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는 하느님이 준 선물"..김수현 책 다시 주목받는다
지난 9·13 부동산대책 발표를 하루 앞두고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비공개로 만나 대책 초안을 설명했다. 당 관계자는 “9ㆍ13 대책 발표 직전까지 전체 윤곽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 인물은 김수현 한 명뿐이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8ㆍ2 부동산대책’ 발표 다음 날 김수현 사회수석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며 자신이 집필한 『부동산은 끝났다』와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란 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 김 수석이 지난 9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승진하자 정치권과 부동산 시장에선 그가 쓴 저서들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향후 정책방향을 가늠해 보기 위해서다.
김 실장의 부동산관은 “땅은 하느님이 준 선물같은 것이다. 그러나 토지가 움직일 수 없는 자산을 뜻하는 부동산으로 불리는 순간 국가적 쟁점이 된다”(『노무현이 꿈꾼 나라』)는 구절에 요약돼 있다. 그는 2010년에 쓴 이 책에서 “현대 경제 위기는 부동산이라는 괴물에 대한 근거없는 낙관론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중인 ‘토지 공개념’과도 맥이 닿아 있는 대목이다. 토지의 공익, 공공성을 위해서 토지의 사적소유와 이용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지난해 2월 펴낸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에서 “주택공급 시스템을 ‘시장중심, 공공보완’에서 ‘민간과 공공의 협업과 역할분담’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대수입이 필요한 고령자와 저렴한 임대주택이 필요한 청년층의 욕구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준공공임대주택이나 다운사이징 재건축 등을 예로 들었다.
올 상반기 부동산이 폭등할 때 도마에 올랐던 그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2011년)도 다시 책장을 펴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으로 재직하며 부동산 대책을 주도했던 그는 이 책에서 “참여정부가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는 부동산으로 몰려드는 돈을 조금 더 일찍 제어했더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발 이익환수 문제에 대해선 “개발 허용지역과 억제 지역을 묶어서 추가로 개발을 허용하되 그 이익을 억제 지역을 지원하는 데 쓰게 되면 양측의 불만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개발권 거래제’로 불렀다.
‘분양 원가 공개’에 대해선 “하다못해 4500원짜리 커피도 원가가 얼마인지 알수 있는데 , 수억원짜리 주택은 말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며 찬성 입장을 분명히했다. 다만 반값 아파트 정책에 대해선 “반값 아파트는 참으로 매력적인 유혹이지만 한 방울의 소금물로는 이미 거대한 호수가 되어버린 주택시장을 짜게 만들 수 없다”며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 것이 올바른 해답”이라고 말했다. 또 노무현정부 때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통한 보유세 인상이 결국 집값 상승과 전월세 가격 폭등을 야기했던 경험에 대한 고민도 토로했다. 보유세 인상이 대원칙이긴 하지만 무작정 밀어붙이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단 것이다.
시중의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선 이같은 김 실장의 저서들이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김 실장의 등장은 더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신호탄이다”, “이번에도 부동산을 못잡으면 정권도 본인도 끝장”이라는 등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몸 낮춘 김수현=김 실장은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책실장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경제 비전문가라는 지적에 대해 “제가 경제를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청와대에 있는 경제수석, 경제보좌관 등 경제 분야를 다루는 전문가들이 있다”고 답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와의 관계에서도 “앞으로 경제부총리를 잘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현일훈ㆍ안효성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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