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밀 미사일 기지 가동? 美 주류 '악의적 프레임'

이재호 기자 2018. 11. 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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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S 보고서 파장..미국 내 북미 협상 반대론 부추기기

[이재호 기자,김윤나영 기자]

 

북한이 10여 곳이 넘는 비밀 기지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미 접촉이 지연된 가운데 미국 조야에 북미 협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위성 사진 분석 결과 북한 내에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 20곳의 미사일 기지 중 최소 13곳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CSIS는 북미 간 협상 중에도 이들 기지 일부에서 유지‧보수 활동이 관측됐다고 전했다.

CSIS는 예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일대 미사일 기지가 현재 운영 중이며 상당히 잘 유지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들은 해당 기지에 7개의 긴 터널이 있고 최대 18대의 미사일 이동용 차량이 들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CSIS의 보고서와 함께, 새로운 상업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이 비밀기지 16곳에서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문 역시 삭간몰 일대 기지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 기지가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쪽으로 약 80km 떨어져 있으며 계곡 지역에 걸쳐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와 관련 미 국무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거를 포함해 약속을 이행할 경우 북한과 주민들에게 밝은 미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신문은 CSIS의 이번 보고서를 주도한 빅터 차 한국석좌의 평가를 인용, 북한이 몇몇 미사일 시설을 해체한 다음 평화협정을 가져가는 '나쁜 거래'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하는 것에 대해 모든 사람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신문은 이 위성사진을 두고 북한이 "엄청난 속임수(great deception)"를 쓰고 있다면서 "북한은 주요 (미사일) 발사장 해체를 언급했지만 핵 탄두 발사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10여 개 이상의 다른 기지들에 대해서는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CSIS의 이번 보고서를 주도한 '장벽을 넘어' 프로그램 페이지. ⓒbeyondparallel.csis.org


새로운 비밀 기지? 이미 다 나온 것

CSIS와 <뉴욕타임스> 등은 이들 미사일 기지가 북한이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9월 19일 남북 정상회담 등을 통해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뒤로는 탄도 미사일 기지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증거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을 비난했다. 

그러나 북미 협상에서 아직까지 비핵화 조치에 관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를 '약속 위반'으로 몰아붙이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한다고는 했지만,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힌 적은 없어 오히려 비핵화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전시켜야할 필요성이 부각됐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이번 CSIS의 보고서는 '미신고 미사일 운용 기지'라고 표현했지만, 보고서에 언급된 삭간몰은 지난 2016년 3월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올린 곳으로, 이미 군 당국에 알려진 곳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CSIS에서 낸 보고서의 출처는 상업용 위성인데, 한미 정보 당국은 군사용 위성을 이용해 훨씬 더 상세하게 이미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면밀하게 주시 중인데, 새로운 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보도된) 미사일 기지는 단거리용이다.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이나 IRBM(중거리 탄도 미사일)과는 무관한 기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뉴욕타임스>에 북한이 속임수를 썼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북한이 해당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또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는 게 의무 조항인 어떤 협정도, 협상도 맺은 적이 없다"며 "이걸 기만이라고 언급한 것은 적절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CSIS가 신고되지 않은 북한 미사일 기지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신고해야 할 어떠한 협약도, 협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신고를 받은 주체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의 언급처럼 북한은 이번에 보도된 미사일 기지와 관련해 어떠한 구체적인 약속을 한 적이 없다. 북미 양측은 미사일 기지 폐쇄 등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북한이 올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약속한 내용은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한다는 조건 하에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것 등이었다. 

물론 북한이 지난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당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하고 변함없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이번 미사일 기지 역시 큰 틀에서 보면 동결하거나 폐기하는 조치를 취해야 약속을 이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즉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폐쇄하는 등의 비핵화 조치를 진행하는 것은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가 아닌, 미국의 상응조치와 함께 동시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사안인 셈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이 북한이 폐기하겠다고 약속하지도 않은 미사일 기지가 여전히 활동 중이라는 사실만 부각시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에 어떤 상응 조치를 해줬나?"라고 반문하며 "이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계속하는 것과 북한이 핵 미사일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북한이 현재의 핵 활동까지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었나"라며 비핵화와 이에 따르는 상응조치를 통해 핵 문제를 단계적‧동시적으로 이행하자는 것이 북한의 입장인 상황에서 미리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는 비상식적인 결정을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마치 '북한 너희들이 비핵화하겠다면서 이럴 수 있냐'는 도의적 잣대로 보는 것이 적절한지 궁금하다"며 철저하게 외교적인 방식으로 교환해야 할 사안을 두고 북한의 우선적 조치를 요구하는 식의 프레임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CSIS의 보고서와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대해 "매우 악의적인 프레임 만들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 전문가의 탈을 쓴 비 전문가가 무지를 넘어선 의도적인 프레임 만들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재호 기자,김윤나영 기자 (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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