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인 딸이 설계한 구미 단층 전원주택

매거진 입력 2018. 11.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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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나의 집 '마이구미(MY GUMI)'

건축가인 딸이 부모님을 위한 집을 고향 땅에 쌓아 올렸다. 웅장하기보단 두 분이 꿈꿔온 소소한 행복을 담은 단층집이다.


거실 앞 데크 마당은 외부 마당과 시선은 열어두되, 영역을 구분하여 바비큐 파티 등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경북 구미는 설계사무소에서 일하기 위해 서울로 오기 전까지 26년 동안 떠나지 않았던 내 고향이다. 4년간 밤낮으로 쉬지 않고 일을 했지만, 지친 심신을 이끌고 구미로 왔던 건, 우선 좀 푹 쉬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다.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노후에 사실 주택을 짓겠다고 하시는데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고 싶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주택 설계의 어려움을 알기에 피해보고도 싶었지만, 그동안 길러주신 두 분의 노고와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그럴 순 없었다. 갈고 닦았던 사무소에서의 경험을 살려 설계와 감리까지 해드리기로 마음먹고 내려온 것이었다.

SECTION ①주차장 ③현관 ④침실 ⑤욕실 ⑦거실 ⑧식당 ⑫다락 ⑬야외데크
HOUSE PLAN

대지위치 ▶ 경상북도 구미시
대지면적 ▶ 654㎡(197.83평)  |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1층 + 다락
건축면적 ▶ 130.36㎡(39.43평)  |  연면적 ▶ 324.71㎡(98.22평)
건폐율 ▶ 19.6%  |  용적률 ▶ 19.6%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6m
구조 ▶ 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  |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2종3호 150㎜
외부마감재 ▶ THK30 현무암 석재, 외단열시스템
창호재 ▶ 이건창호 185㎜ AL/PVC 이중창호, 이건창호 70㎜ PVC
에너지원 ▶ 도시가스, 태양광
구조설계 ▶ 터구조 | 기계·전기 ▶ 주식회사 피씨엠
시공 ▶ ㈜일성건설
설계 ▶ 폴리머건축사사무소

지하는 추후 예산이 확보되면 황토방 등을 설치할 계획으로 최소한으로 마감했다. 
다용도실로 연계된 데크 마당과 데크로 들어가는 입구. 이 데크 마당은 주택 살림을 위한 외부 공간으로 마련했다. 

대지는 구미 시내에 위치한 산 중턱의 자연녹지지역에 있다. 부모님께서는 택지 조성이 끝나자마자 주변이 탁 트여 있고 이웃들이 없는 상태에서 땅을 구입하셨다. 그러나 프라이버시에 대한 문제는 전혀 예상하지 못 하신 듯했다. 언제든 문 하나만 열고 나가면 마당을 밟을 수 있는 그야말로 ‘전원 속의 내 집’의 모습만 상상하셨고, 마당이 있는 집에 작은 아궁이방을 만들어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길 원하셨다. 또한, 가까운 뒷산에 약수도 자주 뜨러 다니고 멀리 있는 금오산도 집에서 항상 바라볼 수 있으면 하셨다. 이런 꿈을 갖는 두 분의 마음은 십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오랫동안 살아서 답답해하기만 했지 아파트의 편리한 점들을 너무 당연히만 생각하고 있으신 게 문제였다. 비가 내려도 편리하게 차를 뺄 수 있는 지하 주차장이나 프라이버시, 단열과 방범 등등 아파트에선 지극히 기본적인 것들이 전원주택에서는 신경 써서 계획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셨다.

정방형 평면에 외부 벽을 두르고 각 코너마다 네 개의 뜰을 두었다. 이는 주택에서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개방성을 위해 도입한 것이다.
안방 앞 썬큰에는 자작나무를 심어 아늑한 공간으로 조성해주었다. 
건물의 입면과 담의 역할을 통합하여 외부 공간과 집 사이에 중간 영역을 형성했다. 

프라이버시 문제만 해도 두 분이 원하는 주택에는 낮은 담과 잔디밭 정원, 큰 창문들이 있어야 했는데, 비슷한 꿈을 갖고 주변에 이미 집을 짓고 살고 계신 이웃들이 결국 블라인드를 짙게 내리고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며 살 수밖에 없는 엄밀한 현실을 인지하지 못 하신 것이다.

