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108억 감면해주고 억대 뇌물 챙긴 전·현직 세무공무원 등 적발

최인진 기자 2018. 11. 21. 16: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100억원대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대가로 납세자로부터 받은 금품을 나눠 가진 세무사와 전·현직 세무공무원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금융·경제범죄전담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세무사 ㄱ씨(53) 등 세무브로커 12명을, 수뢰후부정처사 등 혐의로 ㄴ씨(41) 등 전직 세무공무원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 등으로 전·현직 세무공무원 4명과 세무브로커 등 모두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해외로 도주한 현직 세무공무원 ㄷ씨(54)를 기소 중지했다.

ㄱ씨 등 세무브로커 15명은 2012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부동산 양도소득세 108억원을 감면받게 도와주고 납세자들로부터 총 15억4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ㄷ씨를 통해 ㄴ씨 등 당시 세무공무원 2명과 접촉해 총 83건의 세금 감면을 받아냈다. 이를 위해 ㄴ씨 등 세무공무원 4명에게 총 3억7500만원을 뇌물로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세무사나 세무사 사무장인 이들 브로커는 세금 감면 대가로 납세자 1인당 800만∼1억3000만원가량을 수수료로 받아 챙겼다.

ㄴ씨 등 당시 세무공무원들은 감면 요건을 뒷받침하는 증빙서류가 없는데도 브로커들이 써준 허위 신고서를 토대로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줬다. 이들은 세무서 내에서 배당 절차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범행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국세 전산프로그램에 있는 ‘조기결정’ 시스템을 통해 자신들이 직접 양도소득세를 결정했다. 조기결정 시스템은 출국을 앞둔 재외국민 등을 대상으로 긴급히 양도소득세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에만 사용하게 돼 있다. 일반배당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담당 공무원이 직접 세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현직 세무공무원 신분인 ㄷ씨는 국세청 감사가 시작되자 올해 1월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ㄴ씨 등 구속 기소된 세무공무원 2명은 범행 당시에는 현직 공무원 신분이었으나 올해 4월 파면됐다. 검찰은 ㄷ씨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를 내린 상태에서 뒤를 쫓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세무공무원들은 범행 당시 취약했던 국세 전산프로그램의 허점을 이용해 뇌물을 받아 챙기며 탈세를 도왔다”며 “국세청은 현재까지 탈루된 전체 세금 중 86억원은 징수했으며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압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국세청 자체 감사결과 부당한 업무처리를 적발, 탈루한 양도소득세를 추징하고 관련 공무원을 고발한 사건이다. 다시는 이와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차세대시스템(NTIS)을 고도화 했다”고 해명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