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알쓸신세] IQ 올리고 '소머즈 귀' 갖고..칩 심어 사이보그 된 그들

황수연 2018. 11. 1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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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업그레이드' 목표.."자석부터 섹스토이까지 모든 것 이식"
전세계 "10만명"..실리콘밸리선 불멸 꿈꾸는 '극단적' 바이오 해커도 등장

“당신은 이제 사이보그가 되었습니다.”

최근 브라질 출신 길례르미 제로니모(34)는 엄지와 검지 사이에 쌀알 크기의 마이크로칩을 심고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제로니모의 손에 주사기 바늘을 꽂아 수 초 만에 이식을 끝낸 ‘바이오 해커(Bio Hacker)’ 패트릭 크라머로부터죠. 제로니모는 개인정보가 담긴 칩 덕에 “손만 대면 문을 열 수 있고, 명함도 따로 갖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지는 최근 제로니모처럼 전자기기를 신체 내에 이식해 일종의 ‘인체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하는 바이오 해커가 “전 세계 10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이 “자석부터 섹스토이(toy)까지 모든 것을 이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본산인 실리콘밸리에는 ‘영원불멸’을 꿈꾸는 ‘익스트림(extreme) 바이오 해커’까지 등장했다고 하지요. 세계 곳곳에서 이제는 “주류가 된 지 오래”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알쓸신세-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에서 들려드립니다.
‘바이오 해커’ 패트릭 크라머가 운영하는 ‘디지웰’에서 칩 가격은 최소 약 5만원부터 최대 약 3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식하는 데는 30달러(약 3만원)가 따로 든다. [AFP=연합뉴스]


내 몸이 신분증·신용카드…회사가 직원에 제안도
제로니모에게 칩을 이식해준 크라머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디지웰’이라는 칩 제조사를 운영합니다. 크라머에 따르면 비싼 칩은 최대 30만원에 이르고, 이식 비용으로는 약 3만원이 따로 붙습니다. 바이오 해킹에 열광하는 이들은 한 둘이 아니라고 하죠. 지난 1년 6개월간 크라머가 이식한 칩만 2000개에 달합니다. 의뢰인은 비밀번호를 암기하지 않고도 여러 기밀문서를 열어보길 원하는 변호사부터 사고로 팔을 잃은 10대, 파킨슨병을 앓는 노인까지 다양했습니다. 물론 크라머의 손에도 의료 데이터와 연락처 등이 담긴 세 개의 칩이 심겨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스리 스퀘어 마켓’ 부사장 토니 데나가 칩 이식을 받는 모습. [사진 ABC 뉴스]
지난해 미국 위스콘신 소재의 ‘스리 스퀘어 마켓’이라는 소규모 IT 회사가 언론을 장식한 이유도 바이오 해킹 때문이었습니다. 직원의 손에 바이오칩을 이식하겠다고 밝힌 것이죠. 뜻밖의 호응이 더 화제였는데, 절반 넘는 50명의 직원이 이식을 지원한 겁니다. 무선주파수인식(RFID) 기술을 적용한 칩을 손에 심으면 스캐너에 손만 대도 출퇴근 보고가 이뤄지고 사내 식당에서의 결제, 컴퓨터 접속 등에서 보다 편리해진다는 게 사측의 주장이었습니다.
패트릭 크라머가 손 안에 이식한 마이크로칩으로 어떻게 문을 여는지 시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당시 이 회사는 스웨덴의 바이오핵스란 업체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스웨덴은 바이오 해킹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라이지요. 2015년 이래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자발적으로 칩을 심은 이들이 4000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스웨덴 국영철도회사 SJ는 온라인으로 표를 예약해 손안의 칩에 등록하면 기차표 없이도 승차확인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바이오핵스는 현재 영국 일부 로펌, 금융사 등과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입니다. 수십 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도 관심을 보인다고 하지요.
스웨덴 바이오핵스의 직원이 몸속에 이식되는 생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페인에는 전 세계 지진의 진동을 느끼며 춤을 추는 댄서 문 리바스가 있습니다. 자신이 창작한 공연을 위해 팔에 지진 센서와 연계된 칩을 심어 일명 ‘사이보그 무용가’로 불리는데요. 지구 어느 곳에서든 진도 1도 이상의 떨림이 있으면 8~12분 간격으로 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머릿속에 안테나를 심은 영국 작가 닐 하비슨도 유명세를 탄 바 있습니다. 그는 흑백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는 색맹을 앓고 있는데 색을 소리로 변환시켜 주는 안테나를 통해 360가지의 색을 구별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지는 이들과 함께 미국 유타주 세인트 조지에 사는 리치 리의 사연도 소개했는데요. ‘러브트론9000’ 이라는 골반에 이식할 사이보그 섹스토이를 개발하는 데 1만5000 달러(약 1700만원)를 쏟아부은 인물입니다.

