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임야 태양광', 한반도의 '허파'를 공격하다

박승옥 공주 사회적경제네트워크 대표 2018. 11. 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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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개헌 총선, 마을에서부터 ②] 문재인 정부도 못 막은 임야 파괴

[박승옥 공주 사회적경제네트워크 대표]

 
인류 최초의 도시국가가 출현했던 지금의 이라크 사막 지역은 과거 수메르 시대에는 울창한 숲이었다.

거대 석상 모아이로 널리 알려진 폴리네시아 군도의 섬 라파누이(이스터 섬)는 한 때 울울창창한 원시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무 자체가 아예 없는 황량한 풍경과 모아이 석상만을 관광 볼거리로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왜 이렇게 되고 말았을까.

간단하다.

사람들이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나무를 자르고 숲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수메르 사람들도, 라파누이 원주민들도 나무를 에너지원으로 의식주를 해결했다. 나무를 잘라 모아이 석상과 수메르 문명을 건설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도시 자체의 종말과 끔찍한 카니발리즘(식인 풍습)이었다.

그런데 21세기 기후변화의 종말론이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체제 전환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에서 한반도 숲이 대규모로 파괴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의 산에 암세포처럼 확대되고 있는 임야 태양광이 그 주범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공주시의 경우 충청남도에 허가 신청된 것을 포함, 임야 태양광 허가 신청 면적은 어림잡아 수십만 평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농촌 지역 시 군별로 남산 절반 정도의 숲이 임야 태양광 때문에 사라질 판이라고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다. 한반도 남단의 거의 모든 숲과 나무들이 사시나무 떨듯 공포에 질린 모습이 눈에 훤하다.

2018년 여름, 한국인들은 살인적인 폭염으로 인해 이미 지옥문이 열린 기후변화 실태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5년 전인 2013년에 임계점이라고 알려진 400ppm을 훌쩍 넘었다.

그런데 이 같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흡수하는 자연자원이 지구상에 딱 둘이다.

숲과 물(바다, 호수, 강 등)이다. 숲은 소리 없는 살인자인 미세먼지까지 빨아들인다. 인간이 만든 공기청정기와 비교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천연 공기청정기이자 한반도의 허파다.

그래서 북반구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나뭇잎이 우거지는 봄부터 가을까지 옅어지고 침엽수 바늘잎만 남은 겨울에는 짙어진다.

인류가 핵과 화석연료 에너지 체제에서 햇빛발전, 바람발전 등의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기후변화 때문이다. 지금도 시시각각 짙어만 가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그런데 숲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임야 태양광 발전소를 세운다?

강을 살린다고 부르짖으며 녹조라떼로 4대강을 목 졸라 죽인 이명박 정부 시기와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임야 태양광, 박근혜-관피아 적폐가 만든 암 세포 덩어리

임야 태양광이야말로 관료를 개혁의 주체로 삼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대규모 임야 태양광 발전소 건립이 가능해 진 것은 2014년 세월호 사건 직후인 박근혜 정권 때의 관련 조치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 임야에 햇빛발전소를 지어봐야 돈벌이가 되지 않았다. 가중치 제도 때문이었다. 2014년 이전 임야의 가중치는 0.7이었다. 

이런 가중치 부여제는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에너지 단체와 환경단체의 강력한 활동 덕분에 생겼다.

그런데, 2014년 9월 산자부와 에너지공단은 갑자기 고시를 개정해서 5개 지목(전, 답, 임야, 과수원, 목장부지)의 구분을 폐지하고 이른바 유휴부지 활용을 극대화한다는 미명 아래 2015년 3월 12일부터 임야 가중치를 1.0으로 상향 조정했다.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임야를 대규모로 소유한 에너지 재벌들과 관피아 간 부패 커넥션이 작동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임야와 논밭은 햇빛발전소가 설치되면 잡종지로 지목변경이 되고 땅값이 올라간다. 임야 태양광은 토지 투기까지 하는 일석이조의 사업이다. 그러니 돈이라면 기후변화고 나발이고 지옥에라도 뛰어들 만반의 채비가 갖추어진 에너지 재벌과 기획 태양광 사업자들이 아귀처럼 달려들어 로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는 다행히 뒤늦었지만 2018년 6월 26일 고시를 개정, 약 4년 만에 박근혜 정부 적폐인 임야 태양광 가중치를 1.0에서 0.7로 되돌렸다.

