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별미 양미리 어획 13배 급증..다시 만원에 한삽 퍼주나

박진호 2018. 11. 1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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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앞바다 조업 어선들 매일 만선(滿船)
60kg 기준 22만원이던 위판가 9만3000원
“양미리 얼마예요?” “만원만 내고 한 삽 퍼가세요.”
동해안 겨울철 특산물인 양미리가 그물에 가득 걸려 이를 떼어 내는 어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연합뉴스]

5~6년 전만 해도 강원도 동해안 어촌마을에서는 11월 '양미리 철'이 되면 이런 대화가 오갔다. 1만원에 양미리 100마리를 넘게 살 수 있던 시절 이야기다.

한동안 개체 수가 줄었던 동해안 별미 양미리가 올해 풍어(豊漁)를 맞았다. 지난 5일 속초 앞바다에서 양미리 조업을 마친 어선들은 60㎏ 통 40~50개에 양미리를 가득 담고 항구로 들어왔다.

이진규(57) 속초시 양미리협회장은 “요즘 5~6t급 어선 5척이 매일 조업을 나가는데 들어올 때마다 만선(滿船)”이라며 “지난해엔 하루 5~10통에 그쳤는데 오랜만에 양미리가 많이 잡혀 어민들이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안 양미리(까나리) 조업이 지난달 15일 시작된 가운데 조업 이틀째인 16일 속초항에서 어민들이 그물에 걸린 양미리를 벗겨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속초항 위판된 양미리 5만4626㎏
속초시와 속초시수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속초항에서 위판된 양미리는 5만4626㎏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60㎏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무려 13배나 증가했다.

양미리 풍어에 위판가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 6일 속초항에서 거래된 양미리 60㎏ 한 통 위판가는 9만3000원. 경매 첫날인 지난달 15일 22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0여 일만에 양미리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지난 2일부터 열리는 양미리 축제장에선 1만원에 60마리를 살 수 있다. 축제는 11일까지 이어진다.

민병국 속초시수협 현장소장은 “양미리는 많이 잡히던 시절엔 60㎏ 한 통에 3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며 “그 시절만큼 많이 잡히는 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어획량이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3년 10월엔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2만8760㎏이 잡히기도 했다.
동해안 양미리(까나리) 조업이 지난달 15일 시작된 가운데 조업 이틀째인 16일 속초항에서 어민들이 그물에 걸린 양미리를 벗겨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어획량 유지 위해 산란기 어획 조절 필요
전문가들은 양미리 어획량이 점차 줄어드는 주요 원인으로 산란기 조업을 꼽았다. 예컨대 올해 산란기 때 배 속에 알이 있는 양미리를 무분별하게 어획하면 그다음 해에 어획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동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과 양재형 연구사는 “많은 사람이 배 속에 알이 있는 양미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산란기인 11월 말에서 12월에 양미리가 2~3배 넘게 잡힌다”며 “어획량 유지하기 위해선 산란기 어획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동해안에서 잡히는 양미리는 사실 양미리가 아닌 ‘까나리’다. 오래전부터 동해안 어민과 지역민들은 까나리를 양미리라 불러왔다. 지역에서 까나리는 서해와 남해안에서, 양미리는 동해안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또 잡히는 시기가 같고, 모양새도 비슷해 양미리로 불리게 됐다. 양미리는 큰가시고기목 양미리과고, 까나리는 농어목 까나릿과에 속한다.

이 밖에도 동해안에서 잡히는 양미리는 싼값에 비해 영양가가 풍부한 고칼슘, 고단백 음식이다. 주로 소금구이로 먹는데 불포화지방산, 필수 아미노산 등이 함유돼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100g당 123kcal라 열량도 낮아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속초=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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