“30분간의 성관계를 위해 20분만 충전하면 됩니다. 이식은 15분 안에 끝나며, 단 2주 만에 ‘관능적인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리는 러브트론9000을 이렇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의 손에는 핸드폰 메시지 전송을 가능케 하는 역할의 마이크로칩 두 개가 이식돼 있죠.



‘불멸’ 꿈꾸는 극단적 바이오 해커도 등장

지난해 9월 젊은 실리콘밸리 사업가가 테크 관련 웹사이트에 눈길 가는 글을 올려 주목받았는데요. “나는 32살, 바이오 해킹에 20만 달러(약 2억2660만원)를 썼다. 더 차분하고 날씬하고 건강해졌으며, 외향적이 되었다”는 제목이었습니다. 전보다 똑똑해졌고, 성욕이 증가했다고도 덧붙였죠. 이 글에는 1만5000개의 추천이 달리는 등 많은 남성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톡박스’의 창립자 세르주 파게. [사진 가디언]
주인공은 화상 채팅을 지원하는 ‘톡박스’의 창립자 세르주 파게였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그를 ‘초인류’를 꿈꾸는 익스트림 바이오 해커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소개된 이들보다 한 단계 진화한 형태라고 해야 할까요.

러시아에서 태어나 미 스탠퍼드 대학을 중퇴한 그는 톡박스를 차리기 전 온라인 여행사를 운영하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불안, 분노 등의 감정을 극복하고자 자신의 호르몬을 컨트롤할 방법이 없을지를 고민했는데요. 몸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변화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싶어진 것입니다. 급기야 “가장 복잡한 컴퓨터 시스템도 해킹할 수 있는데 왜 내 몸은 못하겠느냐”란 생각으로 자신의 몸을 해킹하는 데 수억원의 돈을 쏟아 붓게 됩니다.

이미 완벽한 청각 기능을 향상하고자 공공장소에서 700만원 상당의 보청기를 끼고, 수면 패턴을 측정하는 목적의 스마트 반지를 왼쪽 검지에 찹니다. 복부 지방 아래에 이식된 칩을 통해 당 수치를 매일 측정하죠. 근육 성장을 촉진하는 호르몬 주사를 맞고 수십 개의 약을 먹는 게 일상입니다.
세르주 파게가 공공장소에서 청각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삽입하는 700만원 짜리 보청기. [사진 가디언]
방탄커피 창시자 데이브 아스프리도 100만 달러(약 11억2900만원)를 들여 뇌와 몸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하죠. 26세에 이미 600만 달러를 벌었지만, 그 사이 체중은 140㎏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고, 각종 질병을 얻었죠. 건강악화에 시달리던 그는 이러다 곧 죽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IT 기술, 의료진 등을 동원한 바이오 해킹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몸무게를 50㎏이나 감량했고, 아이큐를 20 이상 높였다고 하지요.

이들의 목표는 몸과 마음을 더 나은 방향으로 업그레이드 해 ‘영원한 삶’을 살겠다는 겁니다. 다소 생뚱맞거나 비현실적으로 들린다면 “실리콘밸리에 있는 많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이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가디언은 강조합니다.

인간은 사이보그가 돼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반복적으로 해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예로 들었죠. 머스크는 인간의 뇌에 신경 그물망을 이식해 뇌 수준을 컴퓨터 이상으로 끌어올려 인공지능(AI)의 부작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고 주장합니다.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법인인 ‘뉴럴링크’도 설립했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 블룸버그]
구글벤처스의 빌 마리스 대표도 불멸을 믿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미래 인간이 500살까지 사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답할 것”이라고도 말했죠. 그가 세운 바이오 기업 ‘칼리코’에서는 노화 방지와 수명 연장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데 유일한 목표는 “죽음을 해결하는 것”이라죠.
“사실상 모든 전자기기(tech gadget)는 해킹되거나 조작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바이오 해킹은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심지어 사이버 무기가 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우려는 바이오 해킹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게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지의 전망인데요.

컴퓨터 테크놀러지의 선두에 해커가 있었듯 바이오 해커가 여러 논란을 딛고 기술 견인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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