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스페인-韓 초유의 군용기 스와프딜..우왕좌왕 방사청

김태훈 기자 입력 2018. 11. 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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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훈련기를 최초로 유럽에 수출하고, 유럽의 대형 수송기를 사들이는 유례없는 무기 스와프 딜(swap deal) 장이 서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기본훈련기 KT-1과 고등훈련기 T-50 수십대를 스페인에 수출하고, 대신 에어버스의 수송기 A400M을 들이는 일종의 물물교환입니다.

스페인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가 방사청 차장에게 A400M과 KAI 훈련기의 빅딜을 직접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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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훈련기를 최초로 유럽에 수출하고, 유럽의 대형 수송기를 사들이는 유례없는 무기 스와프 딜(swap deal) 장이 서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기본훈련기 KT-1과 고등훈련기 T-50 수십대를 스페인에 수출하고, 대신 에어버스의 수송기 A400M을 들이는 일종의 물물교환입니다.

공군은 일찍이 A400M을 구매할 궁리를 하고 있었고 KAI도 몇 년전부터 훈련기의 스페인 수출을 타진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스페인이 도입하려던 A400M 수송기의 물량을 조정하면서 방사청에 빅딜을 제안한 겁니다. 공군은 숙원인 대형 항공기를 싼값에 사들이고, 미국 고등훈련기 사업 탈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KAI는 국산 훈련기의 최초 유럽 수출이라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런데 방사청이 주춤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주말 SBS를 비롯해 몇몇 매체가 넉 달 전 스페인으로부터 스와프 딜 제안을 받았다는 보도를 하자 국방부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방사청이 국방부에도, 청와대에도 관련 내용을 일절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 스페인 넉 달 전 '스와프 딜' 제안

스페인의 스와프딜 제안은 지난 7월 중순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들어왔습니다. 스페인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가 방사청 차장에게 A400M과 KAI 훈련기의 빅딜을 직접 제안했습니다. 스페인은 현재 훈련기 도입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KAI와 수의계약을 맺고, 대신 A400M을 사가라는 물물교환 방식의 딜입니다.

스페인은 에어버스로부터 A400M을 27대 도입할 계획이었는데 이 가운데 13대는 운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습니다. 아직 제작되지 않은 기체이지만 13대 계약을 파기하면 스페인으로서는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니 다른 도입처를 찾아서 넘기겠다는 발상입니다. 한국에게는 4~6대 판매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페인 소식통은 "스페인이 에어버스와 협상을 벌여 13대를 다른 나라에 판매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KAI가 스페인에 수출하려는 물량은 KT-1 30여대와 T-50 20여대입니다. 유럽에 처음으로 항공기를 수출하는 쾌거가 될 수 있습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출만은 못하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후속 사업이 생기는 큰 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게다가 스페인은 A400M을 저렴하게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에어버스 대형 수송기 A400M

● 다음 주, 스페인과 방산군수 공동위 개최

이 정도 됐으면 방사청이 적극적으로 움직였어야 했습니다. 스페인이 구두 제안을 한 지 넉 달 동안 방사청은 사실상 손 놓고 있었습니다. 국방부에도, 청와대에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도를 통해 이런 사실을 접한 국방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왜 이런 사안이 아직까지 정식 보고가 되지 않았냐"며 노발대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급해진 방사청은 이곳저곳에 "스페인 측이 스치듯 지나가며 제안 비슷한 걸 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다니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보신(保身)을 위해 좋은 기회를 걷어차는 행동입니다. 당당하게 혼나고 적극적으로 검토하면 될 일입니다. 지난 넉 달 사이에 방사청의 최고위직인 청장과 차장이 교체됐으니 어수선할 만했다고 이해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다음 주에는 한국과 스페인의 방산군수 공동위원회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됩니다. 방사청 차장을 비롯한 방산 수출 핵심들이 대거 스페인으로 넘어갑니다. 위원회 테이블에 스와프 딜을 올려놔야 하는데 방사청이 제대로 준비했는지 걱정입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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