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보다 위험한 나노미세먼지..서울서 가장 심한 지역은?

김기범 기자 2018. 11. 1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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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등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경각심은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지만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이들뿐만 아니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큰 물질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극히 작은 물질인 나노미세먼지의 건강 위협 역시 심각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노미세먼지 연구는 국내에선 시작 단계일 뿐이다.

하루종일 미세먼지 ‘나쁨’단계가 유지될것으로 예보된 11일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을 지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 초미세먼지보다 위험한 놈이 있다

입자의 지름에 따라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인 물질을 미세먼지, 2.5㎛ 이하인 물질을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나노미세먼지의 정의는 아직까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명확하지 않다. 극초미세먼지 또는 초초미세먼지라고도 부르는 나노미세먼지는 학자에 따라, 기관에 따라 입자 지름을 0.1㎛(100nm·1억분의 1m), 0.05㎛ 등으로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다. 0.1㎛를 기준으로 할 경우, 즉 PM0.1은 미세먼지의 100분의 1, 초미세먼지의 25분의 1 크기인 오염물질이 된다. 미세먼지가 머리카락 굵기의 6분의 1가량이니 나노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600분의 1 정도 크기인 셈이다.

한국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2~3배 높은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의 나노미세먼지 농도 역시 선진국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부경대 연구진이 지난 8월 한국기상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도로 부근에서 관측한 나노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1㎤당 5.3±3.3×1000 정도로 나타났다. 1㎤에 최소 2000개에서 최대 8600개가량의 나노미세먼지가 존재했던 것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 호주의 평균 농도인 3.0±0.9×1000의 3배에서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 나라의 경우 1㎤당 나노미세먼지 입자 수는 2100~3900개가량이다. 중국과 인도의 나노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1㎤당 8만3000개와 3만900개로 나타났다.

인체에 침투한 나노미세먼지는 쉽게 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혈액순환이나 림프순환을 통해 호흡기나 폐 이외의 기관으로 이동할 수 있다. 나노미세먼지로 인한 구체적 건강피해로는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염증 반응 증가, 심장혈관계 손상, DNA 손상, 신경조직 흡착에 의한 뇌 또는 말초신경계 손상, 심근경색 등이 보고돼 있다. 대기오염이 극심한 인도 델리의 경우 차량에서 배출된 나노미세먼지로 인해 2010년 한 해 동안 인구 100만명당 1900명이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루종일 미세먼지 ‘나쁨’단계가 유지될것으로 예보된 11일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을 지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 교통량 많을수록 농도 심해

나노미세먼지는 대기 중 화학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초미세먼지와 달리 화석연료나 생물연료 연소 과정에서 직접 배출되는데 차량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학계에서는 특히 산업활동이나 발전소 등이 밀집돼 있지 않은 도심 지역에서는 자동차 같은 이동오염원이 가장 큰 배출원인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의 경우 전체 입자의 개수 가운데 나노미세먼지가 84%를 차지했는데 이 중 차량에서 배출된 것이 60%였다. 도로망이 조밀한 도심 지역은 도시 내의 다른 지역보다 많게는 10배 이상의 나노미세먼지가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초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기간이 비교적 길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균질한 분포를 보이지만 나노미세먼지는 오염원이 존재하는 특정 지역에서만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의 경우 중국발 오염물질을 탓하면서 국내 저감노력을 폄훼하는 주장이 있지만 나노미세먼지는 변명의 여지도 없는 셈이다. 차량 외의 배출원으로는 비행기, 선박, 고형 폐기물 소각장, 목재 및 고체 생물성 연료 연소, 광화학반응에 의한 2차 생성 등이 있다.

특히 경유차는 나노미세먼지 역시 다른 연료를 사용하는 차량보다 많은 양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경대 연구진에 따르면 경유차의 나노미세먼지 배출계수는 휘발유차 배출계수의 10배 정도였고, LPG차량의 배출계수는 휘발유차의 10분의 1 정도였다. 배출계수란 오염원이 같은 조건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평균 수치를 의미한다.

부경대 연구진에 따르면 나노미세먼지는 깊은 폐포까지 침투해 침적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 크기가 차량에서 배출되는 나노미세먼지의 크기와 일치한다.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뿐 아니라 나노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차량을 대상으로 한 오염 저감정책이 강력하게 시행돼야 하는 이유다.

특히 도심의 교차로는 나노미세먼지 피해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교차로는 다수의 차량이 동시에 가속하고 제동하는 탓에 차량이 배출하는 오염물질들이 많은 곳으로 꼽힌다. 차량을 이용해 통근하는 사람들이 교차로에서 소비하는 시간은 전체 통근시간의 2% 정도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흡입한 나노미세먼지는 전체 흡입량의 2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진은 가장 높은 농도가 나타나는 지점이 교차로 전후 30m 거리이기에 버스정류장을 교차로로부터 40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하면 나노미세먼지 흡입량을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에서는 영등포가 가장 높은 수치

사실 국내에서는 아직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정책의 초점이 저감에만 맞춰진 탓에 연구진이 언급한 버스정류장 위치 조정처럼 대기질 개선이 이뤄지기 전 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응 정책은 전무한 상태다. 시간대별 어느 지역, 어느 동의 농도가 높은지 알려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대기오염 측정소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도 25개 자치구별로 1곳씩인 도시대기측정망과 주요 도로의 발생량을 측정하는 14개 도로변 측정소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구 단위 또는 주요 도로 단위로만 시간대별 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남서울대와 한양대 연구진이 지난 6월 한국국토정보공사가 펴내는 ‘지적과 국토정보’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17일 출근시간대엔 동작구와 서초구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났고, 퇴근시간대에는 서쪽의 영등포구와 마포구, 동쪽의 강동구와 송파구의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18일은 출근시간대엔 마포구와 중구가 높은 농도를 보였고, 퇴근시간대엔 17일과 같은 양상을 보였다. 1월17~18일은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됐던 때로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실시된 날이기도 하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17일 출근시간대엔 서초, 강동, 송파구를 중심으로 높은 농도를 나타냈고, 퇴근시간대엔 서쪽과 동쪽의 자치구들이 높은 농도를 보였다. 18일의 경우는 출근시간대엔 동작, 관악, 중랑구의 농도가 높았고, 퇴근시간대엔 영등포, 중랑, 성동구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가 나타났다. 평균 농도에서는 영등포의 미세먼지 농도가 유일하게 120㎍을 넘겨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초미세먼지의 경우 동작, 영등포, 강동구의 농도가 80㎍을 넘기면서 대기질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서울대와 한양대의 연구에서는 도시숲의 미세먼지 저감 기능도 확인됐다. 도시숲이 많은 지역일수록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고, 반대로 도시숲이 드물수록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세먼지가 높게 나타난 강동, 동작, 영등포의 경우도 동작구의 활엽수림 이외에는 숲이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토지이용형태에서 활엽수림과 혼효림이 각각 30%, 15%를 차지하고 있는 강북구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모두 낮은 농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도시숲이 미세먼지 농도를 절대적으로 낮추지는 못하더라도 도시 내 농도를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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