문제는 산림청이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 이전에 신청만 해도 임야 태양광의 잡종지 지목 변경을 해 준다며 대놓고 전국의 기획 태양광 토지 투기꾼들에게 광고를 했다는 데 있다. 지금 전국의 농촌 지역 지자체는 홍수처럼 밀려드는 임야 태양광 허가 신청과 임야 태양광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햇빛발전, 주택건물-공장-축사 지붕과 도로, 다리, 제방에서부터

에너지 전환은 돈 중심의 에너지 체제에서 사람 중심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돈벌이와 사업 중심의 정부 정책과 제도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의 삶을 중심에 놓는 정부 정책과 제도로 에너지 정책을 바꾸는 것이다.

임야 태양광 난립 문제는 자치단체별로 태양광 공론화위원회를 개최해 에너지 주권자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기만 해도 해결된다.

국민주권과 국민참여를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은 한국의 에너지 체제를 바꾸는 일대 전환점이었다.

그러나 2030년까지 햇빛발전소 39.8GW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임야 태양광이 불가피하다는 일부 관료들과 업자들의 주장에 그 뜻이 표류하고 있다. 임야 태양광 홍보는 한마디로 국민을 우롱하는 가소로운 얘기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기존 부지를 이용해서 햇빛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장소는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도 주택-건물과 공장-창고 지붕 면적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거기다 전국의 도로와 다리, 주차장과 제방에 햇빛발전소를 건설하면, 지금 난리가 난 고용쇼크를 치료할 수 있는 질 좋은 미래 대안 일자리인 햇빛발전 청년 일자리가 수만 개 이상 새로 만들어진다.

문재인 정부 개혁 성공, 적폐 청산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왜 임야 태양광과 달리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주택건물 지붕에는 전력을 판매하는 소형 햇빛발전소가 퍼지지 못하고 있을까.

이 또한 박근혜의 세월호 적폐 때문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직후 박근혜 정부는 전 부처에 안전관련 규제 강화를 지시한다. 이때 산자부는 엉뚱하게도 한국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센터 소관 업무인 공급의무화 제도(RPS) 규칙에 ‘구조안전확인서’ 조항을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사업용 햇빛발전소를 지을 때 구조안전확인서를 첨부해야만 정부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쉽게 말해 주택건물 지붕 위에 햇빛발전소를 지어 전력 판매를 하기 위해 2005년 신재생에너지법 시행 이래 지금까지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구조안전확인서 제출 절차를 추가한 것이다.

얼핏 보면 안전이란 말이 들어가 안전 관련 규제 강화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혀 아니다. 똑같은 지붕 위에 5kW 용량의 소형 햇빛발전소를 짓는 데 사업용이 아닌 자가용의 경우에는 구조안전확인서가 필요 없다. 그리고 모든 건물은 신개축할 때 반드시 구조안전확인 절차를 거친다. 독일의 한 전문가는 한국의 태양광 구조안전확인서 절차 얘기를 듣고는 한국의 주택건물은 모두 부실시공이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구조안전확인서를 받기 위해서는 건축구조기술사 또는 건축시공기술사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보통 100만 원~200만 원이 들어간다. 5kW의 지붕 햇빛발전소를 약 800만 원으로 지을 수 있는데, 전력을 판매하려면 시공비의 20%가 넘는 구조안전확인서 비용을 더 들여야만 한다. 이 돈을 들여 전기를 팔면 적자다. 이게 말이 되는가.

박근혜가 세월호의 꽃다운 학생들만 죽인 게 아니다. 지역 주민과 국민 참여, 에너지 민주주의의 핵심 수단인 주택건물의 소형 지붕 햇빛발전소까지 죽였다.

2017년 9월 산자부는 에너지자원정책국장 주재로 신재생에너지 제도개선 간담회를 열어 에너지공단 실무자에게 구조안전확인서 문제의 개선 검토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2018년 초 인사이동으로 산자부 국장, 과장, 담당자가 모두 바뀌었다. 그리고 에너지공단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안전 문제이기 때문에 제도 개선이 어렵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고 있다. 산자부의 지시도 뭉개버리고 시행하지 않는 막강한, ‘아직도 박근혜 권력 기관’이 에너지공단이다.

대통령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은 바뀌었다. 그러나 장관 아래 관피아 부패동맹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들로 인해 문재인 정부 개혁은 벌써 밑에서부터 조용히 힘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 새로 부임한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발전사업자들의 공동구매 방식으로 구조안전확인서 비용을 20~30만 원 대로 대폭 낮추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기대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전과 발전자회사, 재벌에너지 기업 중심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전략은 에너지 독재 체제의 유지 확대다. 이명박근혜 체제의 부활이다. 산피아, 한전과 발전자회사, 에너지공단 등의 적폐를 청산하지 못하면, 3020 정책의 미래는 명백히 실패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박승옥 공주 사회적경제네트워크 대표 (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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