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남북교류' 예산 얘기만 나오면 발끈하는 야당.. 왜?

2018. 11. 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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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남북교류 예산' 사수에 총력
야당 예산삭감 통해 존재감 부각 의도
문체부 남북교류 예산 일부 '소소위'로
통일부 예산안 심의는 통째로 보류되기도

[한겨레]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주말인 지난 25일 오후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환경부 등에 대한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일요일인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에 대한 감액심사가 열렸다. 이날 심사에서 여야가 특히 대립각을 세운 것은 ‘남북교류’ 관련 예산이었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협력 예산을 지키겠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남북협력 예산에 대한 정보 제공이 부실하거나 불필요한 사업도 있다며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여당 쪽에선 야당이 문재인 정부가 각별히 신경 쓰는 남북 관련 예산을 저지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이런 대립 탓에 지난 24일에는 통일부 내년도 예산안 심사 전체가 보류되기도 했다.

#1. “자꾸 남북교류, 남북교류… 예산 조정하라”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예산소위에서는 ‘남북문화교류 활성화 예산’과 ‘남북 영상산업 협력 기본계획 수립 연구’ 등 남북협력사업 예산이 논의테이블에 올랐다. 남북교류 예산이 연이어 나오자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꾸 남북교류, 남북교류… 예산을 조정해 주길 바란다”고 했고,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산이) 1억원인데, 1억원을 삭감하면 사업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맞섰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도 “남북교류가 문화예술체육부터 되는 것”이라고 거들었지만,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연구용역은 1억원까지 안 한다, 50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잘랐다. 뒤이어 ‘남북 전통문화교류’ 예산이 보고되자 야당의 반발은 더 거세졌다. 이혜훈 의원은 “이건 깎으세요. 이건 저희가 안 받아요. 안 깎으시면 저희가 안 받겠다. 5000만원으로 깎아 달라”고 했고,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온갖 곳에 남북을 다 집어넣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한옥실태를 어떻게 조사하느냐”(이혜훈), “앞에 영상 조사한다고 하니까 영상으로 한옥 조사하세요”(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등 반발이 이어지자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마지못해 “이거 (예산) 절반으로 줄이자”고 했다.

#2. 한국당 반발에 일부 남북협력 예산 ‘소소위’로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남북영상산업, 남북전통문화 교류에 이어 영화교류지원 예산이 나오자 이번엔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섰다. 장 의원은 “돈 규모를 떠나서 영상 따로 영화 따로 좀 심하지 않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알박기도 아니고, 보자 보자 하니까 너무 하네”라고 따졌고, 같은 당 송언석 의원은 “남북교류 관련 사항을 따로 묶어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일괄적으로 묶어서 볼 수 없다(박홍근 의원)”, “사업별로 특성이 있고, 부처가 있고 다 다르다. 통째로 본다는 건 말이 안 된다(조응천 의원)”고 맞섰다. 그러다 예결소위 운영과 관련해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예결소위는 각 상임위원회에서 감액 의견 낸 것과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면질의로 감액 요구된 것만 심사대상이다. 남북관련 예산을 다 모아 함께 보자는 것은 이 모든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하자는 것으로 우리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다. (조응천 의원)”

“전혀 그렇지 않다. 예결소위는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심지어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수많은 사람이 지적했다. 예산의 효율적 심사를 위해서는 저희가 할 수 있다.(이혜훈 의원)”

여야대립이 계속되자 영화 관련 예산과 남북장애인 스포츠 교류 예산은 소소위로 넘어갔다. 위원장 및 교섭단체 간사단으로 꾸려지는 소소위는 비공개로 이뤄지며 속기록도 남기지 않아 ‘밀실심사’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3. 남북협력기금 두고 고성… 통일부 예산안 심의는 ‘전체보류’

앞서 지난 24일 열린 예결소위에서는 ‘남북협력기금’을 두고 여야가 새벽까지 고성을 주고받다 결국 통일부의 예산안 심의가 통째로 보류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남북협력기금의 일부 사업을 ‘비공개’로 한 것을 문제 삼았다. 장제원 의원은 “자유한국당에는 어떠한 설명도 안 하고, 소통도 안 한다”고 따져 물었고, 송언석 의원은 “무슨 근거로 비공개하느냐”고 소리쳤다.

그러자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심야에 큰소리로 흔들릴 지경이다. 지금 취조하는 게 아니잖아”라며 통일부를 거들었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통일부가 자유한국당을 ‘패싱’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통일부에서 자료를 주지 않아서 특히 남북 협력기금에 대해서 완전히 깜깜이다. 저한테는 아무런 자료도 오지 않고, 저희 방에 보고하러 온 사람도 없다. 한국당 패스하는 겁니까?“라고 항의했다. 결국 자정을 넘어선 뒤에도 심의를 계속해야 한다는 한국당과 ”산회해야 한다“는 민주당 간의 고성이 계속됐다.

“소소위에서 (심사) 합시다. 어차피 합의 안 될 상황이잖아요?”(조정식 민주당 의원)

“왜 전체회의 진행을 방해하느냐.”(박홍근 민주당 의원)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향해) 어서 자료 가져오세요!”(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

“그렇게 비공개 예산이 어디 있느냐. 정말!”(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

“예전엔 더 공개 안 했어요.”(박홍근 의원)”

통일부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여야대립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안상수 예결위원장은 "통일부 심사 전체를 보류하고 일정을 따로 잡을 것을 선포한다. 통일부에 대한 심사를 잠정적으로 마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총액은 1조 977억 2000만원으로 올해보다 14.4%(9592억 7000만원) 늘어났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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