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한국어 배웠어요"..세상으로 나온 에티오피아 소녀

송형국 2018. 11. 1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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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구 저편 에티오피아에서 위성으로 한국 방송을 시청하며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해 온 한 소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녀, 열다섯 살이면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 하는 지역 풍습을 이겨내고, 대학에 진학해 꿈꾸던 한국땅까지 밟게 됐는데요.

어떤 사연인지 송형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에티오피아 북부 오지 마을, 인근에 활화산이 있어 간간이 외국 여행객이 찾는 곳입니다.

2014년 신혼여행으로 이곳에 간 영화감독 부부는 여행자숙소에 들렀다가 유창한 한국어 인사를 듣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시느라 고생 많았죠?"]

당시 중학교 졸업반이던 페루자는 부모가 운영하는 숙소 TV를 통해 '1박2일' 등 한국 프로그램을 보며 혼자 한국어를 익혀왔습니다.

영어와 아랍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했지만 여자가 중학교를 나오면 시집보내는 게 이 지역의 완고한 풍습이었습니다.

[페루자 : "어차피 나이 차면 결혼을 해야 되지만, 같이 살아야 될 사람도 자기가 원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억울한 느낌이 있었어요."]

부부는 여행까지 중단하고 페루자가 맘껏 재능을 펼치도록 해달라고 부모를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예영·김영근/영화감독 :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한 달밖에 안 남은 시점에서, 되게 마음이 아팠던 것 같아요. 뭐라도 하지 않으면 이 친구의 앞날이 너무 어두우니까."]

부모는 끝내 딸의 결혼 대신 진학을 결정해줬고 결국 지난해 대학에 입학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됐습니다.

[페루자 : "바라는 거 있다면 저 스스로 열심히 일해서 제가 사랑하는 한국으로 오는 겁니다."]

페루자의 꿈은 이 작품이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이뤄졌습니다.

자신에게 한국을 알게 해준 인기 드라마의 제작현장을 직접 본 경험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됐습니다.

자신의 언어능력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을 한국에서 하고 싶다는 페루자,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을 소망합니다.

["자기가 누군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이해해주고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다들."]

KBS 뉴스 송형국입니다.

송형국기자 (spianat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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