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5G, 망 구축은 왜 굼뜨지?

2018. 11. 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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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기 상용화' 목적 차질 우려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네트워크 가상화 등을 통해 효율화하겠다.”(에스케이텔레콤)
“효율화에 초점을 두고 통신망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케이티)
“시장과 경쟁상황 등을 고려해 경제적 관점에서 합리적 수준으로 집행하겠다.”(엘지유플러스)

차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를 받은 이동통신 3사가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등에 밝힌 5G 네트워크 구축 투자 관련 대목이다. “수익성이 보장되는 사업 모델이 발굴되는지에 따라 통신망 구축(커버리지)을 확대하겠다”, “5G 기술에 대한 리더십을 유지해 나가되, 합리적 투자와 수익성의 밸런스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결같이 투자를 소극적으로 진행할 뜻을 내비쳐 주목된다.

■ ‘윈텔’식 선순환 기대 물 건너가나

정부 일정대로 다음달 첫 5G 전파를 발사하고, 내년 3월 상용화한다 해도, 5G 서비스 반경이 일부 인구 밀집 지역에 국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통사 관계자들은 “단말기, 서비스, 콘텐츠도 없는데 통신망을 넓게 깔 필요가 있느냐”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정부의 5G 조기 상용화 정책 목적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5G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돈 되는 서비스·콘텐츠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신망 구축 및 확대 속도를 늦추고, 서비스·콘텐츠 업체들은 5G 네트워크 부실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통3사 네트워크 구축 ‘소극적’ 태도
“이용자 체감할 콘텐츠·서비스 없이
처음부터 통신망 넓게 깔 이유 있나”

내달 5G 전파 발사…사업 일단 시동
구축 몇달 늦으면 미·중에 따라잡혀
혁신성장·일자리 창출 기대도 ‘흔들’

정부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등장 때처럼, 5G 네트워크 사업자들과 서비스·콘텐츠 공급업체들 사이에 ‘윈텔’식 선순환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윈텔’이란 마이크로소트(MS)의 윈도 운영체제 신제품이 개인용컴퓨터(PC) 교체 수요를 일으켜 인텔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인텔의 새 피시 칩이 윈도 운영체제의 업그레이드 수요를 촉진해 마이크로소프트 매출이 오르는 구조를 일컫는 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5G 망구축이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혁신 서비스·콘텐츠 등장을 촉진하고, 이렇게 형성된 5G 중심 생태계가 네트워크 확대와 고도화를 이끄는 식으로 선순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바람대로라면, 이동통신사들이 먼저 ‘총대’를 메줘야 한다. 5G 네트워크 구축이 몇달 늦어지면 미국과 중국에 따라잡힐 수 있고, 1년 이상 늦어지면 일본에 추월당할 수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5G 기반으로 치르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통사들의 적극적인 통신망 구축 투자는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구실을 할 수 있다. 이통사들의 투자액만큼 네트워크 장비 공급업체,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 생산업체, 네트워크 구축 및 운용 기술 개발업체, 통신망 공사업체 등의 시장이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그래픽_김지야

■ ‘소극적 투자’ 사실이면 ‘상도의’에 어긋나

업계에서는 이통 3사가 실제로 5G 네트워크 구축 투자를 소극적으로 진행한다면, 이는 ‘상도의’에 어긋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명분으로 정부를 꼬드겨 5G 주파수를 ‘일찍’ 그리고 ‘헐값에’ 손에 넣고는 낯빛을 바꾸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통 사업자들은 그동안 “5G 세계 최초 상용화”나 “5G 투자 재원 비축”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정부에 많은 ‘혜택’을 요구했고, 상당 부분 받아냈다. 정부는 지난 6월 경매 방식으로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승자의 저주’를 막고, 사업자들의 통신망 구축 재원 마련을 돕기 위해 사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규칙을 적용해 싼값에 가져갈 수 있게 했다. 경매가 과열되지 않게 하겠다며 5G 주파수로 3사 모두가 탐내는 3.5㎓ 대역의 280㎒를 경매에 올리면서 한 사업자가 주문할 수 있는 양을 최소화한 것이다. 사업자간 경쟁을 줄이자, 경매는 예상보다 싱겁게 끝났다. 애초 주파수 할당 대가로 최대 7조원까지 점쳐졌으나, 이통 3사는 3조6183억원에 3.5㎓ 대역과 함께 28㎓ 대역의 2400㎒ 분량까지 나눠 가졌다. 정부 관계자는 경매를 앞두고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나라살림 측면에서 보면 배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 세계 첫 5G 프로젝트 내세워
황금 주파수 싼값에 일찍 나눠 가져
소극적 투자 사실이면 ‘상도의’ 어긋나

“3.5㎓ 대역 5년 안 30%까지 확대”
느슨한 조건 단 정부 ‘자업자득’ 평가도
이통사는 “통신 생태계 봐가며 투자”

이밖에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에 따른 이동통신 요금인하를 최소화하는 등 5G 장비 구축을 우회적으로 돕고 있다. 공약에 들어있던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가 슬그머니 빠졌고, 보편요금제(월 2만원에 음성통화 무제한·데이터 1GB 기본 제공) 도입도 미적대고 있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정부가 자초” 지적도

이런 상황을 정부가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사업권(주파수 할당)을 주면서 이행 조건을 느슨하게 달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3.5㎓ 대역 주파수 통신망의 경우, 3년 안에 기존 엘티이(LTE) 통신망에 쓰이는 기지국 수의 15%만 깔고, 5년 안에 30%까지 확대하면 되도록 했다. 이 조건대로라면 이통사들은 2021년 말까지 5G 통신망 기지국을 2만2500개 깔고, 2023년 말까지 4만5000개 규모로 확대하면 된다. 여기에는 소형(스몰셀) 기지국과 중계기(광중계기·RF 중계기)도 포함된다.

5G는 주파수·네트워크·서비스의 특성상 동일 서비스 반경 기준으로 기지국과 중계기가 이전 이동 통신망보다 많이 필요하다. 사업자들이 이행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서비스 반경이 의외로 좁을 수 있는데, 이통사들이 초기 투자를 최소화할 경우 서비스 범위가 더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5G 생태계가 우리나라에서 먼저 만들어지게 하려는 게 정부의 바람이란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사업자들은 투자자 쪽 반응도 봐야 한다. 통신 생태계가 따라오는 것을 봐가며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체 관계자는 “5G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다. 이용자들이 체감할 서비스·콘텐츠가 없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커버리지를 확대하기는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첫해에는 통신망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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