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형 강제입원 안되는 이유 1000개 대라고 이재명 지시"

박태인 2018. 11. 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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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강제입원 관련' 복수 진술 확보
공무원 반발에 "李시장님이 법 제일 잘 알아"
李지사 측 "강제입원 아닌 강제 진단"
복지부 "강제 진단 개념 없다, 대면 진단 필수"
친형 강제입원,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후 13시간에 걸친 조사를 마친 뒤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54) 경기도 지사가 공무원들의 반발에도 2012년 4월~9월 친형 이재선씨(2017년 사망)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라는 강압적인 지시를 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당시 분당보건소장을 맡았던 구모씨는 재선씨의 강제 입원이 적법하지 않다고 반발하자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가 "법적으로 가능한데 왜 반대하냐. 안 되는 이유를 1000가지 갖고 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의 비서진들도 성남시 공무원들에게 "시장님이 법조인인데 왜 법으로 따지냐"며 강제 입원을 밀어붙였다는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 지사의 지시에 반발한 구씨는 다른 지역으로 전보 조치됐다. 그의 후임자인 이모 전 분당보건소장은 "해외 출장 중이던 이 지사의 입원 독촉에 재선씨를 입원시키려 구급차를 타고 출발했지만 부담을 느껴 돌아왔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혐의를 부인하는 이 지사를 더 조사할 필요가 없어 다음주쯤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 측에서는 강압적 지시를 받았다는 이들의 주장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강압적인 지시는 없었고 구씨의 전보 조치도 정상적인 인사권 행사였다"고 밝혔다. 이어 "강제 입원을 시키려 한 것이 아니라 대면 진단을 거부하는 환자에 대해 강제 진단을 하려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4일 13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던 이 지사 역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답을 정해놓고 수사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결백함을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주 이재명 경기지사의 강제 입원과 관련 지난 주 김혜경씨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오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경기남부경찰청을 빠져나가는 김혜경씨의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이 지사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일 이 지사를 '기소 의견'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송치한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송치 전 40여명의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고 대다수의 참고인이 이 지사의 주장과 배치되는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 지사가 이씨에 대한 강제 입원을 시도하며 정신질환자 입원을 위해 '대면 진단'을 필수 요건으로 둔 옛 정신보건법(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과 보건복지부 지침도 어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불법적인 지시를 공무원에게 강요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선씨에 대한 강제입원 논란이 벌어졌던 2012년 보건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한 정신보건사업 안내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입원 시 정신과전문의의 진단은 '대면 진단'을 뜻한다고 적혀있다. 2001년 2월 23일 이를 판례로 명시한 대법원 선고에 따른 지침이었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일부 민주당 당원들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민주당에서의 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지사는 정신보건법 25조 3항(현 44조·2017년 개정)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시·구청장은 그 사람에 대해 2주 이내 기간을 입원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합법적인 지시"라고 반박하고 있다. 대면 진단을 거부하는 이씨에게 강제 진단을 하기 위한 위한 입원 조치였다는 주장이다.
이 지사 측은 "형님 재선씨가 당시 공무원에게 소란 행위, 어머니에게 방화살해 협박, 상해 등을 저질러 정신과 전문의들이 정신질환으로 타인을 위해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다만 같은 해 12월 재선씨가 임상심리사에게 직접 받은 심리보고서엔 "피검자(재선씨)는 현재 유의미한 정신적 장애 및 정서적 어려움을 나타내지 않는 상태로 판단된다"고 나와있다.
2012년 이재선씨에 대한 강제입원 시도가 이뤄졌을 당시 분당서울대병원의 정신과 전문의가 작성했던 평가의견서. "상기 의견은 문건의 평가를 통하였으므로 의학적 효력이 없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주영씨 페이스북]
입원 시도 당시 분당보건소는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에게 재선씨의 대한 진단 의견을 받았다. 모두 대면 진단 없이 성남시 공무원 등에게 받은 진술서와 문건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 검찰은 의학적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위해선 대면 진단이 필수라는 사실은 2001년 대법원 판례 이후 적용돼왔던 것"이라며 "옛 정신보건법 25조에 따라 시장이나 구청장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는 경우에도 전문의의 대면 진단을 거쳐 입원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가 주장하는 '강제 진단'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그런 말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자신은 강제 진단을 위한 입원 시도만 했을뿐 실제 재선씨를 강제입원시킨 것은 형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지사가 강제입원 시도를 했던 것은 2012년이며 재선씨가 부인과 딸의 요청에 따라 강제 입원했던 것은 2014년이라 두 사건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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