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만난 백종원 "기업에겐 정부가 甲..잘 봐주세요"
文, 재계 단체·기업인 만나
"대기업·中企 동반성장" 강조
정부, 기술탈취 피해기업 구제
집단소송제 범위 확대 등 추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상생협력을 주제로 토론하면서 정부에 '기업 기 살리기'를 주문했다. 이날 코엑스 내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회의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등 관계부처 수장들이 참석해 공정경제 성과를 발표하고 향후 추진 계획을 논의했다. 이어 백 대표를 포함해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 안희규 대한웰빙은박 대표, 박효순 빽다방 가맹점주 등이 참여하는 '상생사례 토크콘서트'가 열려 대·중소기업, 가맹본부·가맹점 간 상생협력 사례가 소개됐다. 백 대표는 이 자리에서 "사실 저희(기업)한테는 정부가 갑"이라며 "(정부가) 이럴 때 '을(기업)'도 잘 보살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더본코리아 내 11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백 대표는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상생은 같이 산다는 의미지 어느 한쪽에서 양보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가맹점과의 상생 방안에 대해 그는 "로열티를 인하한다든지 필수 품목을 공개하고 마진을 줄이는 것은 (상생의) 출발점"이라며 "그런데 이 상황에서 어느 쪽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 저희(가맹본부)가 허리띠만 졸라매면 안 되고 어떻게든 가맹점과 상생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하면서 향후 경제정책에서 '공정'이 최대 화두로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날 회의 직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체하면서 새로운 경제사령탑들의 경제정책 방향을 강력하게 암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제 분야에서 당장 우상향(성장)을 기대할 수 없더라도 다 같이 가는 길을 택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특히 대기업들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담은 강력한 어휘들을 선택했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공정을 잃었고 함께 이룬 결과물들이 대기업집단에 집중되며 중소기업은 함께 성장하지 못했고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서민경제가 무너졌다"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회의에 참여한 중앙부처들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규제를 꺼내들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방침에 호응해 법 집행을 강화하고 추진하던 법·제도 개정을 조속히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우리 경제에서 갑과 을의 격차가 큰 하도급 분야와 유통 분야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대기업이 거래상 지위가 약한 하도급 업체, 납품 업체에 일방적으로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등 갑질 관행이 여전하다는 인식에서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를 주지 않거나 공개입찰을 진행한 다음 추가로 단가를 낮추는 관행 등을 근절하기 위해 '하도급 분야 갑질 근절 범정부 종합대책'을 내년 중 발표할 계획이다. 채규하 공정위 사무처장은 "(내년에 마련될 대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 것인지 지금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하도급은 계약 시점과 공사대금을 지급받는 시점이 달라 문제가 있고, 공정위가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집행하는 데 아직 아쉬움이 있다. 하도급 문제를 획기적으로 고칠 수 있도록 디자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 이유진 기자 / 김태준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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