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법인세는 오르고, 규제는 많고".. 해외로 떠나는 기업들

김건호 2018. 11. 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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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한국경제위기론①]그들은 왜 해외로 떠나는가

“법인세도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고 굳이 한국에서 기업할 이유가 있을까요.”

8일 경기도에서 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대표 김모(38)씨는 현재 동남아 공장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낮은 법인세에, 인건비까지 고려하면 시설투자를 한도해도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김씨는 “솔직히 기업 입장에서는 이윤을 추구하면서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하는 것 아니냐”며 “기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한국에서 기업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 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도 대부분 동남아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국내 제조업체가 해외 공장 설립 및 증설 등으로 해외에 투자한 금액이 역대 최대인 74억달러였다. 국내 설비투자액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연속 마이너스인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정부의 법인세 인상에 인건비 상승 등은 기업 대표들에게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할 이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왜 그들은 한국을 떠나 먼 이국으로 떠날까.

◆법인세에 인건비까지…떠나는 기업들

기업들이 꼽는 가장 큰 문제는 법인세다. 합당한 만큼의 법인세를 내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당연한 결과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국제적 흐름에 맞춰 법인세율을 조절해왔다. 기업의 성장은 투자로 이어졌고, 이는 구직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그동안 국제적 흐름에 맞춰 2009년에는 OECD 국가 중 20위, 2011년 19위, 2014년 17위, 2016년 16위 등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고, 미국 등이 법인세율을 인하하면서 우리나라 법인세율 순위가 2018년 기준 7위로 올라 법인세 고세율 국가로 진입했다.

우리나라보다 법인세율이 높은 국가는 프랑스(33.3%), 호주(30%), 멕시코(30%), 벨기에(29%), 그리스(29%), 뉴질랜드(28%) 뿐이다.

OECD 국가들 중 최근 5년간 법인세를 인상한 국가는 6개 국가로 라트비아, 칠레, 그리스, 한국, 터키, 슬로베니아에 불과하고, 미국, 일본, 영국, 덴마크, 이태리, 이스라엘, 벨기에, 스페인 등 14개 국가는 법인세율을 오히려 인하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과 법인세율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반기업적인 정책들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가 감소하고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이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해외 설비 투자는 늘고, 국내 설비 투자는 줄고

이제 기업들은 해외 설비 투자 등을 진행하며 근거지를 외국으로 옮기고 있다. 올해 해외 직접투자액의 증가는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총 74억달러로 198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많았다. 이전까지 제조업체의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해외투자액은 2013년 47억달러였다.

지난해 상반기 제조업체 해외투자액은 29억달러였는데 올 상반기에는 그보다 2.5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올 상반기 제조업체 해외투자액은 작년 한 해 투자액(79억달러)과도 맞먹는 규모다.

제조업에 금융·서비스업 등 다른 업종까지 더한 전체 해외투자액은 올 상반기 기준 227억달러였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 투자한 금액(외국인 직접투자)은 101억9000만달러였다. 125억달러 이상이 순유출된 셈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액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237억달러였는데 2년 연속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국내 시설투자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리 기업들은 국내 시설투자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올 8월 설비투자는 전달에 비해 1.4% 감소했다. 3월 7.6% 감소한 이후 6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9월~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한 이후 약 20년 만의 최장기간이다.

◆“도대체 규제는 언제 풀리나요”…한 IT 대표의 고백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을 하는 한 기업의 임원 이모씨는 8일 “현재 블록체인 사업은 불법 도박장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며 “벤처기업 인증에서는 제외됐고, ICO도 전면금지된 상태에서 더 이상 한국에서 기업을 할 이유가 있냐”고 반문했다. 현재 이 업체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암호화혜를 발행해 기업들이 투자금을 조달하는 ICO를 해외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의 규제개혁 리스트 가운데 겨우 인터넷전문은행법 하나만 통과됐다. 빅데이터와 원격의료 등 혁신분야의 규제완화는 언제 이뤄질지 알수 없다.

현재 스위스는 증권형 토큰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세금과 거래규칙을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토큰을 따로 분류하진 않았지만 증권형 토큰의 거래를 인정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국내에서 은행계좌가 막히고 ICO를 하지 못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동남아시아 국가로 이동하면서 블록체인 주도권이 동남아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씨는 “현재 블록체인 시장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라 제대로 된 규제를 하고, 명확한 규정을 두라는 것”이라며 “기업이 남아서 살아남아야 보다 많은 직원을 채용할 건데, 현재 계속된 정부 규제로 인해 관련 업체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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