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 국내보다 해외 투자자들 더 부정적 견해"

조강욱 2018. 11. 2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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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해서 국내보다 해외 기관 투자자들의 견해가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아직 관심을 가질 이유 없다는 견해가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홍콩, 싱가폴 주요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글로벌 매크로와 한국 경제, 투자 전략 관련 마케팅 트립을 진행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먼저 해외가 국내보다 좀 더 부정적인 견해가 강했다. 지난 10월 한국 주식이 큰 폭 하락했지만 저가 매수는 이르다는 견해가 대체적이었고, 한국 증시 낙폭이 여타 국가보다 컸던 것은 펀더멘털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증거라고 풀이했다.

주도주 역할을 해왔던 미국 주식시장이 법인세 기저효과 소멸로 탄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미중 무역분쟁도 해결 기미가 없고 자칫 잘못하면 일종의 위기(crisis)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내년 1분기까지는 섣불리 매수하지 않고 기다려보겠다는 시각이 대다수였다.

특히 한국 주식은 당분간 관심을 가질 이유가 별로 없다는 입장이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감익 때문에 내년 이익이 거의 늘어나지 않는데다 상관 계수가 높은 중국 경기도 안좋고, 미중 무역분쟁 타격 불 보듯 뻔하다', '내년 중국 A주와 사우디 MSCI EM 편입까지 예정되어 있어 수급 상황도 안좋다', '정부 정책이 악순환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 방문해 보면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오른게 피부로 느껴진다. 경기도 안좋은데 비용(cost)이 올라가 걱정이다', 최저임금은 계속 올라가는거냐'는 이야기들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또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시작됐다던데 가계부채는 문제 없는지, 은행 건전성은 괜찮은지 질문도 많이 나왔다고 한투증권은 설명했다.

특히 투자자들은 일본이 경험했던 불황형 흑자(recessionary trade surplus)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관점에 크게 동의했고 이번 10월에 주식시장이 급락했는데도 과거와 달리 외환시장이 매우 안정적인 것은 경기둔화기에 자국통화가 강세로 갔던 일본과 비슷한 형태라는 부분에 공감이 이뤄졌기도 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우리는 상황이 안좋은 것은 맞지만, 2019년 2분기 전후 경기 변곡점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면서 "1분기까지는 경기 하락이 진행되겠지만 최근 유가가 큰 폭 하락하면서 경제 전반적으로 원가 부담을 덜게 됐고, 내년 중반 미국 기준금리 인상도 중립금리 수준인 3%에서 쉬어갈 가능성이 높아 이자 부담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실물 경제와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움직이는 중국 경제선행지수가 유동성공급 등 효과로 반등을 시작했기 때문에, 감세와 재정정책까지 가세하면 2019년 중국 경기는 의외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분쟁이 더 격화되지만 않는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이 경우 3월 전후 반등을 노릴 수 있겠다는 대답도 나왔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supply chain migration) 수혜가 가능한 한국기업을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국은 미중 무역분쟁의 최대 피해국이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는 반응도 있었다. 특히 12월 1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모종의 합의가 없으면 2019년 1월부터 대중 수입품에 25% 관세가 부과되는데, 이 경우 중국에서 수입하는 부품과 소비재 중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실제로 스파이 칩(spy chips) 논란이 확산되면서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중국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심리적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공급과잉 산업에서 구조조정이 빨라지면 수혜 보는 한국 기업들이 있을 수 있다. CCTV 등 보안용 카메라, 의류 OEM, LED/PCB 등 IT 부품 등에서 이러한 트렌드가 확인되고 있고, 추후 2차전지와 반도체로도 이런 트렌드가 확산될 수 있을지 많은 토론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2020년 4월 총선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는 지지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2019년 하반기 전후 정책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의견에도 많이 동의했다"면서 "또 음식료와 택배업체 등 가격인상 모멘텀이 확인되는 업종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인상 수혜주(?)로 긍정적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급락으로 KOSPI 200 배당수익률이 2%까지 상승해 국고채 3년물 금리보다 높아졌다, 고배당주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는 부분에도 공감대가 형성됐고 통신주, 정유주 등이 거론됐다"면서 "아울러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필두로 한국에서도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액티비스트(Activist) 펀드가 늘어나고 있어 관련 종목 스크리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대북 경협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 시각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언론과 해외 언론의 시각차가 상당하다며, '미국은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기 원하지만 북한이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걱정이다', '친미(親美)와 친중(親中) 외교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잘 잡아야 하는데 정부의 스탠스가 애매모호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경기하강이 깊어지고 있어, 현 정부가 대표 간판 정책인 대북 경협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만 하는 필요성과 당위성이 있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 UN 제재 해제 여부 및 트럼프 대통령의 스탠스를 잘 관찰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박 연구원은 "종합하면 아시아 투자자들은 대체로 글로벌 주식시장 흐름이 안정되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유가와 채권시장 상황 및 미중 무역분쟁 전개 과정을 더 지켜보겠다는 유보적 태도였다"면서 "다만 2019년 2분기 전후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정책 변수,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내 역할 변화에 대해서는 향후 면밀한 스터디가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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