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네트워크 사장을 보면 KT 화재가 보인다

신지수 2018. 11. 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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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위주 경영이 '통신대란' 원인.. 복구작업도 협력업체 직원 몫

[오마이뉴스 신지수 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 등 합동조사단이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KT아현국사에서 이틀전 발생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 이희훈
 
지난 24일 오전 11시 12분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로 광케이블과 전화선이 불에 타면서 이동전화는 물론 초고속인터넷, IPTV(인터넷TV), 인터넷전화와 LTE 에그, 카드 단말기까지 사실상 '먹통'이 됐다. 화재는 10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지만, 그 여파는 26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화재 발생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대규모 통신장애로 이어진 것은 KT의 '수익성 우선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T 새노조는 25일 논평을 통해 화재 사건의 본질은 공공성은 등한시한 채 수익만 추구한 KT 민영화의 폐해라고 주장했다.

수익 나는 곳 중심으로 인력 배치... 시설 인력은 줄여

오주헌 KT 새노조 위원장은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KT 구성원들은) 올 게 왔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오 위원장은 "KT가 민영화 된 이후 통신이 가지는 공공성을 우선하기보다 수익 추구에 급급했다"라며 "인력을 많이 줄이고 전화국 등 시설 통폐합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KT가 민영화되기 전에는 조직이 시설 중심이었다. 시설이 많이 설치돼 있는 곳이 중요한 곳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민영화 이후 영업 중심으로 편제가 바뀌면서 수익이 많이 나는 곳이 중요한 곳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직도 지역본부, 지사, 지점 체계로 변경됐다.

화재가 발생한 아현국사 지하 통신구에는 전화선 16만8000회선,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설치돼 있었다.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거점이라 시설이 많이 집중돼있지만, KT지사-지점 체계 안에 없다. 오 위원장은 "지점이 아니면 지점장 등 관리자들이 없는 것으로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KT측은 "본사 직원들이 상주한다"라며 반박했다. 화재가 발생한 주말 아현국사에 상주한 직원은 2명이었다.

또 오 위원장은 집중화에 따른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은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기술발전으로 분산 수용하던 것을 집중 수용할 수 있게 됐다"라며 "각 전화국에 흩어져 있던 장비들을 집중 수용하면, 사고가 한 번 터지기만 해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여유분의 시설을 갖추고 백업이 가능하도록 일정 부분 분산을 시켜놓거나 우회로 등 통로를 만들어놔야 한다"라며 "평상시에 이는 불필요한 투자이지만 대형사고로 번지지 않게 하는 대책들인데, 이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라고 했다.

'안전 투자'에 소홀

지난 25일 현장을 방문한 오성목 KT 네트워크 부문장(사장)의 발언이 '안전 투자'에 소홀한 경영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오성목 사장은 "아현지사는 D등급으로 백업 체제를 갖추고 있지 않다"라며 "백업을 한다는 건 굉장히 많은 투자가 수반이 된다"라고 밝혔다.

통신국사는 전국망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정부가 A, B, C, D 등 4등급으로 나누는데, A~C등급은 백업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돼있지만 D등급은 의무가 아니다. 아현국사는 D등급이었다. 오 위원장은 "아현국사는 D등급이어서 백업 시설을 둘 필요가 없었지만 책임자가 비용이 많이 들어서 (백업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수익성을 우선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 전화선인 동케이블 시설을 매각한 것만 봐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황창규 회장 전임인 이석채 전 회장은 유선전화선인 동케이블 시설 일부를 매각했다"라며 "유선전화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불이 나거나 굴착기 공사 등으로 케이블이 끊어질 때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쓸모가 없어 보이니 수익을 위해 팔아버리자는 인식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오 위원장은 신속한 복구가 최우선 과제라면서도 이와 동시에 통신 공공성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기업이 이윤을 생각하지 말라고 할 수 없다"라면서도 "하지만 공공재만큼은 이윤과 공공성이 적정한 균형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도 중요하지만 KT가 이 사회에 가지는 위상, 사회적 파급력, 공공재 등을 고려해 당장 돈이 안 돼도 투자할 곳에 투자를 해야 한다"라며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인력 감축, 아웃소싱을 지속한다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라고 했다.

케이블 설치·유지·보수 업무는 주로 협력업체가 맡아
 
 안전모를 착용한 KT직원들이 이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KT아현국사에서 화재조사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 이희훈
 
실제 민영화에 따른 외주화로 KT는 복구 또한 협력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여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구조조정 등을 통해 설비 기술자들을 퇴출시켰다. 그 결과 케이블 설치·유지·보수 등 업무는 본사 케이블매니저(CM)팀과 협력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본사 인원으로는 이번 복구 현장을 감당할 수 없고, 강북 지역 협력업체 23곳 중 8곳의 노동자들이 지난 24일 오후부터 26일 현재까지 투입된 상태다.
 
이번 복구 현장에 투입된 한 노동자는 "(협력업체 직원) 50여 명이 나와서 일하는 것 같다"라며 "본사 CM팀은 행정 업무를 하고 복구 작업에 실질적으로 투입되는 건 협력업체 노동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행되는 현장감식이 끝나면 지하 통신구 안으로 들어가라는 지시를 받았다"라며 "아직도 연기가 많이 나고 냄새도 심한데 분진 마스크 하나 낀 채 어떻게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KT의 '무너진 공공성'은 복구 현장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KT는 이날 오후 1시 50분쯤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KT는 전국 네트워크 시설 특별점검 및 상시점검을 강화하고 500m 미만 통신구에도 CCTV, 스프링클러 등의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해가 발생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물론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과의 협력을 통해 로밍·이동 기지국·WiFi 상호 지원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도록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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