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정말 사람 말귀를 알아들을까

2018. 11. 8. 09: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개는 나의 명령을 곧잘, 그것도 다른 개들보다 훨씬 잘 알아듣는다.'

개 주인의 4분의 1은 자신의 반려견이 남의 개보다 더 똑똑하다고 믿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스 효과'를 막기 위해 이들 개 실험에서 주인은 개가 보이지 않는 다른 방에서 명령했다.

연구에 참여한 애슐리 프리처드 이 대학 심리학과 박사과정생은 "개에게 재주를 가르칠 때 종종 말로 하는데 그것은 사람이 선호하는 수단일 뿐 개 입장에서는 시각적 명령이 훨씬 재주를 쉽고 빠르게 배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니멀피플] 조홍섭의 멍냥이 사이언스
단어 1천개 이상 구분하는 '천재' 개도
개 두뇌 연구 결과 단어 처리 뇌 영역 확인
개가 단어 사이의 차이를 안다는 사실이 훈련시킨 개의 뇌 단층촬영 영상을 통해 확인됐다. 연구에 참여한 개 에디. 그레고리 번스, 에모리대 제공.

‘개는 나의 명령을 곧잘, 그것도 다른 개들보다 훨씬 잘 알아듣는다.’

개 주인의 4분의 1은 자신의 반려견이 남의 개보다 더 똑똑하다고 믿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과연 개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까. 아니면 단지 조건 반사일 뿐, 사람에 대한 뛰어난 공감 능력 덕분에 그렇게 보이는 걸까.

집에서 직접 실험해 봐야 실패할 공산이 크다. 개는 주인의 말 자체보다는 어조와 손동작, 시선 등을 단서로 의도를 귀신같이 파악한다.

이와 관련해 한 세기 전 ‘영리한 말 한스’ 사례가 유명하다. 독일에 한스란 산수를 잘하는 말이 있었다. 주인이 4 곱하기 3은 뭐냐고 물으면 앞발을 열두 번 구르고, 16의 제곱근을 물으면 네 번 굴렀다. 치솟던 한스의 인기는 한 심리학자가 주인이 있을 때만 한스가 정답을 맞힌다는 사실을 들춰내면서 끝났다. 한스는 발을 구르면서 주인의 긴장이 정답에 이르렀을 때 풀리고 모자 챙이 위로 올라간다는 단서를 주인도 모르게 알았다.

영리한 말 한스와 주인 오스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스는 동물인지 연구에서 ‘영리한 한스 효과’란 실험 교훈을 남겼다. 리코는 한스 만큼 유명한 목양견인 보더 콜리 품종의 개다. 줄리아 피셔 등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들은 2004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이 개가 200개의 단어를 안다고 보고했다. 리코에게 낯선 단어와 장난감을 보여준 뒤 찾아오라고 시켰더니 아는 장난감 속에서 낯선 단어와 일치하는 새 장난감을 찾아냈다. 리코는 이 기억을 4주 뒤에도 유지했다.

연구자들은 아이가 처음 말을 배울 때 새 단어의 뜻을 대충 빨리 기억하는 ‘패스트 매핑’ 기법을 쓰는데, 이 개도 그런 능력을 지녔다고 밝혔다. 이후 리코의 기록은 다른 보더 콜리에 의해 잇달아 깨졌는데, ‘체이서’란 개는 1022개 단어까지 알았다. ‘한스 효과’를 막기 위해 이들 개 실험에서 주인은 개가 보이지 않는 다른 방에서 명령했다.

1000개 이상의 단어를 구분하는 양치기개 체이서.

리코나 체이서는 예외적으로 비범한 개다. 보통 개들이 과연 단어를 이해하는지 알려면 주인의 말이 아닌 개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미국 에모리대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 등은 인간과 개가 인지 과정에서 비슷한 뇌 지역이 관여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독특한 실험을 해 왔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장치(fMRI)에 가만히 엎드려 있도록 개를 훈련시킨 뒤 개의 어떤 뇌 영역이 활성화하는지 본 것이다. 번스 등은 과학저널 ‘신경과학 최전선’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실험을 통해 개가 익숙한 단어와 낯선 단어를 구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개에게 낯선 단어를 말했을 때 청각 영역의 뇌가 크게 활성화했는데, 이 부위는 사람으로 치면 어휘의 차이를 처리하는 곳이다. 번스는 “개들마다 사람의 말을 배우고 이해하는 정도와 동기는 다르겠지만, 분명히 개들이 배운 단어들의 의미를 신경학적으로 처리하는 뇌 영역이 있는 것 같다. 파블로프의 단순한 조건반사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말을 통해 사람과 개가 가장 효과적으로 소통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개는 말보다는 시각적, 후각적 단서에 잘 반응한다. 연구에 참여한 애슐리 프리처드 이 대학 심리학과 박사과정생은 “개에게 재주를 가르칠 때 종종 말로 하는데 그것은 사람이 선호하는 수단일 뿐 개 입장에서는 시각적 명령이 훨씬 재주를 쉽고 빠르게 배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richard A, Cook PF, Spivak M, Chhibber R and Berns GS (2018) Awake fMRI Reveals Brain Regions for Novel Word Detection in Dogs. Front. Neurosci. 12:737. doi: 10.3389/fnins.2018.0073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