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바 '회계변경' 스모킹건 또 나왔다, 오늘 운명의 날

2018. 11. 1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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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스 콜옵션 가치 크다" 했지만
"평가불능" 의견서도 요청해 받아
다양한 논리 만들어 하나 고른 듯
'회계변경 해명' 뒤집을 또다른 증거
증선위, 14일 분식회계 여부 결론

[한겨레] ‘고의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데 활용한 콜옵션을 애초에는 ‘평가불능’으로 꾸며 회계에 반영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가치가 급등함에 따라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져 회계기준을 변경했다는 기존 해명과 배치되는 것으로,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회계처리를 놓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검토하다가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방안을 최종 선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겨레> 취재 결과,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9월 모회사 삼성물산의 3분기 감사보고서 작성을 앞두고, 나이스(NICE)피앤아이 및 키스(KIS)채권평가로부터 2015년 3분기 기준 콜옵션 평가불능 의견서를 입수한 사실을 담은 내부문건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고의 분식회계 증거로 제출했다. 삼성바이오의 합작사 바이오젠이 가진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이 회계상 부채로 잡히는 것을 피하려 콜옵션의 평가가 어렵다는 의견서를 요청해 받아냈다는 것이다. 콜옵션은 주식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인데, 에피스 가치가 크면 에피스 지분을 살 수 있는 콜옵션 가치도 커진다. 반대로 콜옵션 평가가 어렵다는 것은 에피스 가치 또한 평가하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고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삼성바이오의 최근 해명은 이런 움직임과 배치된다. 삼성바이오는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이유를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가 가시화해 ‘콜옵션 대상 지분의 가치가 콜옵션 행사 가격보다 큰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콜옵션 가치가 높아져 미국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어 더는 종속회사로 둘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증선위에서도 이런 해명을 회계기준 변경을 방어하는 핵심 논리로 내세웠다.

그러나 금감원이 입수한 내부문건에는 이와 반대로 삼성바이오가 에피스의 가치를 산정할 수 없는 ‘콜옵션 평가불능 의견서’를 채권평가회사에 요구해 입수한 것으로 나온다.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2015년에 이르러 에피스의 가치가 매우 커지면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어 회계기준을 바꿨다는 게 삼성의 방어 논리였는데, 2015년 9월 평가불능 의견서를 요청했다는 것은 삼성이 에피스의 가치를 다양하게 산정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 그중에서 골랐다는 말이 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2014년 회계에 콜옵션 부채를 반영하지 않은 것을 사후 합리화하기 위해 2016년 초에도 콜옵션 평가불능 의견서를 급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바이오 주장의 신빙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평가불능 의견서 입수를 추진한 것은 바이오젠이 가진 에피스 콜옵션이 반영되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이슈’로 번지고 삼성물산 주가 하락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에서 확인된다. 2015년 9월16일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작성한 문건을 보면, “(콜)옵션의 가치평가가 불가능할 경우 원가법 적용으로 실적 변동 없이 해당 이슈 해결 가능, 회계법인·자산평가법인을 통한 의견서 획득 뒤 감사인 등 제시 예정”이라고 기록돼 있다.

증선위는 14일 정례회의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증거가 모두 확보된 만큼 증선위는 14일 결론을 내야 한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대단히 커지고 있는데 또다시 질질 끌게 되면 금융위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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