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완전자급제 입장 제각각

2018. 11. 1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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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정부와 국회, 이통 3사, 제조업체 간에 엇갈리는 손익계산서

소비자의 단말기 구입과 이동통신사 가입을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놓고 정부와 국회, 이통 3사, 휴대전화 제조업체 사이에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완전자급제 도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입법을 통해 다른 가능성을 봉쇄하는 법제화 작업에는 소극적이다. 국회에는 3건의 완전자급제 도입법안이 발의된 상태로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상당수가 법제화에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이통사와 제조업체는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각자 입장에 따라 손익계산을 하고 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사진기자단

통신 요금·단말기 가격 내려갈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완전자급제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완전자급제 정책 수립에 필요한 의견 수렴을 개시했다. 자급제폰 출시에 적극적인 애플뿐 아니라 이제 자급제폰을 내놓기 시작한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제조업체들과도 릴레이 면담을 갖고 있다. 정부는 제조업체 간에 경쟁이 벌어지면 자급제폰 종류가 다양해지고 자연스럽게 단말기 가격도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내년 말까지 자급제폰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국회는 완전자급제 도입에 찬성하는 기류 속에 소관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법제화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자급제 활성화라는 ‘땜질 처방’으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통신 수석전문위원은 “법에 근거해 단말기 판매와 통신서비스를 분리하지 않는다면 그에 준하는 단말기와 서비스 가격 인하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을 중심으로 “완전자급제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정부 태도는 민심 풍향계를 역으로 해석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통 3사의 의견은 회사별로 미묘한 온도 차가 느껴진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완전자급제에 공개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박정호 사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완전자급제가 도입돼도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반면 2~3위 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는 비교적 신중한 태도다. 기존의 유통점을 이용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사라질 경우 현재의 순위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말을 아끼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법제화되면 따르겠다”면서도 찬반을 밝히기는 꺼려했다. 정도현 LG전자 사장도 “(완전자급제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어쨌든 정책 방향성이 정해지면 저희들도 그에 따르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휴대전화 유통구조 전환 시험대

완전자급제 찬성 측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보조금과 연계해 고가요금제를 강요하는 관행이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통 3사의 경쟁구도가 보조금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되면 저렴하면서도 사업자별로 차별화된 다양한 요금의 상품이 출시될 수 있다는 논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소모적 유통비용 경쟁을 방지하고 요금·서비스에 입각한 이용자 중심의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행 선택약정 25% 요금할인이 사라질 수 있고, 이통사 간 요금경쟁이 촉발될지도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선택약정은 단말기유통법에 따라 기존의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할인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완전자급제 반대 측은 사실상 이통사의 지원금 지급이 금지되는 것으로 선택약정 역시 적용근거가 없어지게 된다고 본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한듯 이통 3사를 상대로 자급제폰 구매시 이통사용 휴대전화 구매 때와 같은 수준의 편의성을 보장하고, 지금의 휴대전화 요금할인 혜택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단말기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일단 중소·해외 중저가 단말기 유통이 활성화돼 제조사 간 경쟁이 확대돼 다양한 가격과 성능을 가진 단말기가 유통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있다. 이는 특정 제조업체의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경쟁 미비와 지배적 사업자의 고가정책으로 한국의 단말기 평균가격이 자급제가 활성화된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8만~11만원 비싸다는 데서 출발한다. 여기에 이통사가 단말기 판매를 대행해주면서 제조업체의 물량을 소진해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글로벌 제조업체가 국내 시장에서만 출고가격을 인하할 유인이 미흡하고, 되레 각종 지원금과 이통사의 단말기 할부판매 계약이 없어져 종국적으로 소비자의 단말기 구입비 부담이 증가한다는 반론도 있다.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증가하면서 가계통신비에서 단말기가 차지하는 비용이 23% 수준까지 이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시장에서 인정되는 적정가치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완전자급제 찬성 측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투명한 유통구조가 확립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갖고 있다. 이통사 서비스와 단말기가 결합된 판매방식만 존재하는 현행 구조에서 소비자는 단말기 가격구조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일례로 소비자가 통신 이용 패턴과 관계없이 고가의 단말기 구매시 지급되는 보조금과 연계해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완전자급제가 정착되면 다른 전자기기처럼 인터넷 상에서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게 가능해지고 소비자 스스로 이통사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유통망 재편과 일자리 축소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 6만명에 달하는 휴대전화 유통업체 종사자의 생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통망에는 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인정했다. 향후 과기정통부는 이마트·하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와 휴대전화 대리점·판매점에서 단말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에 강력히 반대하는 이통사 유통점과도 간담회를 열고 자급제폰 확대에 따른 애로사항을 청취할 예정이다.

구교형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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