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생에너지 비중 2040년까지 25∼40%로 확대해야"

입력 2018.11.07. 08:36 수정 2018.11.0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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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권고안
"수요관리 통해 소비량 현 수준 유지
전기요금 체계 개편 로드맵 수립을"

[한겨레]

클립아트코리아.

지금까지 ‘안정적 공급’에 방점이 찍혔던 정부의 중장기 에너지 정책 방향에 ‘효율성 제고를 위한 수요관리’가 더해질 전망이다. 또 현재 제시된 정책 목표인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0%’를 달성하더라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추세와 국내 여건 등에 맞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40년까지 25∼40%까지 추가·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워킹그룹’(민간 전문가 모임)은 7일 ‘안전하고 깨끗한 국민참여형 에너지시스템 구현’을 비전으로 하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제출했다.

에너지기본계획이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정부가 5년 주기로 수립해야 하는 20년짜리 에너지 분야 최상위 행정계획이다. 지난해 발표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다양한 에너지 가운데 전력 분야에 초점을 맞춰 미래 수요를 전망하고 발전원별 설비 계획을 종합한 것이라면, 에너지기본계획은 더 광범위한 에너지 정책을 아우른다.

■ 효율적 수요, 친환경 공급

김진우 연세대 교수를 총괄위원장으로 학계·시민사회·산업계의 에너지 분야 전문가 70여명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은 지난 3월 출범 뒤 7개월에 걸친 분과(총괄, 수요, 공급, 갈등관리·소통, 산업·일자리) 활동 등을 통해 이번 권고안을 만들었다.

이들은 현재의 수요 흐름과 기술 변화 등을 고려하면 최종 에너지 소비(원료용 제외)가 지난해 1억7600만toe(석유환산톤·원유 1t을 연소할 때 나오는 에너지)에서 매년 0.8%씩 늘어 2040년에는 2억1100만toe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최종 에너지 소비가 2040년엔 줄어들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워킹그룹이 제시한 최종에너지 목표수요는 2030년 1억7950만toe 정점을 찍은 뒤 2040년 1억7660만toe로 낮추는 것이다.

최종에너지 소비 절감을 위한 수요관리 수단으로는 기존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제로에너지 빌딩(태양광·지열 등을 활용한 에너지 자립 빌딩) 확대 △전기차 보급 확대 등에 더해 △에너지 가격·세제 변화 △전기요금 체계 조정 등이 권고됐다.

에너지 가격과 세제에 환경비용이나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 사고 위험비용 등 외부비용을 제대로 반영하고 화석연료 보조금은 단계적으로 폐지해 석탄·원자력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쓸 수 있게끔 했던 시장 ‘왜곡’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또 전압별 전기요금제와 선택형 요금제를 중장기적으로 확대 도입해 전력 수요의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워킹그룹은 정부에 2019년까지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위한 로드맵 수립을 권고했다.

한편, 공급 측면에서는 환경과 에너지안보 제고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이 계속 확대돼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다만 워킹그룹은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2016년 기준 폐기물 제외 2.9%)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34위로 매우 낮고, 계통 유연성과 주민 수용성 등 여러 제반 여건에 따라 보급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2040년 재생에너지 목표 발전 비중을 25∼40%로 폭넓게 제시했다.

애초 지난 8월 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 중간발표가 진행됐을 때만 해도, 워킹그룹이 권고할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2040년 기중 30% 이상으로 가닥히 잡힌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날 제출된 권고안을 보면, 워킹그룹은 2030년 뒤 추가로 재생에너지가 얼마큼 보급될 수 있는지를 두고 신중한 모습이다. 워킹그룹은 권고안에서 “재생에너지 설비 소요 대비 입지 잠재량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중장기적인 기술·시장·계통여건 등의 변화 전망을 종합적, 주기적으로 검토하며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40년 변화된 미래 모습. 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제공

■ 4차 산업혁명 이끌 ‘스마트’ 에너지 산업 키워야

수요·공급 측면에서의 권고와 별개로 워킹그룹은 에너지산업 혁신성장 동력을 키워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구글,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정보통신(IT)·통신·벤처 기업들이 잇따라 에너지신산업 분야에 진입해 원격 에너지제어시스템이나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출시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에너지 분야에서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지 않고 있다. 워킹그룹은 규제·중앙집중형 산업구조와 낮은 전기요금이 새 비즈니스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봤다. 또 정부 정책이 ‘산업 육성’ 보다는 설비 등 ‘보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도 한계라고 지목했다.

