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덕에 호의호식"..'훔친 수저'에 분노하다

박가영 기자 2018. 11.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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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범죄'에 비난 받는 연예인, 新(신) 연좌제?
왼쪽부터 그룹 아이콘 비아이, 래퍼 마이크로닷../사진=머니투데이DB, 뉴스1


래퍼 마이크로닷이 '부모 사기 의혹'으로 비난의 중심에 섰다. 논란이 커지자 이틀 만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대중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현대판 연좌제'라고 지적했다. 부모 죄를 자식에게 물어선 안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21일 마이크로닷은 소속사 컬쳐띵크를 통해 "부모님과 관련된 일로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 갈 당시 저는 5살이었다. 어제 뉴스기사들이 나오고 부모님과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까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피해자 한 분 한 분 직접 만나 뵙고 말씀을 듣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9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마이크로닷 부모가 과거 충북 제천에 살던 시절 주변인들에게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끼치고 뉴질랜드로 도망을 쳤다는 내용의 글이 퍼졌다. 이에 마이크로닷은 "사실무근이다.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피해 사실을 밝혔다.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파문이 커지자 경찰도 마이크로닷 부모 사기 사건 재수사에 착수했다. 충북 제천경찰서는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1999년 친척과 이웃 등으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빌려 잠적한 혐의(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있으며, 담당자들이 바뀌어 아직 처리되지 못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화살은 자연스레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활동 중인 마이크로닷에게 향했다. 그의 사과문을 본 누리꾼들은 "부모가 사기 친 돈 네가 이자까지 쳐서 다 갚아라", "사과로 끝날 일 아니다. TV에서 안 보고 싶다", "뒤늦게 인정하다니. 이러니까 사기꾼 아들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마이크로닷이 지나치게 가혹한 비난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부모가 지은 죄의 책임을 자녀에게 묻는 것은 '연좌제'라는 것. 연좌제는 범죄인과 특정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는 제도를 말한다. 실제 일부 누리꾼들은 마이크로닷 인스타그램에 "이번 일로 상처받아 진솔한 모습 잃지 않길 바란다", "잘못 없는 거 안다. 힘내라" 등 댓글을 게재하고 있다.

이 같은 연예인 가족 '연좌제'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배우 A씨의 딸 B씨 자매는 지난 2일 아버지 B씨가 주가조작으로 23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겨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배우 한효주도 연좌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영화 '쎄시봉'은 2015년 개봉 당시 한효주가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평점 1점을 받는, 이른바 '평점 테러'를 당했다. 이는 2013년 발생한 '김일병 사건'의 가해자로 한효주 친동생이 지목됐기 때문. 김일병 사건 공군 성남비행단 단장 부관실에서 근무하던 김 모 일병이 부대 내 가혹행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그룹 아이콘의 비아이는 데뷔 직전인 2014년 아버지가 회삿돈 24억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며 논란이 됐다.

마이크로닷의 '썬블락' 가사./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현대판 연좌제'에 대한 여론이 분분한 가운데 연예인들이 스스로 현 상황을 자초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방송에 출연하며 집안의 재력이나 자신의 부를 과시한 것이 화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마이크로닷의 경우 '썬블락'이라는 곡에서 "엄마는 사장님. 운영하지 제일 핫한 한식 뷔페. 아빠도 사장님. 작년에 10억 매출을 확 넘겼네"라는 가사로 부모님 재력을 언급한 바 있다.

직장인 정모씨(27)는 "사기, 횡령 같은 경우엔 부모가 했던 일이라도 그 돈으로 호의호식한 세월이 있지 않냐. '금수저'가 아니라 '훔친 수저'다"면서 "사과하고 인정하는 건 그나마 양반이다. 가족의 범죄를 모른 척하며 활동하는 연예인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중이 연예인과 그 가족을 분리해 생각지 않게 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가족을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활용하는 연예인들이 늘어났기 때문.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연예인의 가족 마케팅 경로가 예전보다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대중들의 피로가 높아지고 연예인과 그 가족을 묶어서 보는 경향이 생겼다. 가족을 마케팅의 방편으로 사용하는 최근의 흐름이 자제돼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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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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