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옥에 갈 각오하고 심장환자 살리는 119

조건희 기자 2018. 11. 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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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에 사는 A 씨(49)는 2016년 9월 집에서 가슴을 부여잡은 채 쓰러졌다.

119구급대원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A 씨의 심전도를 측정해 그 결과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동아대병원 권역심뇌혈관센터에 보냈다.

심장 이상 환자가 나오면 119구급대원이 바로 심전도를 측정해 병원으로 보내고, 의료진은 급성 심근경색 여부를 확인해 신속하게 조치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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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병리 자격증 없는 구급대원, 심전도 재면 3년 이하 징역형
전송받는 병원도 폐쇄처분 대상, "사람잡는 규제 차라리 법 어길것"
부산 동래구에 사는 A 씨(49)는 2016년 9월 집에서 가슴을 부여잡은 채 쓰러졌다. 119구급대원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A 씨의 심전도를 측정해 그 결과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동아대병원 권역심뇌혈관센터에 보냈다. 의료진은 A 씨가 급성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곧장 심장혈관 확장술을 준비했다. 119구급대와 동아대병원 간 신속한 의사소통 덕분에 A 씨는 쓰러진 지 1시간 만에 응급 시술을 받고 살아날 수 있었다.

동아대병원과 부산소방본부는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심전도 전송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벌였다. 심장 이상 환자가 나오면 119구급대원이 바로 심전도를 측정해 병원으로 보내고, 의료진은 급성 심근경색 여부를 확인해 신속하게 조치하기 위한 것이다. 시범사업 기간 급성 심근경색 환자 286명이 구조부터 심장혈관 확장술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시범사업 전 평균 92분에서 79분으로 13분 단축됐다. 이에 동아대병원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심전도 전송을 시범사업에서 정규사업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료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분초를 다투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살리기 위해 119구급대원이 심전도를 측정하는 것도, 의료진이 이를 토대로 진단을 내리는 것도 모두 현행법에 저촉된다. 심전도 측정은 의료기사법상 임상병리사 자격이 있어야만 측정할 수 있다. 의료진이 SNS로 전송받은 심전도 측정 결과를 토대로 진단을 내리는 것도 의료법상 ‘무허가 원격의료’에 해당한다. 현행법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구급대원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의료진은 1년 이하의 병원 폐쇄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시범사업은 상관없지만 정규사업은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동아대병원은 처벌을 각오하고 ‘심전도 전송 사업’을 강행할 방침이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첫 증상을 보인 지 2시간 안에 심장혈관 확장술을 시행할 수 있는 응급실로 옮겨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급성 심근경색 의심환자의 2시간 골든타임 준수율은 절반(49.7%)에도 못 미쳤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119구급대원은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심근경색이 왔는지를 알 수 없다. 일단 가까운 응급실로 이송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심장혈관 확장술을 할 수 없는 응급실이라면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치료할 방법이 없다. 동아대병원 김무현 심혈관센터장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차라리 법을 어기고 말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현행법에 어긋나는 사업을 허용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2015년부터 의료진이 영상통화로 조언하면 119구급대가 심정지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주사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도 “구급대원에겐 전문의약품 투약 권한이 없다”는 논란 때문에 정식 사업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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