이에 워킹그룹은 육성 가능한 ‘스마트 에너지 신산업’으로 가상발전소와 국민 수요자원거래(DR) 시장, 브이투지(V2G) 등을 제시했다. 가상발전소는 태양광, 풍력 등 소규모 분산 전원을 묶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종류의 전력중개시장에서 분산 전원이 생산한 전력과 필요한 수요를 적재적소에 ‘매칭’하는 블록체인 기술 등이 필요하다.

또 전력수요가 많을 때 사전에 계약한 만큼 절전하면 보조금을 받는 수요자원거래 시장을 현재 공장·빌딩 등 대규모 사업장 중심에서 가정·상가로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신산업과 서비스가 육성될 수 있다. 충전된 전기차를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활용해 다른 곳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하는 브이투지 기술도 한국이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꼽힌다.

이 밖에도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는 에너지 자립과 동북아 에너지 협력, 에너지 복지 확대 등을 위한 폭넓은 정책 대안이 담겼다. 산업부는 이번 권고안을 두고 관계부처 협의와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3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안이 에너지위원회와 녹색성장위원회, 국무회의에서 차례대로 심의·의결되면 최종 확정돼 고시된다.

세계 에너지 시장 동향 보니…원전↓ 재생에너지↑ ‘뚜렷’

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권고안은 국내 에너지 정책이 과도하게 석탄·원자력 중심의 공급 정책에 기울어져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만들어졌다. 다만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확대 목표치는 국내 여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워킹그룹은 권고했다. 그렇다면 국외 주요국들은 어떤 에너지 중장기 정책을 추진 중일까.

에너지 전환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발전원별 발전량 비중을 보면 원전 발전 비중은 1995년 23.8%에서 2016년 17.9%로 낮아졌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17.8%에서 24.6%로, 천연가스 발전비중은 12.5%에서 27.5%로 늘어났다. 한국의 원전 발전비중이 2016년 기준 29%, 재생에너지가 폐기물 제외 2.9%인 것과 대조적이다.

설비 투자 통계에서도 에너지전환 추세가 나타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낸 ‘2017년 세계 에너지 투자’ 현황을 보면 전체 신규 설비 투자 가운데 73.2%(1390억달러)가 재생에너지였다. 화석연료는 22.6%(430억달러)였고 원자력은 4.2%(8억달러)에 불과했다. 이처럼 에너지전환이 촉진됨에 따라 국제에너지기구는 2050년 전 세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합의 0.8%(1.6조달러)가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효율 개선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성장 동력도 키운다는 것이다.

특히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열심이다. 독일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로, 영국은 2020년 30%로, 프랑스는 2030년 40%로, 일본은 2030년 22∼24%로 확대하기로 관련법과 규정에 명시했다. 한국이 2030년 20%로 확대하기로 한 것에 견주면 훨씬 높은 목표다.

에너지 소비 감축 정책 수위도 한국보다 독일, 일본 등이 훨씬 강하다. 독일은 2014년 2월 에너지효율에 관한 국가 행동계획을 수립하고 1차 에너지소비를 2008년 대비 2020년에 20%, 2050년 50%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은 2030년 전력수요를 2013년 수준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에너지 소비 감축이 경제 저성장에 따른 ‘불운한 결과’라는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이들 국가는 사회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소비 감축을 적극 추진 중인 것이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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