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영화예고편 틀듯" 혜경궁김씨 수사발표, 왜 주말이었나

박현익 기자 2018. 11. 1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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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발표한 ‘혜경궁김씨=이재명 부인’
단독뉴스, 검경 이례적으로 빠른 ‘확인’
"뉴스 물타기 수법" vs. "주말 뉴스 장악시도"

"영화 예고편 틀듯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도청에서 부인 김혜경씨 사건과 관련, ‘경찰이 권력 편에 섰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 중 하나가 ‘토요일에 영화 예고편 틀듯이’ 흘렸다는 대목이다.

‘경찰이 이재명 지사 부인인 김혜경씨를 ‘혜경궁 김씨’라고 결론냈다’는 내용은 지난 17일 오전 8시 2분 연합뉴스발로 보도됐고, 곧이어 경찰이 확인해 주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검찰 역시 "사건을 빨리 송치하라고 지휘한 것은 맞지만 수사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경찰의 수사 결과 보도를 둘러싸고 보도·발표 시점과 내용, 경찰 안팎의 분위기 등이 지금까지의 관행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사와 관련된, 주요 증거나 수사 결과는 언론이 미리 보도하더라도 경찰과 검찰은 보통 "수사중인 사항이라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뒤 예정 수순대로 송치나 기소 등 공식 절차 때 언론브리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엔 "송치했다"는 사실 확인에 이어, 수사 결과 때 발표할 자세한 내용을 미리 밝혀버린 것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상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은 브리핑 시각을 미리 예고한 뒤 정식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며 "긴급한 현행범을 체포한 것도 아니고 아침 일찍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내보낸 것은 예외적"이라고 말했다. ‘혜경궁 김씨’의 실소유주를 밝혀달라며 고발장을 접수했던 이정렬 변호사도 ‘다른 의미’로 경찰의 일처리에 석연찮은 점이 있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 2일 오전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혜경궁 홍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①先보도 後확인…보도 17분 뒤 기자들에게 알려
이날 ‘혜경궁 김씨’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첫 보도는 오전 8시 2분에 연합뉴스의 특종으로 보도됐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08_hkkim)’ 실소유주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것이다. 이어 약 7분 후 검찰에 김씨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이라는 내용이 추가 보도됐다. 경찰 관계자가 "검찰의 송치 지휘에 따른 것"이라고 확인해 주었다는 것이다.

경찰이 기자들에게 공식으로 송치 일정을 알린 것은 오전 8시 19분이다. 경찰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김씨에 대해 오는 19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임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언론 보도가 먼저 이뤄지고 뒤늦게 경찰에서 사실 확인을 해 준 것이었다. 첫 보도 후 한 시간이 지난 오전 9시 8분쯤 경찰은 기자들에게 ‘추가 공지’를 통해 상세한 수사결과 내용을 알렸다. 경찰 한 관계자는 "언론에 나왔다고해서 서둘러 수사 내용을 알리는 것은 평소 때와는 다른 방식"이라며 "내부에서도 ‘위에서 풀어버리라고 지시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고 했다.

②경찰·검찰 모두 "예상 못했다"는데…그럼 누가?
이 사건을 경찰에 고발한 이정렬 변호사는 17일 트위터를 통해 "밝혀야 할 의혹들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그 중 하나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송치 의견조차 고발인 측에 알리지 않은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수사기밀이라는 이유로 보안을 유지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17일 수사 결과가 보도될 것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월요일(19일)에 송치할 예정이라서 그 때 언론에 알리려고 계획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의도치 않은 시점에 전혀 예상치 않은 방식으로 보도가 나서 다들 무척 당혹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6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려 한다고 보고하자, 검찰이 송치하라고 지휘했다는 것이다.

관할 검찰청인 수원지검도 당시 수사 내용이 보도될 것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아 최근 경찰 측에 사건 수사에 대한 의견을 내서 보내달라고 한 것 뿐이며, 아직 경찰에서 넘어온 자료를 검토 중이고, 검찰은 ‘혜경궁 김씨’ 사건과 관련해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6월 12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가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교회 앞에서 부인 김혜경씨와 유세를 펼치고 있다./조선DB

③"사건 축소위해?" vs. "주말 이슈 독점한 것"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토요일에 발표했다는 설과 ‘주말 이슈를 독점하기 위해’ 주말을 이용했다는 정 반대의 주장이 나온다.

이정렬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당초 소송인단은 경찰이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기 위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보도를 내지 않을까 예상했다"며 "그런데 불행히도 이 예상이 적중했다"고 썼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만으로는 김씨가 ‘혜경궁 김씨’ 계정이라고 단언하기 힘들어 보인다"며 "그래서 주말에 얼렁뚱땅 덮고 넘어가려 한다는 오해가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반면 주말 이슈를 독점해 오히려 이재명 지사 측에 치명타를 입혔다는 말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오히려 주중에 보도가 됐다면 다른 굵직굵직한 이슈들과 섞여서 관심도가 희석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래도 토요일 아침부터 오후까지 거의 하루 내내 모두가 '혜경궁 김씨' 수사 결과 보도만 접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17일, 18일 주말 내내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주요 방송은 뉴스시간마다 ‘혜경궁 김씨=김혜경’이라는 자막을 내보냈고, 인터넷 뉴스에서도 이 사건 관련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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