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끝났으니 원상 복원" vs "세계 최고 스키장 유지해야"

이성현 기자 2018. 11. 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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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건설한 강원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이 올림픽 이후 복원 문제를 놓고 지역사회와 환경단체, 정부를 중심으로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전경. 강원도 제공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 사후처리 싸고 논란

‘사후활용 포함 복원’ 조건부로

평창올림픽때 스키장 전용승인

산림청 복원계획 심의 3차회의

환경단체“약속대로 복원 이행

산림자원보호구역 환원해야”

강원도“철거폐기물만 7만여t

전면복원땐 오히려 2차 훼손”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건설한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 알파인 스키장 처리 문제를 놓고 지역사회와 환경단체, 중앙 정부를 중심으로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환경단체와 환경부, 산림청은 올림픽이 끝났으니 약속대로 스키장을 전면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강원도와 체육계는 전 세계의 극찬을 받은 명품 스키장을 일부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산림청 중앙산지관리위원회는 오는 3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제3차 회의를 열고 강원도가 제출하는 알파인 경기장 복원계획을 심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인 ‘복원이냐 존치냐’를 놓고 여전히 견해차가 커 3차 회의에서도 결론이 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최고 시설 vs 환경 훼손 = 알파인 경기장을 둘러싼 환경훼손 논란은 2011년 7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성공 직후 시작됐다. 가리왕산은 △출발지점과 결승지점의 고도차 800m 이상 △평균 경사도 17도 이상 △슬로프 연장 길이 3㎞ 이상 등 국제스키연맹(FIS)의 규정을 충족하는 유일 지역이라는 이유로 경기장 부지로 낙점됐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해발 1561m의 가리왕산은 원시림을 보유하고 있고 경기장 부지 중 33㏊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 포함돼 있어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다며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산림청은 2014년 3월 알파인 경기장 건설을 위한 산지전용을 조건부 승인했다. 주요 승인 조건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이전까지 사후활용 방안이 포함된 복원계획 수립이었다.

이후 강원도는 국비와 지방비 2064억 원을 투입해 183만7291㎡ 규모로 경기장을 건설했다. 설계 당시 경기장 면적은 가리왕산 중봉 일대 260만8000㎡였으나 산림 훼손 최소화를 위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주를 이루는 중봉을 피해 하봉으로 위치를 옮겼다. 또 남녀 코스를 통합해 경기장을 축소하는 등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우여곡절 속에서 완공된 경기장은 올림픽을 치르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스키장”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전면 복원이냐, 존치냐 갈등 = 환경단체와 산림청은 알파인 경기장의 복원 및 존치 문제는 강원도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IOC에 제출한 유치신청서에도 대회 이후 전면 복원을 약속한 만큼 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파인 경기장 전면복원 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환원을 원칙으로 복원 계획을 전면 재수립하라고 강원도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강원도와 정선군을 비롯한 국내외 체육계는 경기장 존치를 주장한다. 2064억 원을 들여 지은 명품 스키장을 일회용으로 허물기보다는 생태환경 학습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리왕산 상층부의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은 생태 복원하고 하층부는 일반 스키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스키장 곤돌라와 운영도로 등은 올림픽 유산으로 활용도를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장 건설 당시 올림픽 이후 전면 복원을 약속했다는 산림청 주장에 대해서는 “2013년 올림픽 대회지원위원회에서 지역사회 활성화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알파인 경기장을 사후활용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며 “이를 무시한 채 전면 복원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지방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면 복원 시 2차 환경훼손 우려 = 산림청과 환경부의 요구대로 경기장을 원상 복원할 경우 2차 환경피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강원도에 따르면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는 최대 지하 60m 깊이에 대형 배수로 364m, 지름 30㎜ 크기의 제설관 5.4㎞, 우수관 2.3㎞, 전기통신선 27㎞가 매설돼 있다. 또 3.5㎞의 곤돌라를 설치하면서 기초 콘크리트 기둥 41개소, 승하차장 10개소 등의 인공구조물이 들어서 있다. 이에 따라 복원을 강행할 경우 인공구조물 및 지하매설물 철거에 따른 폐기물만 7만여t에 달하며 지형을 원래대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35만t의 땅을 또다시 파헤쳐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관계자는 “산림청이 평창올림픽 유치 후 알파인 경기장을 산림복지단지로 조성해 세계적 수준의 관광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 = 이성현 기자 sunn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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