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최악의 1교시'..올해 수능 당락 핵심 변수는 국어

이강은 2018. 11. 1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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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지문, 소설과 시나리오 묶어 제시.. 상위권도 '당황' / 낯선 유형 문제없지만 어려워져 / 만유인력 등 과학지문 섞어 출제 / 국어 26·31번 고난도 문항 꼽혀 / 수학 9월 모의평가 수준과 비슷 / 가형보다 나형 더 어렵다고 평가

“국어가 정말 어려웠다.”

15일 기력을 다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시험장을 나선 수험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문·이과 계열에 상관없이 성적이 상위권이든 중·하위권이든 국어영역의 난도에 혀를 내둘렀다. 전통적으로 수능 승부처인 수학영역이 상대적으로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평이했다고 평가된 만큼 올해 ‘수능 농사’는 국어 성적이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5일 오전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최악의 1교시’ 수험생들 당황

수험생들의 반응처럼 교사들과 입시업체들은 국어영역이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2017·18학년도 수능 국어영역은 각각 만점자가 응시자의 0.23%와 0.61%에 그쳤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은 특히 문제지에 여백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지문이 길고 고난도 문항이 연달아 나와 체감 난도가 높았을 것으로 봤다. 이들은 어려운 문항으로 소설과 시나리오를 묶어 제시한 지문에 이어진 26번(짝수형 기준)을 꼽았다. 과학과 철학이 융합된 지문(우주론)에 딸린 31번도 고난도 문제로 분류됐다.

조영혜 서울과학고 교사는 “(수험생들이) 과학 지문을 어려워하는데 10쪽과 11쪽 두 면에 6개 지문이 출제됐다”며 “EBS에서 다룬 핵심 제재인 만유인력과 중국의 천문학을 결합했는데 31번 문항은 지문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추론해야 해 국어영역에서 가장 어려운 문항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릉명륜고 진수환 교사는 “소설과 시나리오를 함께 묶어서 출제해 통합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고난도 문제가 있었다”며 “각 작품이 EBS와 연계됐지만 총체적으로 내용을 파악하고 다시 작품을 분석해야 하므로 다소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입시업체들도 등급을 가르는 ‘킬러문항’으로 26번과 31번을 꼽으며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국어영역 1등급 기준을 원점수 기준 80점대 중반으로 예상할 정도다. 입시업체들이 수험생에게 가채점 결과를 받아 공개한 국어 1등급 커트라인(예상)을 보면 메가스터디 85점, 종로학원하늘교육·이투스·유웨이중앙교육 86점이다. 지난해 수능 국어영역 1등급 커트라인은 94점으로 추정됐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자연계 최상위권 대학은 과학탐구 못지않게 국어영역 성적을 많이 반영한다”며 “원래 대입에서 국어영역의 비중이 높은 인문계열 수험생뿐 아니라 자연계열 학생들에게도 국어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리핑하는 출제위원장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이강래 출제위원장(오른쪽)이 출제 원칙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수학 ‘킬러문항’, 가형보다 나형이 어려워

2교시 수학영역은 이공계열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가’형과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응시하는 ‘나’형 모두 비교적 익숙한 유형의 문제들로 구성됐고, 다소 어려웠던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다만 가형의 경우 상위권의 등급을 가를 ‘킬러문항’은 지난해보다 다소 쉽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대입상담교사단은 “지난해와 같이 객관식과 주관식 2개씩 4개 문항이 어렵게 출제돼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문제 푸는 시간이 9월 모평이나 작년 수능과 거의 비슷하게 걸렸다”며 “상위권 수험생들은 26문제를 다 맞히고 킬링 문제 4문항(20, 21, 29, 30번)을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1∼3등급이 갈리는데 (이들 문항의 난도가) 작년과 거의 비슷하다”고 전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가형과 나형 모두 중간난도의 문항들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했으나 킬러문항으로 고정되다시피 한 21·29·30번의 난도에서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가형의 킬러문항은 지난해 수능은 물론 올해 6·9월 모의평가에 견줘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된 반면 나형의 킬러문항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어렵게 출제됐다”고 말했다.

◆영어, 지난해 수능보단 어려워

국어, 수학과 함께 ‘주요 과목’ 중 유일하게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은 올해 9월 모의평가 수준으로 지난해 수능보다는 어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숭덕여고 유성호 교사는 “전반적으로 9월 모평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등급간 변별력은 작년 수능보다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한 양정고 교사는 “지난해 수능 영어영역과 비교해보면 너무 어렵거나 쉬운 문항이 줄었다”며 “1·2등급에 수험생이 확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어영역은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는다. 앞서 지난 9월 모평과 지난해 수능 1등급 수험생 비율은 각각 7.9%와 10.0%였다.

이밖에 한국사와 탐구영역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는데 사회탐구에서는 법과 정치, 경제 과목이, 과학탐구에서는 생명과학Ⅱ가 각각 좀 더 까다로웠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사회상을 반영한 문제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사에는 일제강점기인 1929년 여성잡지 ‘근우’를 창간한 근우회의 선언문을 제시하고 당시 여성계의 활동을 고르도록 하는 문제가 나왔다. 법과 정치 10번 문제는 근로계약과 달리 부당업무를 부과하고 항의하는 직원을 밀쳐 다치게 한 뒤 해고까지 한 회사운영자와 직원 간 법률관계를 물었다. 지구과학Ⅰ 8번 문제는 우리나라 한 지점의 대기오염물질 측정치 그래프를 보여주고 옳은 설명을 고르는 내용이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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