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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엔 일본 베꼈는데.. K팝 日수출이 수입의 100배

윤수정 기자 입력 2018.11.16. 03:11 수정 2018.11.16. 09:48
[오늘의 세상] [일본 대중문화 개방 20년] [上] 콘텐츠의 역전

'오랑캐를 물리치자.'

일장기에 '攘夷(양이)' 두 글자를 새긴 현수막이 내걸렸다. 방탄소년단(BTS) 공연이 열린 지난 13일 일본 도쿄돔 앞에서 시위한 '일본 새벽회' 청년들이 내건 구호다. '양이'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말이다. 1894년 동학 농민군이 일본 침략에 저항하며 내건 구호가 '척왜양이(斥倭攘夷)'였다.

올해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20주년 되는 해다. 1998년 10월 20일 우리 정부는 일본 영화·만화를 전격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2006년까지 방송·음반·게임·애니메이션을 전면 개방했다. '왜색 문화가 우리 문화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양이'란 구호가 나올 만큼 극적인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960년대 미국에서 비틀스가 엄청난 인기를 끌자 '브리티시 인베이전(영국의 침략)'이라고 했던 것처럼 '21세기 비틀스'라 불리는 BTS를 중심으로 한류 바람이 거세지자 일본 내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잠식 두려워 않고 글로벌 전략으로 질주

'콘텐츠의 역전'은 음악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한국 음악의 일본 수출액은 최신 통계인 2016년 2억7729만달러로 일본 음악 수입액 291만달러의 약 100배에 이른다. 게임 분야도 크게 앞섰다. 수출액은 6억달러로 수입액 5160만달러의 10배가 넘는다. '바람의 나라'(넥슨)에서 배틀그라운드(펍지)까지 한국 온라인 게임이 일본 PC방을 장악했다. 방송도 마찬가지. 수출액이 수입액의 약 12배에 이른다.

이달 데뷔한 국내 첫 한·일 합작 걸그룹 '아이즈원'은 '역전'의 상징적 사례다. 멤버 12명 중 3명은 AKB48 등 일본 인기 걸그룹 출신.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에서 한국 연습생들과 '계급장 떼고' 경쟁해 데뷔했다. 한국 안무가에게 춤 실력 등을 지적받는 등 혹독한 훈련을 거쳤다. 김용범 CJ ENM 책임 프로듀서는 "일본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모델로 삼아 출발했던 때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개방 초기부터 대규모 시장인 일본을 노려 공격적으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일본 음악 산업 규모는 57억3100만달러로 미국(195억8800만달러)에 이어 세계 2위. 한국(9억4500만달러)보다 6배 크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일본 걸그룹이 '성장형 국민 여동생' 이미지로 자급자족 수익에 주력했지만 한국은 일찍부터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렸다. 칼군무에 외국어 실력을 갖추며 경쟁력을 높였다"고 했다.

◇혐한 기류도 뚫은 콘텐츠의 힘

유튜브와 온라인 기반으로 바뀐 음원 소비 방식도 큰 날개가 됐다. SM 관계자는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 곧바로 신곡 음원을 동시에 발매할 수 있게 되면서 활동 제약이 줄고 성과도 커졌다"고 했다. 이제는 일본 프로덕션이나 방송사 홍보에 의존하지 않아도 일본 팬들이 BTS· 워너원·트와이스 등 K팝 아이돌의 신곡 영상에 직접 번역 자막을 달아 소셜미디어로 확산시킨다.

'티셔츠 논란'으로 불거진 혐한 기류에도 BTS 도쿄돔 콘서트에 10만 관객이 몰려든 건 '콘텐츠의 힘' 덕분이다. 이규탁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글로벌 음악 트렌드를 발 빠르게 흡수해 퍼포먼스 실력까지 갖춘 아티스트급 아이돌을 탄생시키는 콘텐츠 측면에서 한국이 압도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일 간 정치 갈등이 대중문화 교류에 영향을 주지만, 전문가들은 "한·일 대중문화는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입을 모은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K팝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은 여전히 개척 기회가 큰 시장"이라고 했다.

일본 입장에서도 한국은 세계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다. 일본 대중문화평론가 후루야 마사유키는 "정치는 정치의 사명이 따로 있다. 문화는 이와 별개로 시민 교류 차원의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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