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미스트..그리고'

손석희 2018. 11. 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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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거리는 순식간에 자욱한 안개에 휩싸입니다.

그 안개와 함께 등장한 정체 모를 생명체는 닥치는 대로 사람을 해치기 시작하죠.

"바깥에 무시무시한 것이 있다"

2007년에 만들어진 영화, '미스트'의 한 장면.

크게 히트한 블록버스터급은 아니지만, 미지의 공포와 이를 겪어내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묘사해서 나름의 평가를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괴물을 피해 마트에 갇힌 사람들은 저마다 갈등하면서 동요합니다.

누군가는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누군가는 괴물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종말이 온 것이다,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그것은 자욱한 안개 속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위협에 의한 공포였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어떤가.

불행하게도 영화 '미스트'를 보는 내내 떠오른 것은 바로 우리가 사는 이 공간.

무언가 그 안에 도사리고 있을 것만 같은 뿌연 먼지의 습격.

지금까지 알려진 연구 결과만 보자면 미세먼지는 사람의 죽음을 앞당기고 태아의 호흡기를 위협하고 치매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우울증과 폐암, 구강암, 당뇨, 신부전…

심지어 소아 고혈압의 발생 수치까지 높인다 하는데.

더구나 아직 그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제대로 알지를 못할 정도이니…

대비책이라고는 고작 마스크가 전부인 시민들은 열 사람 중의 여덟 사람 이상이 미세먼지가 두렵다고 답했고, 그 수치는 심지어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보다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영화 '미스트' 속 그 괴물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안갯속에 감춰진 괴이한 생명체는 국가의 주도하에 진행된 무분별한 과학실험으로 인해서 생겨난 위험이었습니다.

다른 세계의 문이 열리면서, 안개와 함께 정체불명의 생명체들이 이쪽 세계로 건너오게 된 것이었지요.

오늘의 이 치명적인 자욱함 또한 인간이 자초한 재앙.

바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나라를 탓하기는 쉬우나.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하늘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손을 놓고 있었던 스스로의 탓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바깥에 무시무시한 것이 있다"

영화 '미스트' 속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창밖을 내다보는 우리도 역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 관련 리포트
우려되는 환경문제 1순위…'미세먼지' 만큼 답답한 정부 대책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475/NB117234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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