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머리 모여 가오슝 밝히자"..대만 뒤흔든 '한류 열풍'

2018. 11. 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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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슝 시장에 당선된 한궈위, 국민당 압승 이끈 '일등공신'
정치 이슈보다 '경제 살리기' 내세워 표심 얻어
국민당 시장 후보, '민진당 20년 장악' 가오슝서 승리 (타이베이 로이터=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국민당의 가오슝 시장 후보 한궈위가 지난 20년간 이곳을 장악해왔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된 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ymarshal@yna.co.kr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국민당 압승의 일등공신은 바로 '한류'(韓流) 열풍이다"

24일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이 압승하자 대만 언론은 국민당 승리의 가장 큰 배경 중 하나로 '한류 열풍'을 꼽았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은 22개 현·시장 자리 중 3분의 2에 달하는 15곳을 차지했다.

반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이끄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6개의 현·시장 자리를 얻는 데 그쳤다.

대만 언론이 말하는 한류 열풍은 한국 대중문화가 아닌, 가오슝(高雄) 시장에 당선된 국민당 한궈위(韓國瑜·61) 후보를 일컫는다.

지난 5월 한 당선자가 국민당 후보로서 가오슝 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질 때만 하더라도 그의 당선을 예측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통적으로 수도 타이베이가 있는 대만 북부는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해 대만으로 건너온 국민당의 지지기반이었고, 대만 원주민 비율이 높은 남부는 대만의 독자성을 중시하는 민진당의 지지기반이었다.

대만 남부에 있는 가오슝은 1998년 이래 민진당의 20년 텃밭이었고, 민진당은 의사 출신 재선 의원으로 2005년 가오슝 임시 시장대리를 맡기도 했던 천치마이(陳其邁·53)를 내세워 승리를 낙관했다.

1993∼2002년 입법위원을 지내고 국민당 정부 시절 농산물도매공사 사장을 맡은 뒤 지난해 국민당 주석 경선에 출마했다가 4위로 낙선한 한궈위는 천치마이를 이기기에 역부족으로 여겨졌다.

이에 한궈위는 가오슝 시장 출마 후에도 국민당에서 아무런 인력이나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해야 했다.

하지만 막상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연출됐다.

소탈하고 꾸밈없는 화법으로 집권 민진당의 경제 실정을 맹렬하게 공격한 한궈위가 가오슝 시민들에게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민진당은 가오슝의 젊은이들이 가오슝을 떠나게 했다", "낡고 가난한 가오슝을 대만 최고의 부자 도시로 만들겠다", "10년 안에 가오슝 인구를 500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그의 공약은 가오슝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오슝 시의 자영업자인 로이스 창은 "민진당이 20년 동안 집권했지만, 이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사업을 살아나게 할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한궈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대만 독립'을 내세웠지만, 중국과의 경제 교류 단절과 본토 관광객 감소로 대만 경제의 침체를 불러온 민진당의 문제점을 간파한 한궈위는 철저한 '경제 살리기' 유세로 가오슝 시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지난 8월 가오슝을 비롯한 대만 남부 폭우 때 홀로 우산을 쓴 채 양복바지를 걷어 올리고 침수 현장을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대화한 '서민 정치인'의 이미지도 한류 열풍을 불러온 배경이다.

선거운동도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인터넷으로 선거운동 과정을 생중계하는 등 신선하고 파격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그의 돌풍에 대만 언론은 "'비전통 정치인'이 '전통 정치인'을 몰아내고 있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대머리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는 한궈위는 지난 23일 마지막 선거 유세 때는 대머리 지지자 227명을 유세장에 불러모아 '가오슝 빛내기'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가난하고 노령화한 인구 227만 명의 가오슝을 인구 500만 명의 번영하는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공약을 과시하는 이벤트였다.

민진당 텃밭에서 돌풍을 일으켜 당선된 한궈위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 모두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해, 2016년 정권교체를 당한 후 고전을 면치 못했던 국민당의 '구세주'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만 빈과일보는 "한궈위는 이번 선거의 일등 공신"이라며 "그가 국민당의 새로운 '맹주'로 떠오른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차기 총통선거의 유력 주자로 부상한 한궈위는 당선이 확실시된 24일 밤 국민당 주석직 도전 의사를 묻는 말에 "나는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 아니다. 당장 할 일은 가오슝 시민들이 돈을 벌도록 돕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머리 지지자들과 '가오슝 빛내기' 이벤트를 한 한궈위 가오슝 시장 후보 대만중앙통신(CNA) 제공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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