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바로 간다] "나라 땅을 내 땅처럼"..봉이 김선달 울고 갈 '도지' 장사

이지수F 2018. 11. 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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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이지수 기자입니다.

지금 보시는 이 서류는 나라 땅 빌려서 농사짓는 사람들 토지 정보입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정보공개 요청해 받아낸 건데요,

이걸 받은 이유가 있습니다.

"나라 땅을 헐값에 빌린 다음에 자기가 농사 안 짓고 다른 사람한테 다시 빌려줘 임대료 챙기는 사람이 많다“는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현장을 다니며 추적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을 찾아갔습니다.

나라 땅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빌린 A씨가 이 마을에 살고 있어서였는데요.

A씨는 "농사를 짓겠다"면서 혼자서 62만 제곱미터, 그러니까 여의도공원 면적의 약 3배를 나라에서 빌렸습니다.

[마을 주민] "저 위에 사는데…그 사람도 여기 그걸 줬어요, 인삼하는 사람한테. '도지 준다'고 하는데 우리 말로는…"

‘도지준다’는 말, 조금 생소하시죠?

쉽게 말해 A씨가 나라에서 빌린 땅을 다시 남한테 빌려주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마을 주민] "다른 사람 빌려주는 거지. 어느 정도 (임대료) 받고…"

실제로 A씨 한테 땅을 빌려서 인삼 재배하는 농민도 만났는데요.

임대료로 얼마를 줬는지부터 물어봤습니다.

[인삼 재배 농민] "한 평에 1천 원이나 1천 5백 원이나…좀 좋은 땅은 2천원까지 임대료를 줘가면서 해요."

평당 1천 원에서 많게는 2천 원까지 줬단 얘기 들으셨죠?

그렇다면 이 땅을 나라에서 빌리면서 A씨는 얼마를 냈을까요?

평당 130원, 공시지가의 1% 수준입니다.

130원에 빌려서 2천 원을 받았다니 세상에 이런 장사가 또 어디 있을까 싶었습니다.

[인삼 재배 농민] "(몇 평이나 빌렸어요 OO씨 한테) 00씨 한테? 몇 만평 빌렸죠. 몇 만평"

그런데도 이 농민은 A씨가 땅을 안 빌려주면 농사 자체를 지을 수가 없어서 아우디 승용차까지 사줬다고 합니다.

[인삼 재배 농민] "차를 조그만 걸 산다고 하더니 느닷없이 큰 걸 사가지고 와서 그러니…내가 이런 거 사준다고 했냐고 싸울 수도 없고 참 그래서…그냥 차도 사주긴 사줬죠."

이번에는 무밭을 찾아갔습니다.

이 분 역시 A씨한테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무 재배 농민] "(캠코에서 받으신 거예요? 이 땅을?) 땅 주인이 받았겠죠. (A씨 아들 이름으로 돼 있는데 계약은 A씨랑 하셨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그는 A씨가 아들과 딸, 사위 이름으로도 나라 땅을 많이 빌렸다고 했습니다.

[무 재배 농민] "(A씨 따님이 계약된 땅은 어딘지 몰라서…?) 많아요. 여기저기 있다 보니까 어떻게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나라 땅 임대 전국 1위.

헐값에 국가 토지를 빌려 돈을 벌고 있는 A씨를 찾아갔습니다.

집 앞에는 영국산 SUV가 눈에 띕니다.

재임대하면 안 되는 나라 땅을 왜 빌려줬는지 묻자 왜 그걸 따지느냐고 반문합니다.

[A씨/캠코 국유지 최다 임대] "그걸 왜 따져, 뭐 때문에 따지느냐고. (그걸 다른 사람한테 임대를…) 왜 따지느냐고"

인삼밭 하나만 빌려줬고, 무밭은 둘이서 함께 농사지은 거라면서 큰소리를 칩니다.

"둘이 지었어. 내가 돈 대줘서. (혼자 다 지으셔야 되는 거예요, 원칙상으로는) 진짜 씨. 니 맘대로 해봐. 해봐 맘대로."

충청도 사는 아들 명의로도 나라 땅을 빌린 건 어떻게 된 거냐고 했더니 남들도 다 그런다며 화를 냅니다.

[A씨 / 캠코 국유지 최다 임대] "여기 땅이 전부 서울 사람 건데,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아휴 더러워, 가! 가! (그걸 임대를…) 글쎄 그걸 얘기를 진짜 이씨 왜 쫓아다니며 이래, 나 할 일 많다니까."

남들도 다 그런다는 얘기는 이 마을에서는 사실이었습니다.

나라 땅 빌려서 재임대하는 게 여기선 관행이었습니다.

[마을 주민] "지금 여기 있는 건 법대로 하면 다 위법이에요. (산지 빼고 판판한 농지는 전부 다 전대되고 있다고…) 그렇죠 네…"

나라 땅 16만 4천 제곱미터를 빌린 B씨.

주소지만 강원도로 해놓고 실제로는 서울에 살고 있었습니다.

[B씨 땅 관리인/국유지 임대]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양구군)해안면이신거고?) 아, 그렇죠. 사무실은 서초구 남부터미널에 있고요, 집도 서초동이에요."

B 씨 역시 지역 주민에게 땅을 빌려주고 농사를 맡기면서 공동 경작하는 거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저흰 농사 기술이 없잖아요. 자본과 기술이 만난 건데. (실경작 자체는 XX씨가 하는데…)그렇죠."

나라 땅을 빌린 거면서도 자기들이 땅 주인이라는 말까지 합니다.

[B씨 땅 관리인/국유지 임대] "땅 주인이 씨 뿌리는 사람 많지 않습니다. 농민과 땅 주인과의 관계성이 얼마나 돈독하냐… (땅주인은 캠코…?) 그렇죠. 원칙은 그게 원칙이죠."

방금 이 분이 원칙이라고 했는데 이 마을에선 원칙이니 규정이니 하는 말이 딴 세상 얘기로 들렸습니다.

[마을 주민] "나라 땅으로 장사를 하고 있는 거야. 사업을 하고 있는 거야 나라 땅으로.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

나라 땅 빌려주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에 왜 이 지경이냐고 물었더니 “적발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신고도 없고해서 힘들다"고 했습니다.

[배성범/캠코 춘천지부장] "저희가 조사를 합니다. 실제 경작자가 누군지 끝까지 추적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적인 문제점이라고…"

정말 어려운 걸까요?

앞서 언급한 인삼밭 하나만 따져보겠습니다.

규정에 따라 인삼재배업자는 한국인삼공사에 누가 밭을 실제 경작하는지 보고해야 합니다.

[인삼공사 직원] "(여기 경작을 실제 하시는 분이 누구세요?)OO 씨. (OO씨 혼자하세요?) 네네."

인삼공사에 전화 한 통만 해봐도 알 수 있는 걸 여태껏 그냥 손 놓고 있었다는 얘깁니다.

[마을 주민 ] "(조사 안 나와요? 캠코에서?) 안 나와요. 이건 분명히 뭔가가 아주 있는거예요. 원래 못 하게 돼있잖아. 근데 당연히 하고 있잖아."

어디 여기 뿐이겠습니까?

내일은 나라 땅으로 돈벌이하는 전국 곳곳의 다른 사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바로 간다 이지수입니다.

이지수F 기자 (jisu@m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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