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6학년에게 받아낸 '김정은 환영단' 가입신청서

김승재 기자 입력 2018. 11. 19. 03:05 수정 2018. 11. 1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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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단체 특별강의.. '통일 엽서' 꾸며 보라더니 그 뒤엔 가입장

한 민간 통일 단체가 '평화 통일 수업'을 한다며 초등학교를 방문해, 6학년을 상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환영단 참가 신청서를 받은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빨리 와주세요' '언제든 환영합니다'라며 김정은을 환영하는 글도 써냈다. 학교 측은 뒤늦게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단체에 항의하고, 신청서를 되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김정은 방한 환영 단체인 '서울시민환영단'은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초등학생들의 마음을 담은 환영 엽서'라는 제목으로 학생들이 쓴 엽서 등이 담긴 사진 10여 장을 공개했다. 김정은에게 보내는 글로, 서울 강북구 S초등학교 학생들이 썼다.

한반도가 그려진 엽서에는 '빨리 와주세요. 언제든 대환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빠른 시일 내에 통일을 해주세요. 김정은 국무위원장 남한 방문을 환영하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학생들은 엽서 뒷면에 인쇄된 '서울시민환영단 신청서'에 이름과 연락처, 주소를 적어 냈다고 한다.

S초등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이 수업은 민간 통일 단체인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 소속 강사가 진행했다. 겨레하나 측이 학교에 '평화 통일 수업을 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6학년 담임교사 2명이 신청했다. 수업은 지난 16일 1~2교시에 걸쳐 이뤄졌다.

겨레하나 측 강사 2명은 이날 학교를 방문해 2개 학급에서 수업을 했다. 이 중 한 학급에서 강의를 했던 강사는 김정은 환영단 신청서가 적힌 엽서를 나눠 줬다고 한다. 이 엽서가 서울시민환영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것이다. 수업 당시 담임교사가 교실에 같이 있었지만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 교감은 "애초 해당 단체에서 보내온 강의 계획서에는 환영단 신청 같은 내용은 없었다"며 "현장에 있었던 담임교사에게 경위를 물으니 '내용이 변질됐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했다. 학교 측은 허락 없이 학생들로부터 신청서를 받고 이를 공개한 겨레하나에 항의하고, 환영단 신청서가 포함된 엽서를 돌려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서울시민환영단 측은 17일 홈페이지에서 관련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

S초등학교 학생들이 받은 한반도기 엽서 뒷면에 인쇄된 서울시민환영단 가입 신청서. /서울시민환영단


이에 대해 서울겨레하나의 권순영 운영위원장은 "한반도기에 대한 교육에 이어 자연스럽게 한반도기에 평화, 통일에 대한 마음을 작성하게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는 별도의 환영단 신청을 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애초 인터넷에 공개됐던 엽서 뒷면 신청서에는 인적 사항을 적은 학생이 있었다.

2004년 창립한 겨레하나는 대북 지원, 통일 교육을 해온 단체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실무회담 대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등을 지낸 조성우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민노총, 한노총, 전교조 위원장 등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겨레하나 측은 서울시민환영단과 관련성에 대한 본지 문의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서울겨레하나 등은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서울시민천만환영 선포식'을 함께해 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시민환영단은 지난 14일부터 서울 도심 곳곳에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 환영' '서울시민환영단 모집' 등이 적힌 불법 현수막을 걸고 김정은 환영 여론 조성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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