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핵마피아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 / 장정욱

입력 2018. 11. 21. 18:26 수정 2018. 11. 22. 13: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핵마피아가 원자력안전위원장의 사퇴를 정치문제로 변질시켜, 문재인 정부의 탈핵방침을 저지하려는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탈핵방침 때문에 당장 전력수급 대란이 일어날 것처럼, 또 세계 최고의 원자력기술을 쇠퇴시켜 수출까지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향후 에너지절약 추진 및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인구감소 추세 등을 고려하면, 탈핵방침은 단순한 정치적 슬로건이 아니라 합리적·이성적인 판단의 결과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장정욱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핵마피아가 원자력안전위원장의 사퇴를 정치문제로 변질시켜, 문재인 정부의 탈핵방침을 저지하려는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탈핵방침 때문에 당장 전력수급 대란이 일어날 것처럼, 또 세계 최고의 원자력기술을 쇠퇴시켜 수출까지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핵마피아의 주장은 과연 타당한가.

첫째, 현 정부의 탈핵방침은 향후 60년에 걸친 단계적 폐로인 만큼, 장기적인 ‘전력공급 구조의 전환’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오히려 발전원이 대규모 집중식이고 특히 핵발전소에 편향돼 있는 현행 공급구조야말로 수급 리스크가 더 크다. 즉 전력수요가 급증했을 때 대규모 출력을 가진 핵발전소가 사고나 고장으로 급정지하면, 공급 부족으로 광범위한 정전으로 이어질 확률이 훨씬 높다. 대표적 사례로 후쿠시마 사고 직후와 지난 9월 홋카이도에서 발생한 일본의 전력대란을 들 수 있다. 후자는 송전망 부족도 한 원인이었지만, 다양한 발전원 확보를 외면한 채 핵발전소 건설에만 집중한 ‘구조적 결함’이 더 큰 원인이었다. 게다가 후쿠시마 사고 뒤에도 홋카이도전력이 핵발전소의 재가동을 전제로 대체 발전원 건설을 미루어온 탓이었다.

둘째, 향후 에너지절약 추진 및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인구감소 추세 등을 고려하면, 탈핵방침은 단순한 정치적 슬로건이 아니라 합리적·이성적인 판단의 결과다. 왜냐면 기존 공급 중심이 아닌 수요관리를 앞세우는 정책으로의 전환만으로도, 전력공급의 약 3할을 차지하는 핵발전소를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에너지절약과 관련 기술의 개발로 국내 전력수요의 최소 3할을 줄일 여지가 있다. 2014년 각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을 보면, 캐나다와 미국에 이어 한국(1만564㎾h)이 세계에서 세번째 소비국이며, 한국보다 위도가 높은 영국(5131㎾h)의 약 2배에 이르고 일본(7829㎾h)보다도 약 4할 많다. 따라서 예를 들면 가정 내 전력제품의 전선을 빼는 습관만으로 최소 1할 이상의 전력이 절감되며, 기업들의 에너지절약을 촉진하는 제도 설계를 도입할 경우 탈핵 시기를 더 앞당길 수도 있다.

셋째, 재생가능에너지처럼 소규모 발전원의 보급은 국산 에너지로 핵연료 수입 및 화석연료 구입에 따른 외화유출 방지, 지구온난화 방지, 재해 시 전원 확보 등의 장점이 있다. 한편으로 핵발전소의 사고 리스크와 치명적인 사용후핵연료의 처분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인 상태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사고의 수습·배상비용을 약 215조원(2016년 12월 현재)으로 발표했지만, 현재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지역보다 인구밀도 및 산업집적도가 높은 국내에서 중대사고가 일어나면, 일본의 수배 또는 수십배의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해 국가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그런데 국내 원전의 안전성이 일본보다 높지 않은데도 후쿠시마 사고 후 국내 24기를 대상으로 한 안전강화 비용은 겨우 1조1000억원으로 일본의 핵발전소 1기(이카타 3호기, 약 1조9000억원)보다 적다. 2013년 7월부터 강화된 규제(안전)기준을 도입한 일본의 경우, 추가적인 안전강화 비용 부담 때문에 전기출력 60만㎾ 이하의 소규모 원전을 중심으로 ‘16기’의 폐로가 이미 확정되었다. 후쿠시마 사고 뒤 선진국은 탈핵 또는 안전강화에 더 집중하고 있는데도, 국내 핵마피아만 여전히 안전신화를 앞세워 원전확대만을 강변하고 있는 꼴이다. 심지어 비싼 심사료를 지급하고 받은 미국규제위원회의 설계인정도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최소한의 자격 획득에 지나지 않는데도, 마치 미국의 인정만 받으면 곧 수출로 이어질 것처럼 호도하는 보수언론도 적지 않다.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