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는?

이혜리 기자 2018. 11. 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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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양심적 현역 입영 거부만 “형사처벌 안돼” 판결
ㆍ예비군 훈련 거부 4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경기도의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을 들고 시가지전투 훈련을 하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1일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아 또 다른 쟁점이 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6월 현역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승헌씨 사건 외에 예비군 훈련을 거부해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모씨 사건도 함께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지난 8월30일 공개변론 때도 두 사건을 함께 심리했다. 현역 복무를 마친 뒤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된 남씨는 지난해 예비군 훈련 소집 통지에 불응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1일 남씨 사건을 빼고 오씨 사건에 대해서만 판결 선고를 했다. 지난 6월28일 헌법재판소도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이 위헌이라면서도 향토예비군설치법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고 넘어갔다. 6일 현재 예비군 훈련 거부자 사건은 대법원에 4건 계류돼 있다.

예비군 훈련 거부는 양심에 따른 결정이라는 점에서 현역 입영 거부와 같지만 다른 쟁점도 있다. 현역 입영 때 집총 훈련 등을 이미 받았는데 그 이후 종교적 신념을 가지게 된 사례라는 점에서 소위 ‘변경된 양심’을 병역거부 처벌의 예외사유인 ‘신념이 깊고 확고한 양심’으로 볼 수 있는가이다. 남씨 사건의 주심인 박상옥 대법관이 공개변론 때 “집총 훈련을 한 현역 시절의 본인 행동을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게 대표적이다.

남씨 측 이창화 변호사는 “현역 입영 거부와 예비군 훈련 거부는 둘 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동으로 동일하게 봐야 한다”며 “예비군 훈련 거부자들이 몇 차례 훈련에 참여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처벌을 감수하는 것은 그런 훈련조차 받을 수 없다는 진지하고 확고한 양심상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법원 판결을 보면 예비군 훈련 거부는 대체로 벌금형을 받아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는 현역 입영 거부보다 형량이 낮다.

이번 대법원 판결 취지를 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두진 변호사는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본질적인 지점을 판단했기 때문에 이에 준해 예비군 훈련 거부도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병역의무 이행이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기 때문에 불이익에 따른 어떠한 제재라도 감수하고 거부한 것”이라며 “이들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현역 입대 전 단계뿐만 아니라 예비군 단계에서도 대체복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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