결국 마당과 뒷산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프라이버시도 보호받을 수 있는, 즉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설계안을 내는 것이 중요했다. 고민 끝에 외벽을 연장하여 집 주변에 작은 뜰을 배치해 외부 시선을 차단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곤 담장과 입면을 통합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는 방들은 식당을 중심으로 십자형으로 배치하고, 각 모서리에 네 개의 뜰을 두는 ‘田-정방형’ 형태가 된다. 결론적으로 구미 집에는 두 종류의 마당이 존재한다. 하나는 널찍한 앞마당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 사이에 있는 작은 마당들이다. 십자형 평면의 코너를 차지하는 네 개의 작은 뜰은 주변 시선을 차단해줄 뿐만 아니라 각 방의 창문과 마당 사이에 버퍼(Buffer) 공간이 되어 집을 더욱 편안하고 아늑하게 해주는 효과를 내었다. 한편 계획 초기 부모님은 출가한 자녀들이 가끔 와서 지낼 수 있도록 2층 규모의 주택을 원한다는 뜻을 내비치셨다.

다락에서 내려다보면 주방과 현관, 거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현관과 침실 상부에는 창고와 다락방을 배치하여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PLAN ①주차장 ②창고 ③현관 ④침실 ⑤욕실 ⑥다용도실 ⑦거실 ⑧식당 ⑨주방 ⑩발코니 ⑪썬큰 ⑫다락 ⑬야외데크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한정적인 예산과 제한된 규모를 생각해 단층으로 오롯이 부모님 중심의 공간을 제안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란 판단이 들었다. 자연녹지지역인 대지에 건폐율 20%를 적용하면 200평 대지에 건평 30평대 규모로 한 층 면적이 상당히 작다. 따라서 집 전체를 부모님을 위한 곳으로 계획하였다. 그리고 부모님이 바라시던 아궁이 방과 게스트룸은 대지와 도로의 레벨 차로 만들어진 지하 공간에 자리만 확보하되, 최종 마감은 예산이 확보된 미래에 하는 것으로 최종 설득하였다. 결국 1층에 두 분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거실과 주방의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층고를 높였다. 특히 거실과 식당, 주방으로 이어지는 중앙에서 다른 각도로 만나는 경사 천장을 노출함으로써 실제 면적보다 훨씬 더 커 보일 정도로 공간감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입구에서 바라본 식당과 주방. 집의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높은 층고와 다른 각도의 경사 천장이 눈길을 끈다. 동측 작은 창들은 주방으로 들어오는 아침의 채광을 조절하고, 한쪽 벽엔 수납장을 제작해 깔끔한 공간이 되도록 배려했다. 
대지의 레벨 차를 이용하여 도로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지하 주차장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벽지, 원목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대림바스
주방 가구 및 붙박이장 ▶ GND style  |  조명 ▶ 초이스 조명, 퓨즈라이팅
현관문 ▶ 제작 도어  |  중문 ▶ 대성 3연동 도어
데크재 ▶ 방킬라이 19㎜

‘V’로 보이는 뜰은 안방과 지하까지 뚫린 썬큰에 빛을 들인다. 

고향에서 부모님의 집을 설계하고 짓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꽤 낭만적이었지만, 한편으론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았다. 처음 집을 짓는 부모님과 시공 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를 일일이 상의하고 결정하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마무리가 늦어져 이사 날짜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기도 했다. 그래도 이젠 잘 마무리되어 내가 설계한 집에서 두 분이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을 보면 무한의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

무엇보다 ‘마이구미’를 통해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주로서 ‘집이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한 일이라 생각한다.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을 성심성의껏 큰 하자 없이 시공해주신 시공사 사장님과 현장소장님, 그리고 이번 기회를 빌려 선뜻 딸에게 설계를 맡기신 부모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_ 임현주>


건축가_ 임현주 [폴리머건축사사무소]

경북 구미에서 자라고 공부한 토종 건축가로, 1년간 뉴욕에서의 생활과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어 졸업 후 상경하여 폴리머건축사무소에서 6년 동안 실무를 쌓았다. 일레븐힐즈, 사당동의 에스에스에이치 하우징, 파주출판단지의 영화사집, 구기동의 딥하우스, 성복동 오피스텔 등 다수의 프로젝트에 설계와 감리 업무를 수행하였고, 현재는 폴리머건축사무소의 파트너로서 협업과 독립적인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 경북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의 여성 건축가로 활동할 계획이다. 070-4215-3083|www.polymur.com

취재_ 김연정  |  사진_ 신경섭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8년 11월호 / Vol.237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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