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개설 무제한..사기꾼 놀이터 된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6656건 2위
100% 비대면 방식 진행
매매사기 막기 힘들어
1인당 계좌수 제한 필요
김씨는 "카카오뱅크 쪽에 전화해 사기 이력이 있는 사람의 계좌를 계속 열어줘도 괜찮은 건지 물어봤더니 '공식적으로 피해자의 지급정지 요청이 오지 않는 이상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터넷전문은행 계좌가 사기 창구로 악용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계좌 개설 절차가 간편하다는 점을 노려 한 사람이 여러 계좌를 만들고, 이를 사기에 활용하는 범죄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21일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인 '더치트'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신고된 카카오뱅크 사기계좌 신고 건수는 8076건으로, 사기 피해 신고가 발생한 전체 은행 중 4위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 1~10월 통계만 보면 카카오뱅크는 신고 건수 6656건으로 농협(농협은행, 지역 농·축협 합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 10월 고객 680만명을 돌파한 카카오뱅크의 사기 신고 건수가 이용자 수 1500만명을 훨씬 웃도는 시중은행에도 뒤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뱅크 계좌가 타행 계좌에 비해 온라인 범죄에 더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간편한 계좌 개설 때문에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때부터 제기돼 왔지만 관련 규정이 강화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일반 은행들마저 계좌 개설 절차를 간소화하는 추세여서 비슷한 경제범죄 피해가 늘어날 것이란 염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인터넷전문은행과 일부 시중은행이 더 많은 고객과 현금을 유치하기 위해 계좌 개설을 남발하면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함께 간편 계좌 개설이 활성화하면서 시중은행 역시 비대면계좌 개설 절차를 완화하는 추세"라며 "은행 계좌가 사기 범죄에 쉽게 악용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해 일부 시중은행은 한 사람이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는 계좌 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계좌 개설 후 20일이 지나야 새로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한은 있지만, 일정 기간을 두고 여러 계좌를 개설할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최초 비대면계좌를 만들면 거래 금액의 상한선이 있는 한도 제한 계좌로 개설된다. 이를 일반 계좌로 전환하지 않으면 다른 계좌를 추가로 열 수 없도록 제한을 두긴 했다. 그러나 이를 일반 계좌로 전환하는 절차 역시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어 간단하게 한도 제한을 풀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이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위법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뾰족한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조심해도 사기를 피하기 위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건 더 큰 문제다. 계좌가 여러 개인 사기꾼을 사기거래 조회 앱으로 걸러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카카오뱅크 측은 "다른 은행들이 취하는 범죄 예방 조치는 우리도 똑같이 다 하고 있다"며 "일부 이용자가 카카오 계좌를 범죄에 악용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해도 지금 취하는 조치 외에는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측 설명과는 달리 비대면계좌 개설 서비스에 엄격한 제한을 둔 은행도 있다. A은행은 제한 없는 비대면계좌 개설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1인 1비대면계좌 정책을 시행한다. 이 은행 관계자는 "절차의 간소화는 보안 취약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아직 계좌 개설을 무제한으로 풀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본 다음 비대면계좌 개설 서비스 확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1인당 계좌 개설 수를 제한하는 등 범죄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편의성 제고 등 좋은 취지는 인정하지만 범죄에 쉽게 악용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며 "선량한 금융소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계좌 개설 수를 제한하는 등 범죄 예방을 위해 은행권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사고 치면 전화기 뺏기면 안돼" 이재명 발언 재조명
- 정부 조선산업 활성화방안에 지역 업계 시큰둥
- 유은혜 "국공립 유치원 늘려 유아교육 질 높이겠다"
- "DMZ 남북 화살머리고지 전술도로 연결..전쟁상흔 치유"
- 서울 학교 주변 담배소매점 평균 7곳..학생 흡연에 영향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5년 전 잘못된 만남? ‘신세계’는 없었다 [스페셜리포트]
- 檢, ‘14살 트로트 가수’ 오유진 스토킹한 60대男 집유 선고에 항소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