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조선인 강제동원 사과·배상을" 남북 처음 한자리에서 공동선언

2018. 11. 1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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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북과 국교정상화 최우선 과제"
강제동원 희생자 공동재단 설립 등 5개 항 공동합의도
경기도 "북, 이재명 방북 초청..이 지사, 육로방북 희망"

[한겨레]

16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한 리종혁(오른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하토야마 유키오(왼쪽) 전 일본 총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하려 방남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16일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는 결코 미래가 없다. 북과 남이 손을 잡고 일본의 죄악을 파헤치며 다시는 후대에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나가자”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남북한과 일본 등 참석자들은 각국 실정에 맞는 강제동원 희생자 추모비와 평화공원 조성, 희생자 유해 발굴과 진상 조사, 공동재단 설립 추진 등의 내용을 담은 5개 항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남쪽에서 열린 행사에 북쪽 대표가 참석해 일본의 강제징용 등 전쟁범죄 행위를 규탄하고 공동대응을 모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부위원장은 “조선민족에게 행한 일본의 책동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대상으로 독일이 자행한 범죄를 능가하는 가장 악랄한 민족말살 범죄행위였으나, 일본 당국은 패망 뒤 7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사죄와 보상은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직접 강제납치 범죄 진상을 조사해 전모를 공개하고, 유가족에게 사과, 배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조선인 강제납치 및 연행 범죄 역사를 청산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과제로 △강제납치 및 연행 범죄 진상 규명과 전모 공개 △조선인 강제납치·연행에 대한 국가적 책임 인정과 피해자 및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공식사과와 배상 △희생된 모든 강제납치·연행 피해자들의 유해 발굴과 송환을 위한 실천적 조처 등을 제시했다.

리 부위원장에 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아베 정권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핵·미사일 순서로 (북한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먼저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이루고 그 결과물로 납치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사안을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로 만들어 이후 제2차 세계대전으로 돌입한 결과 한반도가 분단된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며 일본의 책임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일본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무한책임을 져야 된다. 전쟁을 통해 상처 입은 분들이 ‘더 이상 사죄하지 않아도 된다’고 용서해줄 때까지 사죄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기조강연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난제 극복 방안’이란 제목으로 “6·12 북-미 정상 간 싱가포르 핵 합의 이행 문제가 미국 실무관료들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북한의 선 행동’을 요구하던 지난 25년 동안의 인습으로 복귀했다”며 미국의 정책 변화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북한이 핵 리스트를 신고하고 사찰·검증을 받으면 그 뒤에 보상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정립된 미국의 북핵정책이라면, 트럼프 정부가 부시 정부의 북핵 문제 해결 방식이었던 ‘리비아 방식’으로 복귀하려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3년 미국의 선의를 믿고 비핵화를 먼저 하고 미국과 수교(2006년)도 했으나 카다피가 2011년 처참한 최후를 맞은 뒤 북한이 ‘선 비핵화’를 극력 반대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의 불안과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려면 북한의 ‘선 조치’ 뒤 미국이 일방적으로 체제안전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한반도 유관국들이 ‘2(북-미)+4(한-중-러-일) 방식’의 북한 비핵화 촉진·감시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토론에 나선 박인환 건국대 교수(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위원장)는 최근 강제동원 관련 대법원 판결의 내용과 의의를 소개하면서 “이 판결은 일본의 사법부 판결에 대응하고 기존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면서 향후 한-일 간의 과거사 청산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의 국내법적, 국제법적, 외교적 논거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 신일철주금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 신일철주금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로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환영사에서 “남과 북은 이번 만남을 계기로 실질적인 교류 협력에 나서게 된다”며 “평화의 기운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으로 뻗어나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대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지사에 대해 북쪽이 적극적으로 초청 의사를 밝혔다. 아직 시기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이 지사는 육로를 통한 방북을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 주최로 열린 이날 대회는 태평양전쟁 당시 피해 당사국과 가해국이 모여 평화 협력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회에 참석하려 지난 14일 방남한 북 대표단은 15일 판교테크노밸리와 경기도 농업기술원 등 첨단시설을 둘러보고, 지역 간 교류 협력 방안에 대해 경기도와 의견을 나눴다. 북 대표단은 17일 오전 김포공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박경만 홍용덕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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