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새우깡·왕뚜껑·부라보콘.. 간식 앞에 엄마는 한숨을 쉰다

이동휘 기자 입력 2018.11.16. 03:12 수정 2018.11.16. 09:45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내년 최저임금 10.9% 인상 앞두고.. 줄줄이 뛰는 식품가격

15일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 냉장고 속 남양유업 흰우유의 가격은 2600원으로 두세 달 전과 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용량이 900mL로 전보다 100mL 적었다. 우유 옆에 놓인 광동제약 삼다수(2L)는 지난 9월 가격이 150원 올라 1700원이었다. 매장에 진열된 용량 90~100g짜리 과자 30여 종의 가격은 대부분 1000~2000원이었다. 매장 직원은 "1200원짜리 롯데제과 빼빼로는 6월 300원 올라 1500원이 됐다"며 "잘 팔리는 주요 과자들 가격이 최근 다 오르는 추세"라고 했다. 회사원 김지효씨는 "5000원짜리 한 장 갖고 과자 세 봉지 사기도 빠듯하다"고 했다.

내년 '2차 최저임금 쇼크'를 앞둔 식음료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리고 있다. 올해 16.4% 오른 최저임금이 내년에도 10.9% 올라가면서 생기는 인건비 상승과, 지속적인 원재료 값 인상에 부담을 느낀 업체들이 선제적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는 외식 물가 상승으로 번지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식품 가격을 올리고, 오른 식품 가격은 외식 물가를 차례차례 밀어올리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년 내내 올랐다

올해 초 농심 백산수 가격 인상(7.8%)을 신호탄으로 시작된 가공식품 가격 인상 행렬은 1년 내내 이어지고 있다. 과자는 물론 라면과 우유, 즉석밥 등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장바구니 상품'들의 가격이 뛰고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햇반·스팸 등 자사 인기 상품 가격을 6.4~9% 올렸다. 1400원이었던 햇반이 1500원으로, 5480원짜리 스팸이 5880원이 됐다. 농심은 지난 15일 새우깡·양파링 등 스낵류 54종의 출고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다. 일부 제품은 중량만 줄였다. 편의점 등 유통 채널들은 이르면 다음 주 소비자 가격을 100원가량 올릴 예정이다. 팔도도 다음 달부터 컵라면 왕뚜껑의 값을 1050원에서 1150원으로 9.5% 올린다. 인기 메뉴인 비빔면도 4.7% 가격이 오른다.

우유 가격도 줄줄이 오르는 중이다. 8월 서울우유가 L당 우유 가격을 80~90원 올린 데 이어, 지난달에는 남양유업도 4.5% 가격을 인상했다. 수퍼마켓에서 파는 해태제과 부라보콘과 롯데제과 월드콘은 이번 달 가격이 200원 올라 1500원이 됐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빵과 카페라테, 버터 등의 제품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 이유는 인건비를 중심으로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작년보다 10% 이상 늘어나 값을 올리지 않고는 영업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생산 비용이 증가해도 판매량이 늘어난다면 가격을 올릴 이유가 없지만, 내수가 침체된 현재 상황에서 판매량이 갑자기 늘긴 어렵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려 비용 인상분을 메꾸려고 할 수밖에 없다"며 "매일 구매하는 식료품의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정도가 더 크다"고 했다.

채소·고기 값도 올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채소나 고기 같은 식품 재료 값도 뛰면서, 김장 비용도 같이 오를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신선식품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5% 올랐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 8~9일 서울·대구 등 전국 6대 도시의 대형 마트를 대상으로 배추·고춧가루 등 김장 재료 15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했더니, 올해 김장 비용(4인 가족 기준)은 작년보다 13.9% 오른 35만2750원으로 집계됐다. 전통시장을 통해 김장을 준비하더라도 비용은 작년보다 12.9% 오른 28만2250원에 달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1월 배추 가격(10㎏)을 작년보다 570원 오른 5500원 내외로 전망했다.

외식 물가, 7년 만에 최대폭 상승

식품 값 상승이 이어지자, 외식업계도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전국에 매장 2600여 개를 운영하는 이디야커피는 다음 달부터 아메리카노 가격을 2800원에서 3200원으로 올린다. 전체 70개 제품 중 14개 품목의 가격이 평균 10% 인상된다. 미스터피자도 최근 불고기 피자 가격을 8% 올렸고, 롯데리아도 지난 1일부터 메뉴 전체의 가격을 평균 4%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1~10월 외식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 상승했다. 지난해 상승률(2.4%)보다 0.3%포인트 높아 2011년 이후 7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식 물가는 짜장면·김치찌개 등 소비자들이 자주 사먹는 39개 음식 물가를 측정한 것이다. 한국외식산업중앙회는 “올해 쌀 가격이 오른 것과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음식값에 반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가처분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오르면, 소비자는 할 수 없이 지갑을 닫는다”며 “이는 내수 침체로 이어져 서민 경제가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