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교정시설서 36개월 합숙근무 유력

2018. 11. 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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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징벌적이며 또다른 수감조처 논란 이어질듯
심사기구도 국방부 아래 설치로 기울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용어 변경 검토

[한겨레] 정부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교정시설에서 현역 육군의 2배인 36개월 동안 합숙근무하는 형태로 시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의 1.5배가 넘는 대체복무는 징벌적이라는 국제규범과 교정시설에서의 합숙근무는 또다른 수감조처라는 시민·인권단체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14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검토'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어 “대체복무 기간을 36개월로 정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산업기능요원과 공중보건의사 등 다른 대체복무자(복무기간 34~36개월)와의 형평성을 유지하고, 대체복무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기간을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6개월은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되는 육군 복무 기간의 2배에 해당한다. 현재 해군은 20개월, 공군은 22개월을 복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인권단체는 대체복무가 징벌이 되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시한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다른 대체복무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36개월 복무를 검토하고 있다지만 산업기능요원과 공중보건의사는 출퇴근하면서 일반 사병보다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보면, 대체복무 역시 현역 육군 수준의 복무 여건, 기간에 맞춰 이뤄지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의 1.5배 이상일 경우 징벌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본다는 유럽 사회권위원회와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복무 기간을 27개월로 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대체복무 제도가 정착한 뒤 상황 변화 등이 있을 경우 현역 규정과 비슷하게 복무 기간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대체복무 분야는 교정시설로 단일화하고, 복무 형태도 합숙근무만 허용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국방부는 “군 복무환경과 가장 유사한 교정시설로 복무 분야를 단일화하되, 제도 정착 이후 복무 기관 및 분야를 확장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숙근무만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선 “합숙 여부는 복무 기간이나 업무의 난이도 못지않게 현역과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여서 출퇴근을 허용하는 예외를 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체복무가 교정시설에서 합숙하는 형태로 결정될 경우, 대체복무자는 취사 지원이나, 물품 배급 등의 업무를 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취사 지원의 경우 배식에서 회수까지 복무 강도가 상당하고, 물품 배급 역시 신청 접수와 전달, 재고 관리까지 손이 많이 가는 업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런 업무는 지금까지 수감자들이 교정시설 직원들과 함께 해왔다.

시민·인권단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교정시설에서 합숙하게 하는 것은 또다른 수감조처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지금도 병역거부자들이 교정시설에 수감돼 행정보조 업무를 하고 있다”며 “사회와 단절된 상태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것보다는 실질적인 시민 안전과 복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업무를 다양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군 비전투 분야나 보건·복지 분야에서 대체복무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채택하진 않았다. 지뢰 제거나 유해 발굴 등 군 비전투 분야는 현재 군인과 군무원이 직접 수행하는 업무여서 민간인이 맡기 어려우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군 관련 업무에 투입하는 게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도 도저히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징벌로 기능할 수 있고, 또다른 기본권 침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 분야의 경우 국공립 병원 및 사회복지시설 대부분이 합숙시설을 갖추지 못했고, 업무 강도의 편차가 클 뿐아니라, 현재 사회복무요원이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복무 기간이 다를 경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분야의 경우 대체복무 다양화라는 측면과 가능하면 개인의 희망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으나,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현재 의무소방원의 근무환경이 비교적 자유롭고, 소방관 선발시험에서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군 복무에 비해 선호도가 높을 뿐아니라, 복무 기간이 다를 경우 징벌성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의무소방원의 경우 구조나 진화 등 전문성이 필요한 작업에는 투입하지 않고 현장 정리 등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체복무 여부를 판정하는 심사위원회는 국방부 소속으로 설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방부는 “심사위원회를 국방부 아래 두되, 국방부·법무부·인권위원회에서 위원을 나눠 추천하고, 위원장은 호선하도록 해 심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비중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인권단체는 “대체복무 심사는 ‘독립적이고 공평한 의사결정기관’의 권한이어야 한다”는 유엔인권이사회의 권고를 들어 독립적 심사기구 구성을 요구해왔다.

대체복무 신청 자격은 현역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방부는 “현역으로 복무 중인 사람에게 신청 자격을 인정할 경우 심사기간 동안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점, 병력 관리 및 군 사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청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입대 이후에도 신념이 형성될 수 있으며, 신청 자격을 제한할 경우 양심의 자유가 침해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반론도 검토하고 있으나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예비군은 의무기간(8년) 중에도 대체복무를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예비군의 경우 의무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현역 복무 이후 신념의 변화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대체복무 신청을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대체복무를 신청한 사람이 심사위원회의 판정에 불복할 경우 재심을 요청할 수 있으나, 신청은 한 차례만 가능하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재심에서도 대체복무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국방부는 대체복무 인원을 시행 첫 해에는 대기자들을 고려해 1200명을 배정하되, 이후에는 한 해 600명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도 ‘양심에 따른 또는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라는 말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이며, 양심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어서 양심이란 말을 피할 순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양심적이란 용어가 주는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이 도덕적이거나 정당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고, 대법원도 ‘양심이 착한 마음이나 올바른 생각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 향후 추가적인 의견 수렴 및 공론화를 거쳐 대체복무제 최종안을 연말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대체복무제는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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