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바닥으로 내려온 낙엽
권혁재 2018. 11. 9. 00:02
11월답게 고운 낙엽이 나부꼈습니다.
가을비에 내려앉은 잎이 화단을 덮었습니다.
잎은 나무에서 바닥으로 한꺼번에 자리를 바꾼듯합니다.
오래지 않아 잎으로 온전히 덮일듯합니다.
푸름에서 붉음까지 제각각인 채로 내렸습니다.
지나는 길에 정류장 처마마다 잎들이 내렸습니다.
내린 잎들이 한 폭마다 그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낙엽 건반을 따라 남산 소월로로 들어섰습니다.
차마 지르밟기 미안한데 단풍은 속절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끝 간 데 없이 노랑이 이어집니다.
길가 은행잎이 온전히 내려 노란 카펫이 된 듯합니다.
잎이 죄다 내려앉은 길엔 어느새 나목만 덩그렇습니다.
이 길 끝에 또 다른 계절이 나타날 것만 같습니다.
빗속을 걸으며 사진을 찍은 터라 옷, 신발, 가방, 휴대폰이 흠뻑 젖었습니다.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서다 낙엽 그득한 길에서 멈추어 섰습니다.
낙엽이 길을 덮고 벤치를 덮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다시 비에 젖은 휴대폰을 꺼냈습니다.
바닥으로 내려온 낙엽에 또다시 젖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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