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치안 전담' 자치경찰 도입 발표에 시민들 '시큰둥'

"자치경찰 '지자체장 줄서기' 할라"..회의적이거나 무관심하거나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최평천 기자 = 내년 하반기부터 성폭력과 교통사고 등 민생치안 업무를 자치경찰에 맡기는 방안이 발표됐으나 많은 시민이 제도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도를 잘 아는 시민 중에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는 했지만, 제도 자체를 모른다는 이들이 많고 긍정적 측면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가 13일 발표한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에 따르면 지방경찰청·경찰서가 맡은 성폭력과 교통사고 등 민생치안 업무는 내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자치경찰에 이관된다.

시장이나 도지사가 자치경찰본부장과 자치경찰대장을 임명함으로써 치안 활동에 지역별 특성과 주민 요구를 반영한다는 취지지만,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눈치 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직장인 채 모(30)씨는 "인사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방경찰이 수사하게 될 경우에는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채씨는 "시의원이나 도의원도 다 정파가 있는데, 경찰위원회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방경찰관들도 '줄 서기'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자치경찰제에 관한 내용을 전혀 몰랐다는 화장품 연구개발 업체 직원 민 모(30) 씨는 설명을 들은 뒤 "내실도 다지지 않고 좁은 나라에서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민씨처럼 자치경찰제 자체를 잘 모른다는 이들도 많았다.

자체경찰제 도입방안이 오전에 발표됐는데도 연합뉴스 취재진이 오후에 만난 시민 중 절반 이상이 "(자치경찰제에 대해) 처음 듣는다", "발표가 있었던 걸 몰랐다"고 말했다.

반면 긍정적인 평가도 일부 있었다. 한 반도체 회사에 근무하는 김 모(34) 씨는 "주민의 민심을 관리해야 하는 지자체가 치안까지 맡게 되면, 시민 '눈치'를 봐서라도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비판적인 의견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나왔다.

자치경찰제 도입방안 발표 내용을 설명한 한 기사에는 '안 그래도 경찰 비위가 심각하고 땅덩어리도 작은 나라에서 무슨 자치경찰?', '자치경찰 (도입)한다고 민생 치안활동 강화된다고? 헛소리 마라' 등 비판 댓글이 달렸다.

몇몇 누리꾼은 '검사 개혁 얘기는 없고 경찰력만 약화한다', '검사는 개혁 안 하나'라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일부는 '지구대는 자치경찰로 넘기고 경찰서는 현행대로 국가경찰로 남는 것 같은데 괜찮을 것 같다', '경찰은 지역주민의 행정수요에 부응해야 한다'며 지지하는 뜻을 드러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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