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두 닦고 자녀 학원 등원까지..'폭언' 항의하자 해고

장인수 입력 2018. 11. 16. 20:31 수정 2018. 11. 1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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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조선일보 사주일가에서 일하다 최근 해고당한 운전기사가 MBC에 제보를 해왔습니다.

자신은 운전기사가 아니라 머슴이었다는 겁니다.

온갖 허드렛일을 한 것은 물론이고 치욕스러운 폭언과 폭행까지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장인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57살 김 모 씨는 7월 말부터 TV조선 방정오 대표의 집에서 운전기사로 일했습니다.

자녀들의 등하교, 사모 수행 담당이었습니다.

[김 모 씨/57세·전 자택 운전기사] "아침 7시 반쯤 출근해 가지고 아이 등교시키고 하교시키고 학원 보내고 사모님 이제 심부름 좀 하고"

방 대표의 아내 이 모 씨가 적어준 초등학생 딸의 일정표입니다.

하교 시간, 국영수 과외 시간, 발레, 성악, 수영, 싱크로나이즈, 주짓수, 테니스 등 학원 시간이 빽빽이 적혀 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데 (사모한테) 느닷없이 전화 와 가지고 '아직도 거기 가냐 참 기가 막힌다'"

운전만 한 게 아닙니다.

구두도 닦았고 마트 가서 장도 보고 세탁소 가서 옷도 찾아오고 여기저기 송금할 때는 먼저 김 씨가 자기 돈으로 부친 뒤 나중에 받는 일도 많았습니다.

[전 자택 기사-김 씨 통화녹음] "구두 닦으라고 그러지 않아요? (구두 닦으라고 그러던데) 자기 구두 닦으라고 막 그러잖아. (예) 골프 갔다 오면 골프화 닦아 놓으라고 그러고."

그래도 이런 건 참을 만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 딸한테 당한 수모는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김 모 씨/57세·전 자택 운전기사] "때리기도 하고 막 귀에 대고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교통사고가 날까) 불안하더라고요. 심지어 (운행중에) 핸들까지 꺾더라고요. 이걸 누가 믿겠습니까."

어린 아이의 철없는 행동으로 넘겼지만, 이러다 자칫 사고라도 나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까 두려워 김 씨는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방 모 양/초등학생] "아저씨 아저씨! (아유 귀 아파라) 또 소리 질러 줄까? 어? 또 소리 질러줘. (소리 지르지 마. 사고 나. ) 이제 아저씨랑 생활 안 할래. (막 때리기까지 해, 이제.) 내려줘. 당장 내려줘"

초등학생 아이는 수시로 김 씨를 자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방 모 양/초등학생] "진짜 엄마한테 얘기해야 되겠다. 아저씨 진짜 해고될래요?"

그런데 김 씨는 실제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난달 24일 다른 설명은 없이 한 달 말미를 줄 테니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는 통보를 받은 겁니다.

억울한 마음에 그는 녹음 파일 하나를 방 대표 부부에게 전했습니다.

다음날 부인 이 씨는 딸에게 사과를 시켰습니다.

[김 모 씨/57세·전 자택 운전기사] "사모님이 다그치더라고요. '똑바로 사과 못해' 그렇게 하니까 아이가 기어가는 소리로 '잘못했어요' 저도 그순간 눈물이 와락 나더라고요."

그런데 불과 두어 시간 뒤 녹음을 지우라면서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했다고, 김 씨는 더욱 억울해 했습니다.

"조금 전에 사과해 놓고 갑자기 그만두라고 그런 꼴이 되었으니까 뒤통수 때리는 거지 그게 어떻게 사과가 되겠습니까"

이게 다가 아닙니다.

김 씨의 월급 통장.

디지틀조선일보가 월급을 지급했습니다.

방 대표 집안의 사적인 일을 했는데도 회사가 월급을 준 겁니다.

인터넷에 올린 채용공고에는 방 대표의 장충동 자택에서 자녀 2명의 학교 학원 등하교 사모의 점심 저녁 약속 수행이라며, 횡령죄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버젓이 적어놨습니다.

[임주환 변호사] "개인 기사의 급여를 회사가 지급하게 했다면 배임죄 내지 횡령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취재진은 방 대표의 아내 이 씨를 만나 입장을 물어 봤습니다.

[이 모 씨/방 대표 아내] (상당히 심한 폭언이 있었던데요.) "그거에 대해선 저희 다 사과했어요." (그날로 바로 해고를 하셨던데.) "저는 그건 모르는 일이에요. 회사에서 처리하셨는지 모르겠어요."

회사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한 것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습니다.

취재진 만나길 거부해온 디지틀조선일보 측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운전기사 김 씨가 방 대표와 가족들을 협박하려는 동기를 가지고 대화를 불법적으로 녹음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씨를 해고한 것은 '차량 청결 유리 관리 및 근무 태도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방 대표 가족들에게 불법적으로 운전기사와 차량을 제공한 것에 대해선 '사적 부분에서 (운전기사의) 도움을 받은 경우도 발생했다'며 잘못을 사실상 시인했습니다.

MBC뉴스 장인수입니다.

장인수 기자 (mangpobo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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