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루 4.8명꼴 극단 선택 시도.."사회 안전망 절실"

안서연 기자 2018. 11. 10.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고손상 사망자 40.6% '극단 선택'..개인문제로 치부 말아야
뉴스1DB © News1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제주에서 실종된 33세 엄마와 3세 딸이 극단적 선택 정황을 남긴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자살사고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제주의 경우 하루 평균 4.8명꼴로 스스로 세상을 등지려는 시도를 하는데다 실제 사망자 역시 전국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 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 제주 극단 선택 사망자, 전국 평균 웃돌아

지난 8월 22일 밤 9시55분 제주시 용담동의 포구를 지나던 한 주민이 A씨(38)가 위험하게 방파제를 배회하는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A씨는 이미 바다에 뛰어 들어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무사히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9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11월 8일 현재까지 제주도내 자살 시도 및 의심 관련 112신고 건수는 150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한 해 신고건수인 1087건을 이미 훌쩍 넘어선 것으로, 하루 평균 4.8명꼴이다. 2015년에는 532건, 2016년에는 985건이었다.

실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2014년 176명에서 2015년 145명, 2016년 142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2017년 170명을 기록하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국 평균 자살 사망률은 2011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제주에서는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제주도소방안전본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제주 자살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26.7명으로 전국 평균 24.3명을 웃돌았다.

최근 5년간(2013~2017년) 제주 사고손상 사망자를 원인별로 분석한 결과, 극단 선택이 무려 40.6%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성별로 보면 남자 73.2%, 여자 26.8%였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22.6%로 가장 많고 50대 18.6%, 30대 17.4%, 70대 14.5%, 60대 12.0%, 20대 7.1%, 80대 5.8%, 10대 1.9% 순으로 나타났다.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는 "도민뿐 아니라 외지인들도 제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사망건수가 가장 높았던 2014년의 경우 외지인 비율이 11.4%였다"고 말했다.

◇ 게이트키퍼 양성 노력 절실…"개인 문제로 치부 말아야"

뉴스1DB © News1 DB

자살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제주도는 오는 2020년까지 제주도민의 5%인 약 3만5000명을 '자살예방 게이트 키퍼(Gate Keeper)'로 양성하기로 했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주변 사람의 자살위험신호를 신속히 인지해 전문가에게 연계하도록 훈련하는 것을 말한다.

제주의 경우 제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등과 연계해 공공기관과 학교, 직장 등에서 교육을 실시한 결과 현재까지 5899명을 대상으로 '보고듣고말하기' 교육을 마쳤다.

교육은 자살을 암시하는 언어·행동·상황적 신호를 '보고', 죽음과 삶의 이유를 '듣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의뢰하는 '말하기' 방법을 내용으로 한다.

도는 다양한 홍보활동으로 개인·단체의 교육참여도를 높여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전 예방할 수 있는 문제'라는 사회적 인식을 심겠다는 계획이다.

도는 또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최근 5년간(2012~2016년) 자살자 7만명에 대한 '심리부검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며 "올해 말 자살시도 집중지역과 원인 등에 대한 빅데이터가 나오면 구체적인 안정망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제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체제 구축을 위해 제주시내 마트 및 번개탄 판매업소와 협약을 맺고 '번개탄 판매개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번개탄을 보관함에 보관하고 구매자에게 번개탄 사용용도를 물어봄으로써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올해 10개 업체 시범사업 이후 제주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도와 센터 관계자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작은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스스로 세상을 등지려한 30대 여성을 구한 택시기사 사례는 생명존중문화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3월 29일 새벽 3시쯤 택시기사 이모씨(60)는 술에 취한 B씨(37·여)를 태워 제주시 조천읍 신촌포구로 향하던 중 B씨가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하자 마음에 걸려 도착지에 내려준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아니나다를까 B씨는 3m 높이 방파제에서 바다에 뛰어들었고, 이씨는 곧바로 달려가 허우적대는 B씨의 손목을 잡은 채로 10분간 설득을 한 끝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asy0104@news1.kr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