일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지난 2일 폭행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양 전 회장의 자택과 위디스크 사무실 등 10여 곳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어 3일에는 영상 속 폭행 피해자인 위디스크 전직 직원을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현재 양 씨가 받는 혐의는 △폭행(상해) △강요 △동물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최소 5가지다. 경찰은 양 씨의 추가 범행이 있는지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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