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백두칭송위원회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하는 인민은 행복할 것"

김다영 입력 2018.11.18. 18:26 수정 2018.11.1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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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광화문서 연설회 "김정은 결단력과 대담함, 겸손하고 소탈" 주장
10대 청소년 나서 "김 위원장과 통일의 역사에 함께 해 영광" 발언
백두청산위원회 등 보수단체는 맞은 편에서 맞불집회 열어
새벽당 대표 "진보의 가치는 인권인데 김정은 옹호 어처구니없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찬양해 논란이 된 ‘백두칭송위원회’가 보수단체의 세 차례 고발에도 불구하고 도심에서 연설대회를 열었다. 보수단체들은 김 위원장과 북한의 체제를 찬양하는 행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맞불집회를 여는 등 반발했다.

백두칭송위 소속 50여명은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연설대회 ‘김정은’과 예술공연 '꽃물결'을 개최했다. 연사로 나선 한 청년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그의 추진력과 대담함으로부터 나왔다"며 "성조기 및 태극기 부대로부터의 위협이 있음에도 목숨을 걸고 서울 답방을 추진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에서 통일에 대한 염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많은 사람이 하나같이 찬사를 표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런 지도자와 함께하는 (북한의) 인민은 행복할 것이란 칭찬까지 나왔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가졌던 독재자의 왜곡된 이미지를 벗게 하기 충분했다"고 말했다.

백두칭송위원회가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공연행사 '꽃물결'을 진행하고 있다. 김다영 기자
반미(反美) 발언도 이어졌다. 자신을 성균관대 학생이라고 소개한 청년은 "과거에도 북한 최고지도자들의 서울 방문이 수차례 추진됐지만, 번번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미국의 힘이 더 컸기 때문"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분단 체제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힘을 남과 북이 압도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연설대회에는 10대 중학생 등 청소년들도 나왔다. 어린이 청소년단체 ‘세움’ 소속의 한 청소년은 "김정은 위원장님의 서울 답방을 일부 극우세력이 방해할까 두렵다"며 "그래도 김 위원장님이 떳떳하게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통일의 역사에 함께 설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15세 중학생이라고 밝힌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북에 갔을 때 북한 시민들이 환영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님이 배려하시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며 "우리도 김정은 위원장님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여성 진행자는 “통일을 이유로 빨갱이로 몰렸던 시절을 기억하냐”며 “이제 국가보안법은 없다”고 외치지도 했다. 이들은 또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부정적 의견을 냈던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을 향해 "발 닦고 잠이나 자라"고 조롱하는 한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서는 "X소리 짓거리는 건 똑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촉구하고 환영하기 위해 결성됐다는 백두칭송위는 지난 7일 선포식을 가진 뒤 보수 성향 단체인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자유연대, 활빈단 등으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세 차례에 걸쳐 고발당했다. 이들은 백두칭송위가 명백한 '이적단체'라며 찬양고무 및 국기 훼손 등 명백하게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두칭송위 관계자는 "외국 가수가 오면 이름을 외치고 찬양을 하면서 한민족끼리 왜 찬양을 하지 못하느냐"며 "오늘 행사는 백두칭송위 첫 활동이자 신호탄이 되는 자리이며, '꽃물결'도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경기 등 전국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정식 활빈단 대표가 18일 백두칭송위원회의 연설대회 '김정은' 시작 전 행사 중단을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김다영 기자
이날에도 연설대회 시작 30분 전 보수단체인 활빈단 홍정식 대표는 ‘김정은 떠받드는 백두칭송위원회 규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연설장에 등장했다. 홍 대표는 “(행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소리치며 “마음속으로 환영하면 되는 것을 위원회를 만들고 가족과 형제를 죽인 독재자를 위한 시민대회를 여느냐”고 항의했다. 이날 오후 7시 백두칭송위 연설대회가 열린 광화문 KT 사옥 맞은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새벽당 등 청년 보수세력이 결성한 ‘백두청산위원회’가 맞불집회를 열었다. 박결 새벽당 대표는 “진보의 핵심가치는 인권인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짓밟는 김정은을 대변한다는 것이 어처구니없다”고 비판했다.

주말 광화문을 찾은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오모(27)씨는 “우리 세대는 북한의 계속된 무력도발로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며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며 찬양이라는 표현이 거북하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최모(69)씨는 “통일은 와야 하고 평화 분위기 속에서 이런 행사는 좋다고 본다”며 “개개인의 표현 정도 차이가 있는 것이고, 이 정도는 평화를 앞당기기 위해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