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형 강제입원 시도때 심리보고서엔 '비교적 정상'

김민욱 2018. 11. 2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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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말 임상심리사 "조울증 징후 발견 안돼"
이재명 경기지사(사진 왼쪽)가 친형인 이재선씨(2017년 사망)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의혹 등으로 24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 받는다. [중앙포토]


"조울증 연관 단서 관찰 안 돼"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점인 2012년 말 친형 이재선(2017년 사망)씨의 심리상태가 '비교적 정상'이라는 심리보고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재선씨는 ‘조울증(양극성장애)’으로 알려져 왔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을 지낼 때인 2012년 4월 관할인 분당구보건소는 성남시 정신건강센터에 의뢰해 재선씨가 “조울병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서를 받았다. 이 지사는 현재 해당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25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재선씨의 ‘심리학적 평가보고서’(A4용지 6장 분량)에 따르면 M심리상담연구소의 임상심리사는 “피검자(재선씨)는 현재 유의미한 정신과적 장애 및 정서적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지 않은 상태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조울증과 연관된 단서들도 현재 특별히 관찰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재선씨는 2012년 12월 22일 심리상담연구소를 찾아 다면 인성검사를 포함해 우울·자살·상태 불안·편집척도 등 14가지 검사를 받았다. 당시 재선씨는 시정 비판 글 등으로 성남시 공무원들과 법적 다툼을 벌였는데, 심리평가를 받아보라는 재선씨 변호인의 권유에 따랐다. 평가를 진행한 임상심리사는 행동관찰 상 피검자가 자신의 상태를 일부로 좋게 보이려고 응답을 긍정적으로 왜곡하는 ‘페이킹 굿(faking good)’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적었다. M연구소 관계자는 “피검자에 대한 어떤 정보도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故 이재선씨가 생전 받은 심리학적 평가보고서. 김민욱 기자


의학적 효력 없는 의사 의견서

이런 분석 결과는 앞서 같은 해 4월 5일 이뤄진 시 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재선씨 평가의견과 다르다. 당시 시 정신건강센터는 재선씨와 갈등을 빚은 성남시 공무원들의 상황설명서(진술서)가 ‘사실’이라는 전제 아래 조울병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선씨와의 면담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의견을 낸 전문의도 비대면을 의식한 듯 의견서 밑부분에 “의학적 효력이 없다”고 썼다. 정신건강센터는 보건소의 관리감독을 받는 곳이다.
성남시정신건강센터의 의견서. 의학적 효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김민욱 기자
5일 뒤인 4월 10일 이 지사 모친과 둘째 형·바로 아래 여동생·막내 동생 이렇게 넷이 시 정신건강센터에 재선씨의 치료를 의뢰한다. 이 지사는 5남 2녀 중 넷째다. 재선씨의 부인과 딸이 있는데도 ‘보호자’ 자격으로 의뢰서를 제출한 것이다. 상태요약란에 “심한 조울증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함”이라고 썼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민법상 형제·자매는 직계혈족이 아니므로 보호자가 될 수 없다”며 “(경제능력을 기준으로) 재선씨가 오히려 모친의 보호자”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난달 29일 오전 분당경찰서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같은 해 8월 2일 시 정신건강센터는 옛 정신보건법 제25조를 근거로 ‘정신질환의심자의 진단과 보호’를 분당보건소장을 거쳐 성남시장 앞으로 요청한다. 그리고 분당보건소장이 한차례 바뀐 뒤다. 이후 일주일도 안 돼 한 종합병원의 정신건강관리학과 주임교수는 “자신 및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의견을 냈다. 하지만 앞서의 경우처럼 ‘면담’은 없었다. 다만, 재선씨는 2년여가 지난 2014년 11월 보호자인 부인과 딸에 의해 실제 정신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게 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4일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소환돼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받는다. [뉴스1]


李 "검찰 답 정해놓고 수사하지 않길"

이 지사는 24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 강제입원 의혹 등과 관련해 13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 지사는 청사를 나오면서 “검찰이 답을 정해놓고 수사하지 않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그동안 강제입원 시도 의혹에 대해 정상적인 행정절차라고 주장해왔다.


이 지사 측은 “정신병 치료전력이 있던 형님 재선씨는 2012년 당시 정신질환자가 할 범죄행동을 보였다”며 “2013년 2월 우울증 진단을 받고 고의 교통사고로 자살시도를 하는 등 자해와 가해 행위를 했다. (재선씨는) 가산탕진, 가족폭력, 기행 등을 더 견디지 못한 배우자와 자녀에 의해 강제 입원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신질환 의심자에 대한 시장의 책임과 권한으로 정신질환자 조치 검토, 법에 따른 처리를 지시했다”며 “최종적으로 법적 요건이 갖춰져 입원을 통한 강제진단도 가능했지만 강제진단까지 나아가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욱·박태인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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