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내일준비적금 '+1%p' 이자가 무산 위기에 놓였다

2018. 11. 2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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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에 고금리 제공, 제대 뒤 '마중물' 역할
은행 5%대 지급에, 국가 재정으로 1%p 추가
한국당 "빈곤층보다 중산층 '편법 증여' 우려"
장제원 "법령 미비..군 상대 적금 사기사건"
1시간 격론 뒤 결론 못내고 소소위로 '보류'

[한겨레]

24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위원회 위원들이 국방부 등에 대한 예산 심사를 하고 있다. 송경화 기자

금융위원회와 국방부는 8월28일 ‘장병내일준비적금’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장병내일준비적금은 병사가 복무 중 적금을 넣을 경우 시중보다 높은 이자를 줘서 전역 뒤 취업 활동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한 제도다. 이튿날인 29일 14개 은행이 장병내일준비적금을 새롭게 출시했다. 기존에 현역병이 대상이었는데, 상근예비역과 의무경찰, 해양의무경찰, 의무소방대원, 사회복무요원 등으로 가입 대상을 확대했다. 월 20만원의 한도는 장병들 봉급 인상 추세를 반영해 이번에 월 40만원으로 늘렸다. 은행도 2곳에서 14곳으로 늘었다. 은행이 지급하는 이자는 5%가량인데, 정부가 재정 지원을 통해 1%포인트의 이자를 더 주기로 했다.

서울에 첫눈이 내렸던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소위원회는 국방부 감액 심사에서 이 주제를 다뤘다. 국방부에서는 서주석 차관이 나왔다. 1%포인트 추가 지원을 위해 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10억4천여만원이었다. 논의는 한 시간 넘게 이어졌고, 고성도 나왔다.

본격적으로 입을 뗀 것은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좋은 제도라고 생각이 되는데 면밀히 살펴보면, 집안 형편이 어려우면 (적금을) 적립할 수가 없습니다. 가입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부모님의 용돈을 받고 적금을 넣는 사례들이 있어 편법 증여와 같은 것이고 국민 세금으로 1%의 이자를 주는 것인데 최대 수혜자가 빈곤층보다는 저축에 여력이 있는 중산층일 가능성이 높아요. 전액 삭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장병은 저축 자체가 어려운 만큼 ‘고이율’의 혜택은 부유층 장병들에게 주로 돌아갈 것이라는 논리였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반박에 나섰다.

“갑자기 생긴 적금이 아니라 기존에도 있어 왔는데 봉급이 올라서 확대하는 것이고, 보통 한 계좌에 20만원씩 넣는 것이 많아야 2만명가량입니다. 적극 가입을 유도해서 유용하게 써달라는 것입니다. 자기 개발과 학업에 쓸 기회를 주자는 것으로 그 이자 1%를 보태는 것은 정책에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장우 한국당 의원이 반박에 나섰다.

“장병들에게 휴가도 많아지고 본인이 원할 때 나갑니다. 외출이 많으니까 월급은 (40만원으로) 올려줬는데 쓸 비용이 많아요. 외출 나오고 휴가 많이 나오고, 옛날에는 휴가 한 번 가면 15일씩 가다가 요즘엔 3박4일, 2박3일씩 자릅니다. 나와서 차비하고 먹고 돈이 많이 듭니다. 40만원으로 월급을 올리면 장병들이 넉넉할 것 같지만 요즘엔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장병들 월급이 오른 만큼 이번에 적금 가능 금액도 올리자는 것인데, 장병들 씀씀이가 요즘 커진 만큼 큰 효용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예산결산특위 간사(왼쪽)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번엔 장제원 한국당 의원이 입을 열었다. 그는 예결위 한국당 간사다.

“이미 출시했죠? 예산 확보도 안 되고 법도 마련이 안 됐는데 출시를 해요? 8월29일에 적금 팔았는데 어떻게 할 겁니까? 1% (더) 줘야 하잖아요. 은행 14군데가 지금 판매하고 있잖아요. 법령 통과 안 되면 이거 사기 치는 거예요?”

예산 확보가 안 됐는데 이미 판매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건 군 상대 적금 사기 사건이다”라고 했다. 원래 큰 목소리가 더 커졌다.

“문책 사항이예요 이거는! …일을 어떻게 이렇게 합니까? 여러분들이 설계를 굉장히 잘못한 겁니다. 국군 장병들이 군 내에서 40만원의 월급을 받아서 궁핍하게 살 수 있어요. 5만원, 3만원만 쓰고 적금 가입하면 저소득층은 오히려 군 장병들이 군 생활을 할 때 더 궁핍한 생활로 갈 수 있다는 거 아니예요. 설계도 잘못됐고, 시장에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도 나섰다.

“이거 대통령 지시로 한 거죠?”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 지시때문에 한게 맞냐고요?”, “다 저질러놓고 국회에 와서 너희들은 뒷정리하라고 하면 좋겠어요?”

지켜보던 여당 의원 중 민홍철 민주당 의원이 나섰다. 그는 국방위 소속이다.

“물론 부잣집 아들이야 이 저축이 있으나 없으나 똑같겠죠. 오히려 저는 집이 가난한 장병들에게 군에서 10만원, 20만원 저축할 길을 열어준다고 생각합니다. 가입 장병이 늘고 있고, 그러다보니 (기존처럼) 현역 병사들에게만 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그래서 전환 복무자들에게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까 은행에서 5%대로 주는 것보다 그래도 국가에서 재정적 인센티브를 줘야겠다는 정책적 목표 하에 추진되고 있죠. 다소 법적인 게 미비한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법을 마련한 후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지급하도록 한다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국방위에서도 그 전제 하에 부대 의견을 달아서 예산을 편성한 것이고요.”

박찬대 민주당 의원도 나섰다.

“병사들이 강제로 가입해야 하나요? (서주석 차관 : 아니요.) 그러면 장병들이 현재 소비를 줄이고 미래를 위해 적금을 들지, 현재 소비에 충실할지 본인이 선택하는 거잖아요. 강제 가입이 아니잖아요. 거기에 1%의 인센티브가 부과되면 목돈 마련에 도움이 된다는 선한 취지가 분명하잖아요.”

1시간가량 시간이 흘렀다. 장제원 의원의 발언은 계속 됐다. 잠자코 듣고 있던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이 갑자기 화를 냈다.

“이게 법안 심의하는 겁니까 지금? 한 시간을 하고 있어요 한 시간! 한 시간을! 10억원에 한 시간을!”

“이게 그렇게 중요한 거냐”는 정 의원의 발언에 장제원 의원은 “중요해요! 국방부가 삭감에 동의하면 그만인데 동의를 안하잖아요”라고 받아쳤다.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은 안상수 예결위원장을 향해 “위원장은 사회를 보는 거냐 마는 거냐”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발언이 (한국당에) 너무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안건은 이른바 ‘소소위’로 불리는, 예결위원장과 각 당 간사간 협의로 넘겨졌다. 소소위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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