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퇴색되고 권위 떨어진 가요 시상식 [톡톡TV]

2018. 11. 1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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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하면 시상식’이라는 공식은 옛말이다. 최근 들어 우후죽순 시상식이 생겨나면서 연예계에서는 ‘연중무휴 시상식’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특히 K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각 방송사와 언론사들, 음원 플랫폼들이 너도나도 가요 시상식을 유치하고 있다.

MBC플러스 제공

올해 들어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즈〉, 〈MBC플러스X지니뮤직(이하 MGA)〉 등이 신설됐다. 여기에 가요 파트와 연기자 파트 통합 시상식인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이하 AAA)〉도 3회째 접어들었다. 내년에도 한 언론사 주최 가요 시상식이 열린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골든디스크〉, 〈서울가요대상〉,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이하 MAMA)〉, 〈멜론뮤직어워드〉, 〈가온차트어워즈〉 등 기존 시상식까지 합하면 시상식 포화상태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가요 시상식이 많아지는 이유는 상징성과 수익성으로 귀결된다. 과거 언론사들이 주최했던 가요 시상식은 연예기획사와 돈독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수단 이었다. 최근 새롭게 생긴 시상식은 이를 넘어 자사 브랜드를 단기간에 홍보하는 글로벌 교두보로서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낸다. 방송사나 음원 플랫폼 입장에서는 대형행사를 제작·구축하는 역량을 갖췄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홍보수단으로 시상식만한 게 없다.

시상식은 단 하루지만 시상식 전 사전 투표같은 장기 프로모션을 통해 K팝과 한류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팬들과 해외 사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어서다. 10년 넘게 아시아 각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MAMA〉는 전세계 케이팝 팬들에게 모기업 식음료 브랜드까지 홍보하며 효과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충성도 높은 K팝 팬들 덕분에 티켓 매출과 시청률도 어느 정도 보장됐다.

하지만 한정된 인프라에서 너무 많은 시상식이 열리다보니 부작용도 적지 않다. 시상식의 꽃인 가수들 섭외는 물론, MC와 시상자, 전년도 수상자까지 섭외하느라 북새통을 이룬다. 일반적으로 유력한 수상후보와 MC들은 반년 전부터 스케줄 체크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수상 여부를 놓고 스타파워를 내세운 일부 대형 연예기획사는 방송사·언론사와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에 들어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상을 세분화해 누구도 서운하지 않게 만드는 전략은 주최 측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반면 방탄소년단처럼 모든 시상식에 다 참석하느라 진이 빠지는 경우도 생긴다. 북미·유럽 투어를 마친 방탄소년단이 국내에 머무는 22일 동안 유일한 스케줄이 시상식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대형 행사를 유치할 장소가 한정적이라 통상 연말이나 연초에 집중됐던 시상식이 1년 내내 연중무휴로 열리면서 한 해의 결산이라는 시상식의 의미도 퇴색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의 그래미’ 같은 시상식이 나올 수 있을지도 요원하다. 전미국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그래미 어워드〉는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위를 갖춘 시상식이다. 언제까지 고만고만한 눈치보기 시상식을 봐야 할지 갑갑할 노릇이다.

조은별 브릿지경제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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