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숙명여고 사건' '생기부 39장'.. 커지는 '학종' 불만

이재은 기자 입력 2018.11.1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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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사건으로 내신에 대한 불신↑.. 학생부종합전형, '빈익빈부익부'라며 비판도 커져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시험지 유출 의혹이 고교 내신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내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잇따르자, 학종에 대한 불만까지 한번에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53·구속)와 A씨의 쌍둥이 자녀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A씨 자택에서 쌍둥이 자녀가 전교 1등을 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이 쓰인 메모를 발견하면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7월까지 총 5회에 달하는 중간·기말고사의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쌍둥이 자녀들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관리 안되는 내신, 불만 ↑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과 유사한 일들은 이전에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내신에 대한 관리 감독 소홀로 인해서다.

2016년 인천 서구에서는 한 고교 영어교사가 2년간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는 친척관계인 학생에게 시험문제를 지속적으로 미리 알려줘 입건됐다. 그는 친척학생의 학년에 맞춰 영어를 담당하며 중간·기말고사 때마다 문제를 출력해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 6월 부산에서는 특목고 3학년 학생 2명이 교사 연구실에 비밀번호를 누그로 몰래 들어가 기말고사 시험지를 촬영해 유출했고, 같은 달 광주에서는 행정실장이 학부모에게 두 차례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를 통째로 건네기도 했다.

지난 8월 전북의 한 고교에서는 한 여학생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4개 과목 시험지를 훔친 사실이 드러났으며 지난달에는 전남 목포의 한 고교에서 한 학생이 교사 연구실에 몰래 들어가 '2018 중간고사 대비 모의고사 변형 문제'를 출력해가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건 교육 당국의 관리 감독이 그동안 사실상 부재했기 때문이다. 먼저 A씨처럼 자녀가 한 학교에 다녀 시험지·정답지를 유출하기 쉬운 환경에 놓인 이들이 상당수였다. 지난 8월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 2360개 중 560개교인 23.7%에 교원과 자녀가 같이 재학하고 있었다. 해당 교원 수는 1005명, 교원 자녀는 1050명이었다. 또 평가문제 인쇄실에 CCTV(폐쇄회로TV)가 설치되지 않거나 출입관리대장 비치·관리 등 기본적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일선 대학들이 내신과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의 수시 모집으로 대부분의 학생을 뽑으면서 문제가 지속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내년 전체 대학 모집인원의 76.2%가 수시모집으로 선발될 예정이다.

비판이 커지자 일선 교육청들이 상황 수습에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시교육청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3일 내신 평가 전 과정에서 친인척 교직원을 배제하기 위해 교육감 선발 후기고등학교 입학원서 제출시 부모의 재직학교를 선택·지원하지 않도록 적극 안내하고, 부모와 동일한 학교에 배정된 경우에 '교직원 자녀 분리 전보·배정 신청 특별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평가문제 인쇄기간 중 인쇄실에 CCTV를 설치하고, 평가관리실·인쇄실·성적처리실을 분리하며 출입관리대장을 비치하는 등 내신 보안에도 신경 쓸 방침이다.

◇"학종은 부자 전형"… 정시 모집 요구 목소리 ↑

당국이 뒤늦게 내신 관리 감독 정비에 나섰지만 이미 내신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잠재워져 있던 학종에 대한 불만도 함께 터져나오고 있다. 정시 선발 비율을 높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행 대입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국민인식. /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뉴스1

지난 4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발표한 대입전형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 내신 성적 등이 포함되는 학종 전형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민이 절반을 넘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 전형의 비중을 대입에서 60% 이상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55.5%에 달했다.

이는 학종에 여러 문제들을 야기한 내신 성적이 포함되기 떄문이다. 또 정시와 달리 학종은 '부자를 위한 전형'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OO대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생 생기부를 파헤쳐보자' 영상 캡처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은 'OO대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생 생기부를 파헤쳐보자!' 영상에는 명문대에 합격한 학종 합격자의 생활기록부가 39장에 이르는 모습이 나온다. 합격자들은 학종 관리를 위해 수많은 경시대회에 참가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수십권에 달하는 독서 목록도 적어냈다.

한 누리꾼은 이 영상에 "빈익빈부익부다. 집안형편 어려운 아이들은 아르바이트하면서 내신만 챙기기도 버겁다. 반면 어떤 아이들은 부모님이 봉사활동에 차 끌고와서 데려다주고 독서목록 쫙 뽑아주고 주요과목은 다 학원다니면서 내신을 관리한다"는 댓글을 남겨 씁쓸한 현실을 지적했다. 즉 부모의 재력과 뒷받침이 없다면 풍부한 내용을 학종에 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학종 전형 축소와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수능시험이 '깜깜이 학생부종합전형'보다 훨씬 객관적이며, 정시 확대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14일 오전 기준 수백건의 관련 청원이 올라와 있다. "정시,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의 정정당당한 사회의 출발" "수시와 학종 빨리 폐지해 주세요" "대통령과 장관은 수시와 학종을 당장 폐지하라" 등이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