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새별오름 한가운데 쓰인 'JESUS JEJU'..관광객 '황당'

조수진 입력 2018. 11. 1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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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가족과 함께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을 찾은 최모(36·서울)씨는 황당한 광경을 봤다.

노란빛 억새로 가득한 오름 전면 중앙에 어둡고 푸른색으로 "JESUS JEJU(예수 제주)"라는 문구가 쓰여 있던 것이다.

당시 제주도 홈페이지에는 지역을 상징하는 오름에 종교 색채가 짙은 대형 문구가 설치되는 것을 우려하는 민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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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기독교단체 행사 당시 설치한 대회 주제 문구
제주도 "봄 되면 풀이 새로 자라나 자연적으로 복구"
제주시 "설치물 철거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주최측 "최대한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고민해 설치"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지난 6월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게시판에 등록된 새별오름 사진. 오름 중앙에 대형 문구가 설치됐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지난 10일 오후 가족과 함께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을 찾은 최모(36·서울)씨는 황당한 광경을 봤다.

노란빛 억새로 가득한 오름 전면 중앙에 어둡고 푸른색으로 “JESUS JEJU(예수 제주)”라는 문구가 쓰여 있던 것이다.

최씨는 “억새로 뒤덮인 오름의 풍경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는데 오름 한가운데 커다랗게 영어로 뭔가가 쓰여 있어 ‘무엇인가’ 싶었다”며 “처음에는 제주를 홍보하는 문구인가 했는데 특정 종교에서 쓰일 법한 단어가 있어 의아했다”고 말했다.

새별오름은 가을철이면 오름 전체가 금빛 억새로 뒤덮이는 장관을 이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3월이면 제주시 최대 규모 행사인 제주들불축제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관광객 최씨가 지적한 문구는 지난 6월 제주특별자치도 기독교교단협의회와 한국대학생선교회(CCC)의 주최로 열린 행사 ‘EXPLO 2018 제주선교대회’가 남긴 흔적이다. 대회 주제인 ‘Jesus for Jeju, Jeju to Jesus’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중앙에 “JEJUS JEJU(예수 제주)”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2018.11.10. (사진=독자 제공) photo@newsis.com

주최 측은 행사가 진행되는 닷새간 넓은 천으로 풀 위를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오름 가운데 대형 문구를 설치했다.

제주시의 설명에 따르면 천을 덮어놓은 부분 아래 풀들이 행사 기간 내내 눌려있다 보니 숨이 죽거나 햇빛을 받지 못하는 등의 영향으로 풀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이 풀들이 주변 노란빛 억새와 비교되면서 더욱 눈에 띄게 된 것이다.

당시 제주도 홈페이지에는 지역을 상징하는 오름에 종교 색채가 짙은 대형 문구가 설치되는 것을 우려하는 민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새별오름의 장소 사용을 허가해준 제주도 측은 봄이 되면 자연스레 복구가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가을철에는 풀이 죽거나 잘 자라지 않기 때문에 아직 티가 나는 것”이라며 “들불축제 하면서 오름 전면부를 태우지 않나. 그리고 나서 봄에 새로 풀이 나면(대형 문구 부분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자연적으로 원상복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사 당시 주최 측이 대형 문구 설치 부분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아 미리 검토하지 못했다”며 “추후 도민들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이 예상되는 행사의 경우 더욱 심사숙고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뉴시스】지난 6월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게시판에 등록된 새별오름 관련 민원 글. (사진=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들불축제를 주최하는 제주시 측은 시설물의 철거를 요청했지만 곧바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행사 당시 주최 측이 문구 설치와 관련해 문의를 하길래 오름 훼손의 문제가 있어서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 거주하는 상시인력이 없다보니 설치를 막지 못했다”며 “행사 이틀 전에 시설이 설치된 것을 알고 다음날 공문을 보내 철거를 요청했지만 곧바로 철거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 훼손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새별오름에서는 들불축제 이외에 대형 행사를 열었던 적이 없다보니 사전 대응이 미흡했던 것 같다”며 “원상복구할 수 있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논의했으나 임의로 손을 대면 더 훼손될 가능성이 있어 지금으로서는 그대로 놔두는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와 관련 행사 주최 측 관계자는 “제주시에서 철거 공문을 받았으나 행사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행사가 종료되기 전날까지만 설치할 수 있도록 다시 양해를 요청해 해결이 된 건”이라며 “최대한 오름이 훼손되지 않는 방법으로 설치를 했으며 지금까지 티가 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설명했다.

susi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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