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금 한국당은 '다시 박근혜'

허남설 기자 2018. 11. 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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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 이준헌 기자

자유한국당이 ‘박근혜’를 경계로 다시 갈라섰다. 12월 원내대표 선거,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근혜계·비박근혜계의 대결 양상이 뚜렷해졌다. 전원책 전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이 제기한 ‘박근혜 끝장토론’이 점화될 조짐마저 보인다. 이른바 ‘태극기부대’ 포용 여부를 놓고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2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당내 문제부터 언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각자 입장과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쇄신과 변화의 길로 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전횡, 아집으로 점철된 국정운영이 국민 비판에 직면하고 신뢰를 상실했다고 해서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다”며 “보다 합리성과 투명성·대안성을 갖춘 수권정당으로서, 문재인 정권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견제·비판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정당의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가 말한 ‘과거 회귀’는 친박·비박 갈등이 다시 점화되는 상황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계파 대립의 핵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다. 친박계는 탄핵에 가담한 비박계를 ‘정권을 넘긴 원흉’으로 공격하고, 비박계는 ‘탄핵은 불가피했다’고 맞선다.

비박계가 먼저 방어에 나섰다. “지금 와서 탄핵 때문에 모든 게 이렇게 됐다는 프레임을 갖는 것은 옳지 못하다”(김무성 의원), “탄핵에 찬성한 입장에서 당시 절반에 가까운 의원이 탄핵에 찬성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주호영 의원)고 했다. 그러자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폭주하는 광장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자당 소속 대통령을 탄핵에 상납하고 당 구성원 전체를 불구덩이로 밀어 넣고 지지자들을 도탄에 빠트렸음을 자백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원내대표 선거와 2019년 2월 전당대회 등을 고려하면, 탄핵이 화두가 되는 게 비박계 입장에선 탐탁지 않다. ‘문재인 정권에 맞설 제1야당 기수’를 뽑는 선거에서 ‘탄핵에 찬성해 정권을 넘겼다’는 프레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비박계인 김 원내대표의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다”는 말엔 이 같은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하지만 ‘박근혜’란 화두는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두고 세 규합을 위해 여기저기서 태극기부대에 경쟁적으로 손짓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말 박 전 대통령 탄핵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탄핵에 반대해 온 태극기부대의 정체성은 그야말로 ‘박근혜’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태극기부대, 당연히 끌어안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한다. 그분들이 말하자면 우익의 근간”이라며 “우리가 보수대통합, 우익대통합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태극기부대, 당신들은 우리의 일원이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의 모순이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되물었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나경원 의원은 지난 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태극기부대도 여러 종류”라면서 “우파가 모두 통합해서 사실은 문재인 정부가 지금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큰 목소리를 한번 냈으면 좋겠다. 저는 모두 통합하자는 사람”이라고 했다. 9일 윤상현 의원 주최 ‘대한민국바로살리기 국민대토론회’에선 “박 전 대통령이 이렇게 정말 한평생을 감옥에 가실 정도의 잘못을 하셨느냐.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거기에 공감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박계에선 이 같은 조짐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8일 YTN 인터뷰에서 ‘보수대연합이 태극기부대도 포용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우리가 올바른 견제와 비판을 가질 범보수 연합세력이 지금 절실한 것이지, 국민들이 바라는 상식과 납득되지 않는 그런 보수의 목소리로 비춰지면 되레 문재인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는 그런 동력을 저희들은 가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비대위 회의에선 “더불어민주당도 한때 종북세력들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다. 극단적인 세력들의 목소리에 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면 이 당은 국민들로부터 결코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태극기부대는 포용 대상이 아니다’란 주장이지만, 지난달 초 보수통합 논의가 분출한 이후 한달여 만에 입장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비박계의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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